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샘] 류장열 오금고 미술교사

입시 미술 말고 ‘미술’ 가르치니 합격률 껑충

지역내일 2016-05-13

오금고 미술반. 미대 입시생들 가운데 입소문난 일반고다. 탄탄한 커리큘럼과 체계적인 실기 는 높은 미대 합격률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서울대 2명, 홍대 9명, 국민대 4명 등 최상위권 미대 합격생을 여럿 배출해 주목 받았다. 오금고 미술반의 기틀을 닦은 류장열 교사에게 ‘저력’을 물었다.
 
 전교생에게 나눠주는 오금고의 탁상 달력은 다른 학교와 조금 다르다. 달력을 넘기면 다채로운 터치의 일러스트 작품들이 펼쳐진다. 미술반 학생들의 솜씨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전시회는 반응이 좋아 2개월 연장 전시가 결정됐다.
 미술반 학생들의 작품을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접점을 학교가 나서서 꾸준히 만들어 주고 있다. 덕분에 예비 미술학도로서 자긍심을 차곡차곡 쌓아나갈 수 있다.

류장열


미술 전 영역 다루는 미술반 커리큘럼
 “패턴화된 ‘입시 미술의 때’를 빼려고 애씁니다. 물감, 먹물, 지점토, 폐품 등 온갖 재료를 가지고 창의적으로 표현해 볼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머리가 말랑말랑한 시기라 다양한 경험이 아이들의 사고력을 확장시켜 주거든요”라고 류 교사가 말한다.
 30여명으로 이뤄진 미술반은 고2부터 특별반으로 운영되며 매주 10시간 내외의 미술수업이 집중 편성된다. 오 교사를 포함해 세 명의 미술교사가 학생들을 이끄는데 서양화, 동양화, 디자인, 섬유공예, 도자공예, 애니메이션 등 파트별로 세분화해 실기를 지도한다.
 “미술은 타고난 DNA가 있어야 하는데 세부 재능은 저마다 다릅니다. 회화 실력이 특출한 아이가 있는가하면 공간 지각력이 빼어난 아이, 영상스토리를 구성하는 시간 지각력이 앞선 아이가 있지요. 회화, 시각디자인, 공업디자인처럼 미대 전공을 정하기에 앞서 일단 실기를 풍부하게 해봐야 개개인의 적성을 제대로 알 수 있습니다”라고 류 교사가 덧붙인다.
 지도 교사의 ‘소신’이 분명하기에 미술반 커리큘럼은 다채롭다. 회화, 디자인, 판화, 일러스트 작업은 기본이다. 여기에다 두루마기 휴지로 드레스를 만들고 양털을 실로 꼰 다음 색을 입혀 펠트작업을 하고 도자기를 굽고 헌옷으로 색상, 질감, 패턴이 다양한 퀼트도 만들어 본다. 이런 작업을 통해 교사는 학생의 숨은 재주를 하나씩 끄집어 낼 수 있다.
 현역 디자이너, 큐레이터를 초청한 미술인 특강과 유명 전시회 단체 관람도 정례화했다.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추상 화가 마크 로스코 전시회를 둘러본 아이들이 눈가가 촉촉해지더군요. 한 작품씩 세밀하게 들여다보면서 느낀 감흥들이 남달랐던 모양입니다.” 류 교사가 귀띔한다.

스타


다채로운 경험, 소감 녹여낸 학생부로 차별화
 폭넓은 경험에 각자의 소감을 진솔하게 녹인 학생들의 미술보고서, 자기소개서는 단연 풍성해질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대학 입학사정관들의 주목을 받게 됐다. 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된 후 오금고 미술반이 두각을 나타낸 비결이 여기에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 소재 미대에 25명이 합격했다.
 물론 현재의 시스템을 갖추기까지 수년간 미술교사들끼리 공을 많이 들였다. “수소문해 얻은 특목고들의 우수 학생부 사례를 꼼꼼히 분석했지요. 어떤 활동들이 차별화 포인트고 어떤 방식으로 기록하면 좋을지 감이 오더군요. 내신과 미술활동을 충실히 관리하면 일반고 미술반도 입시에서 승산이 있겠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미술반 운영 전략부터 다시 짰다. 학생 개개인의 특성이 돋보이도록 학생부를 체계적으로 관리했고 고3에 올라가면 학생별로 학생부종합전형, 정시 등 유리한 전형을 코치하며 방향성을 가이드했다.
 실기 뿐 아니라 토론, 논술 실력을 기르는데도 힘을 쏟았다. 간송 전형필의 생애가 우리 나라에 미친 영향, 조선회화 속 동양사상, 아프리카 가면과 피카소 화풍 비교 같은 관심 주제를 가지고 학생들이 모여 토론한 후 소감을 기록으로 남겨 문집을 만들었다. 일련의 과정들은 자연스럽게 대입 면접을 준비하는데도 도움이 많이 됐다.


‘융합형 미술인재’로 학생부종합전형 공략
 미술반의 체계가 잡히니 입소문이 났고 요즘엔 먼 곳에 사는 미대 지망생들도 오금고를 지원하는 분위기다.
 “서울대, 홍대 미대 합격권은 내신 1등급대입니다. 이런 학생들이 미술반을 지원합니다. 또 우리 학교 졸업생들이 대학에서 장학금을 많이 받아요. 실기 실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죠”라고 말하는 류 교사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배어있다.
 미술이란 같은 배를 타고 고교시절 함께 웃고 울었던 스승과 제자 사이는 끈끈할 수밖에 없다. 졸업생들은 학교를 자주 찾는다. “대학생이 됐다고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후배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쏘고 본인의 고교시절, 대학생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멘토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선배의 한 마디가 학생들에게는 또 하나의 자극제가 되지요.”
 올해로 교사 생활 27년째인 류 교사. 50대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답게 여유롭고 푸근하면서도 특유의 똘끼와 추진력을 두루 갖춘 주인공이다.
 그가 학생들에게 늘 강조하는 건 딱 하나. “자기 삶에 최선을 다하라는 거죠. 당장의 입시가 중요한 학생들에겐 교사로서의 노하우를 쏟아 진학을 도와주어야 합니다.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는 학생은 다른 길을 찾아 매진하면 됩니다. 우리 반의 한 학생은 대학 대신 엄마와 가게를 열겠다고 하더군요. 난 이 아이에게 미술을 배웠으니 가게 인테리어를 개성 있게 해보라고 조언합니다. 교사로서 나는 학생 한 명 한 명이 자기 삶을 열심히 사는 데 필요한 걸 가이드해 주고 싶습니다.” 10대들에게 입시를 넘어 인생 설계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은 그의 진짜배기 본심이 설핏 엿보였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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