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개봉한 영화 <곡성(哭聲)>은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 섬뜩하다. 굽이굽이 들어간 평화로운 산골마을 곡성(谷城)을 순식간에 기괴함으로 뒤덮었다. 전염병처럼 퍼지는 기괴한 증상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이유 없는 잔인한 살인, 더구나 그 두려움의 실체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막연함이 음산함을 더한다.
156분이나 되는 긴 러닝타임이지만 처음부터 으스스한 살인사건으로 시작해 숨을 돌릴만하면 틈을 주지 않고 심장을 오그라들게 만들어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를 정도다. 중간 중간 심호흡 한 번씩 하며 ‘제발 쉴 틈 좀 달라’고 외치고 싶다.
합리적이지 못한 시골 경찰들의 허술한 수사, 인간인지 귀신인지 알 수 없는 기괴한 외지인, 썩어가는 시신이 되살아난 좀비, 수호신인지 악귀인지 모호한 처자까지, 어찌 보면 영화 <곡성>은 웃지 못 할 한 편의 코미디가 될 수도 있었는데 감독의 탁월한 연출과 배우들의 명품 연기로 보는 내내 모든 장면에 완전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배우들은 주연을 비롯해 조연까지 눈을 뗄 수 없는 리얼한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시골 경찰 종구 역을 맡은 주연 배우 곽도원의 실감나는 연기를 비롯해 무당 일광 역을 맡은 황정민의 신들린 연기, 골룸을 연상케 하는 미스터리 외지인 역의 쿠니무라 준, 미묘한 표정으로 선인지 악인지 혼미하게 하는 무명 역의 천우희, 미쳐가는 어린아이 효진 역을 맡아 소름 돋는 연기를 보인 김환희까지 정말이지 감탄이 절로 난다. 특히 아역배우 김환희의 연기를 보면서는 ‘어린 아이에게 저런 연기를 시켜도 되나’하는 생각이 스치며 그로 인한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정도이다.
영화는 결말을 향해가면서 악마인지 무당인지 모를 두 인물의 굿 대결까지 펼쳐지며 더욱 긴박해진다. 빨리 실마리를 풀고 자유로워지고 싶은 마음에 누가 범인인지 점점 궁금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나홍진 감독은 해답을 제시하지 않은 열린 결말로 끝을 맺는다. 이유 없이 당하는 피해자들의 참혹한 죽음만 있을 뿐이다. 마치 무거운 숙제를 떠안은 기분이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다 보고나서도 영화 속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을 만큼 후유증이 강하다. 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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