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지자체’ 경상북도 구미시

“산업도시에서 10년째 ‘한책 하나구미 운동’”

책 선정에 시민 적극 참여 … “외지인들의 구심점이 ‘책’ 되도록”

지역내일 2016-05-14

“‘한책 하나구미 운동’을 2006년 취임 직후 준비하기 시작, 2007년부터 책을 선정해 10년째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이 있습니다. 하루에 3시간씩 10년을 공부하라는 뜻입니다. 한책 하나구미 운동도 이와 같습니다. 10년 동안 꾸준히 하니까 시민들도 익숙하게 생각합니다.” 

3일 오후 경상북도 구미시청 국제통상협력실에서 만난 남유진 구미시장의 한책 하나구미 운동에 대한 설명이다. ‘구미’를 떠올리면 ‘공업단지’ ‘산업도시’가 떠오른다. 실제로 인구 41만명 중에 4분의 1일 11만명이 산업단지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이다. ‘책’ ‘독서’와는 거리가 멀 것 같은 이미지다.
남 시장은 그런 구미에 한책 하나구미 운동의 뿌리를 내리고자 10년째 노력하고 있다. 내일신문은 남 시장을 만나 한책 하나구미 운동의 의미와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들었다.


거창하지 않은 책부터 시작
구미는 10년 동안 한책 하나구미 운동을 추진한 결과 이제는 제법 시민들과 함께 하는 독서운동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10년 동안 ‘올해의 책’ 투표, 선포식·북콘서트 참여, 독후감 응모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한책 하나구미 운동에 참여한 시민들은 22만명에 이른다. 

그 동안 함께 읽은 책은 매우 다양하다. 첫 해인 2007년에는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을 선정했다. 이어 ‘연어’(안도현), ‘너도 하늘말나리야’(이금이),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한비야), ‘책만 보는 바보’(안소영), ‘생각한다는 것’(고병권), ‘초정리 편지’(배유안), ‘여덟 단어’(박웅현),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설 흔) 등의 책을 거쳤다. 2016년 올해의 책은 김중미 작가의 ‘모두 깜언’이다. 

남 시장은 “한책 하나구미 운동 초반의 책을 보면 1시간이면 다 읽는 책”이라면서 “거창하게 시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다 많은 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초등학생, 주부도 부담을 갖지 않고 참여할 수 있는 책으로 선정했다는 의미다.


시민들, ‘올해의 책’ 후보도서로 231권 추천
무엇보다도 남 시장은 올해의 책 선정 과정에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시민투표로 책을 추천받고 20명의 교수, 교사, 도서관 독서회장 등 시민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여러 차례의 토론을 거쳐 책이 선정되도록 한다. 

보다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선정된 책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취지다. 2016년에는 ‘모두 깜언’이 선정되기까지 231권의 후보도서가 시민들에 의해 추천됐다.
남 시장은 “책 선정 과정에서 풀뿌리 민주주의가 실현된다”면서 “시민들이 후보도서를 홈페이지 등에 올리고 각계각층 시민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논의해서 결정을 하는데 그 과정이 선정된 책보다 더 멋있고 아름답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구미가 얻는 것은 독서문화 저변 확대를 넘어서는 시민들의 연대감이다. 산업도시로 발전해 온 구미의 특성상 외지인의 비율이 80%에 이른다. 이들이 ‘자기 고장’이라는 생각을 갖고 뿌리를 내려야 구미가 성장한다. 남 시장은 외지인들이 올해의 책을 읽고 대화를 하며 구미에서 삶을 꾸리기를 바란다.


남 시장은 “외지인들이 모래알처럼 흩어지면 연대감을 가질 수 없다”면서 “도시는 시민들을 엮어내는 연결고리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책 하나구미 운동’이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는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10년 동안 했으니까 초등학생이 대학생이 됐을 텐데 결혼을 해서 가족과 함께 이 운동에 참여하는 식으로 갈수록 외연이 확장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빈 공간은 책으로 채운다”
구미는 한책 하나구미 운동의 인프라가 될 수 있는 도서관 정책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1994년에는 인구 22만명에 공공도서관이 2곳, 장서 수는 5만7040권에 불과했으나 2015년 기준 공공도서관은 6곳으로, 장서 수는 101만8961권으로 늘었다. 

이 외 작은도서관 2곳, 도서실 2곳, 새마을문고 37곳이 있으며 2018년 양포도서관이 건립되면 공공도서관은 총 7곳으로 증가한다. 언제 어디서나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다.
시가 도서관, 독서 정책에 관심을 쏟은 결과 도서관을 찾는 시민들도 대폭 증가했다. 도서관 이용자는 1994년 25만명에서 2015년 240만명으로 10배 가까이 확대됐다. 대출권수도 1994년 10만5428권에서 2015년 109만9479권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남 시장은 “빈 공간이 있으면 무조건 책을 채워 도서관 역할을 하도록 했다”면서 “왕산허위선생기념관과 근로자문화센터에 책을 두고 도서실을 조성, 도서관 역할을 하도록 꾸몄다”고 말했다.
남 시장은 마지막으로 독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밥을 먹지 않으면 배가 고픈 것처럼 책을 읽지 않으면 정신적으로 고프다는 주장이다. 남 시장은 “책은 밥”이라면서 “하루 3끼 밥을 먹는 것처럼 독서를 하고 반찬을 골고루 먹어야 하듯 가급적 폭넓게 책을 읽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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