토요일 저녁, 행신동 CM 뮤직의 연습실은 시끌벅적해진다. “제대로 해보자~” “좀 더 캐릭터를 살려서~!!” 실제 무대 공연을 방불케 하는 집중력과 열정에 넓은 연습실은 후끈해지고 회원들의 이마엔 땀까지 송골송골 맺혔다. <일산뮤지컬동호회> 회원들은 이렇게 매주 주말 저녁을 이곳에서 보내고 있다.
남지연리포터 lamanua@naver.com
<일산뮤지컬동호회>는 20~30대 직장인을 중심으로 주부와 학생들로 구성된 뮤지컬 모임이다. 창단 멤버이자 동호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이상규 씨는 “개인적으로 무대 공연에 대한 열망이 컸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몰라 막막했던 차에 지인들과 모여 동호회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이었던 지라 시행착오도 겼었고, 제대로 가르쳐주는 선생님도 못 구했던 터라 동호회를 제대로 유지하긴 힘들었다고. 하지만 ‘정말 제대로 한번 해보자’라는 마음에 지난해부터 전문 강사를 초빙해오고, 본격적인 뮤지컬을 배우고 익히게 되면서 이젠 공연까지 목표로 하는 지금에 이르렀다.
무대에 대한 열정, 회원들을 뭉치게 하는 공통분모
일산뮤지컬동호회 회원들은 제 분야에서 일주일을 치열하게 보내다가 주말이 되면 이 곳 연습실에 모인다. 아이를 키우는 주부도 있고, 멀리 울산에서 뮤지컬을 배우고자 주말마다 걸음을 하는 고등학생도 있다. 각자 삶의 모습이 다르더라도 무대에 대한 열정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기에 토요일 3시간의 연습시간은 지칠 줄 모른다.
회원들은 이 시간이 자신의 삶에 에너지를 채워주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그간 잊고 지냈던 자신의 꿈을 다시 그려볼 수 있는 희망을 이 시간을 통해 찾게 되었단다.
현재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는 김태희 씨는 “한 때 연기활동을 꿈꾸고 학원도 다녔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내가 가고 있는 길에 대한 자신감도 많이 없어지고, 결국엔 다른 길을 걷게 됐다. 하지만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아 다시 시작할 수도 있겠다’라는 희망이 생겨났다”고 했다. 현재 연기 공부를 하고 있는 박형준 씨는 “연기를 하면서 슬럼프가 찾아 오기도 했다. 제대로 하는 건가하는 의문도 생겼다. 그러다가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생겼는데, 조금씩 저를 찾아가는 기분이 들었다”라고 했다.
한 때 가수로 활동했었던 김소영 씨도 마찬가지다. 김소영 씨는 “가수 활동을 쉬면서 많은 고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늘 공연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하는 가수와는 달리, 무대 안에서 맡은 역할에 따라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뮤지컬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내 안에 숨겨진 에너지를 분출시킬 수 있는 장
개인마다 숨은 끼와 흥을 꼭꼭 묻어두고 지냈던 이들에게 동호회는 자신을 제대로 표출시키는 또 다른 장이 되고 있다. 현재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는 이상규 회장은 “뮤지컬 동호회를 취미로 찾고 있는 분도 있고, 자신의 꿈을 이뤄가기 위해 오시는 분들도 있다. 저 역시 마찬가지다. 목적이 어디 있든 간에 여기서만큼은 자신의 끼와 열정을 솔직하게 풀어낼 수 있는 장이 된다는 게 중요하다. 그 마음 하나가 있기에 일주일을 기다려진다”라고 했다. 그리고 여기엔 뮤지컬 배우인 오진경 강사의 애정 어린 가르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회원들은 이야기한다. 이상규 씨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어 강사 역할을 맡게 됐다는 오진경 씨는 “6개월 정도 회원들을 만나면서 이들의 변화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각자 삶에 치여 우울하고 지쳐보이던 회원들이 지금은 이전보다 밝아지고 활력을 찾아가고 있는 듯하다”며 “제자들에게 애정이 많이 커졌다. 그렇기에 단순히 뮤지컬에 대한 테크닉보다 여기서 자신을 쉽게 풀어낼 수 있도록 이끌어내고 배려하려 한다”고 말했다.
일산뮤지컬동호회는 올해 말 ‘미스 사이공’ ‘렌트’ 등 다양한 뮤지컬의 주요 장면을 묶어 놓은 갈라쇼 형식의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한창이다. 공식적으로 일산뮤지컬동호회의 첫 공연이 될지도 모를 이번 공연에 회원들은 많은 설렘과 기대를 안고 있다. 비록 부족한 점도 많고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야 할지 모르지만,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동호회 회원들은 단단히 각오가 되어 있다. 그리고 그 설렘을 함께 할 또 다른 멤버들도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고 동호회 회원들은 전했다.
미니인터뷰
이상규 회장
“일산뮤지컬동호회는 그저 무대를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모인 곳이다. 얼마나 잘할 수 있느냐는 중요치 않다. 단지 무대를 즐기고자 하는 마음, 열정이면 충분하다”
오진경 강사
“회원들을 가르치면서 오히려 내가 배우고 깨닫는 게 많다.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면서 고비도 많았고 그러면서 우울감에 빠졌던 적도 있었다. 한 단계씩 발전해 가는 회원들의 모습은 오히려 나의 삶의 또 다른 활력이자 에너지가 되고 있다”
김태희 회원
“동호회는 일주일간 너무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마치 죽었다가 살아났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내 일상에 절실해진 시간이다. 자신감은 물론 발전해가고 있는 나를 느낀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