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방은 3000원, 티는 2000원이에요. 파란 줄무늬 남방은 살 빼면 입으려고 산 건데 아직 한 번도 안 입은 새것이에요”
“동화책 한 권에 무조건 1000원, 만화책 한 권에 1500원!”
지난 4월 16일 안양중앙공원 알뜰나눔장터 개장을 시작으로 우리 지역의 벼룩시장들이 일제히 문을 열었다. 벼룩시장은 온갖 중고용품을 사고파는 만물시장이다. 가장 큰 매력은 쓸 만한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규모가 큰 벼룩시장은 봄마다 개장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4월의 주말, 봄 향기 가득한 우리 지역의 벼룩시장을 찾아가 보았다.
‘한 개에 천원~’, 안양 중앙공원 알뜰나눔장터
매주 토요일, 평촌중앙공원 옆 차 없는 거리에서 진행되는 ‘알뜰나눔장터’는 명실공히 우리 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벼룩시장이다. 취급품목은 의료, 도서, 완구 등 5만 원 이하의 중고물품으로 다양하지만 가장 많이 판매되는 것은 옷이다. 특히 인기가 높은 것은 어린아이들의 옷이다. 쑥쑥 자라 몇 번 못 입은 아이들의 옷은 늘 찾는 사람이 많다. 5살 동생이 입었던 옷이라며 예쁜 꽃무늬 드레스를 펼쳐놓은 4학년 언니의 모습은 드레스보다 더 곱다. 바로 옆 60대 어르신이 판매하는 것은 신발이다. ‘한 번도 신지 않은 메이커 운동화’라고 매직으로 진하게 적은 종이 옆에는 형광 운동화부터 단화와 하이힐까지 다양하다.
“무조건 그릇 한 개에 500원이에요. 한 번도 사용 안 한 거예요. 사각 접시도 예뻐요”, 하얀 간장 종지 4개를 고른 젊은 새댁을 상대로 50대 아주머님이 열심히 흥정하고 있다. 이것저것 그릇을 살펴보는 새댁이나 이미 팔린 그릇을 신문지로 조심조심 싸는 아주머님의 손길이나 모두 넉넉하고 활기차다.
직접 만든 악세살이도 많이 판매된다. 단돈 1000원에 살 수 있는 머리띠도 유용하다. 수제품으로 만든 팔찌와 목걸이는 인기품목이다. 번쩍번쩍한 선글라스며 통가죽 허리띠만 취급하는 멋쟁이 총각도 있다.
엄마 손을 잡고 온 아이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장난감이다. 불빛을 반짝이며 회전하는 토마스 기차는 아이들의 로망이다. “오늘은 한 개 샀지? 이건 다음에 꼭 사자”라는 엄마의 손을 붙잡으면서도 눈길은 못 내 아쉬워 기차에서 떼지 못한다. 울지 않고 뒤돌아서는 아이가 기특할 뿐이다.
알뜰 나눔 장터는 안양시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4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토요일 정오부터 오후 6시간까지 진행된다.
애물단지가 보물단지로 변신 ''명학공원 알뜰나눔장터''
안양8동에 위치한 명학공원. 첫 개장한 지난 23일, 정오가 다가오자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저마다 손에는 쇼핑백이 들려져 있고 자리를 잡고 앉은 사람들이 가지고 온 보따리를 풀면 일제히 시선이 그쪽으로 향한다. 다양한 생활용품부터 장난감, 그릇, 책, 옷, 신발 등 싸게는 500원부터 1000원, 2000원 씩 거래되는 이곳에 장이 서면 어린아이부터 8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제법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등산화를 흥정하는 아저씨도 있고, 500원만 깎아 달라며 손때가 묻은 냄비를 이리저리 살피는 아주머니, 그리고 저렴한 옷을 고르느라 북적이는 사람들 속에 흥정하는 아가씨도 있다. 구경하면 사야할 것 같은 부담감도 이곳에서는 예외다. 구경만 한다고 해서 구매하지 않는 손님 탓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은 손님이 많은 것도 아니야. 개장 첫 날이니까 몰라서도 오지 못했고, 요즘 중고장터 생기는 곳이 많으니 아무래도 숫자가 적을 수밖에 없지.”
헌 옷과 생활용품을 팔고 있던 할머니는 중고물건을 판매할 수 있어서 좋고, 그나마 사겠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더 감사하다고 말했다. 벼룩시장을 잘 활용한다는 대학생 민나경(비산동)씨는 처음에는 구경삼아 다녔고, 그 다음에는 의외로 좋은 물건을 득템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벼룩시장을 자주 찾게 되었다고 했다. 대학생들은 최신 유행 아이템을 찾지 않느냐고 했더니 잘만 찾으면 빈티지한 괜찮은 물건들을 구매할 수 있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이날 장터에는 일반 시민뿐만 아니라 만안구청 세무과, 환경위생과, 복지문화과, 민원봉사과, 행정지원과 등 만안구청 소속 공무원들과 안양5동주민센터에서도 물품을 챙겨와 판매를 했고 시민들의 호응도 좋았다. 올해 11월까지 운영되는 명학공원 알뜰나눔장터는 평촌 차 없는 거리에 이어 안양시에서는 두 번째 오픈한 벼룩시장이다. 여름 혹서기인 7월과 8월에는 휴장하고 나눔장터가 열리는 시각은 12시부터 오후5시까지로 어린이와 청소년, 지역 사회단체, 공무원 아나바다장터 등으로 나누어 운영되며 재활용이 가능한 의류나 생필품 또는 장난감, 도서 등을 가정에서 가져와 판매 및 교환 할 수 있다. 판매물품은 5만 원 이하로 제한되며 신상품이나 식품, 음식물 등은 취급 제외대상이다. 장터에 참여를 희망한다면 당일 행사장을 찾아 선착순 접수해 자리를 배정받으면 된다.
이웃의 정을 나누는 의왕 내손2동 ‘행복나눔장터’와 붓꽃문화장터 내 ‘아나바다 마당’
의왕시에서는 이웃의 정과 사랑을 나누는 다양한 형태의 벼룩시장을 만나볼 수 있다.
그중에서 내손2동 이편한세상 5단지아파트 앞 내손어린이공원에서 열리는 ‘행복나눔장터’는 내손2동 8개 사회단체가 함께 주최해 만든 벼룩시장으로 의왕의 대표적 중고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집에서 안 쓰는 물품은 내다팔고 또 필요한 물품은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주민들에게 인기가 높다. 판매물품도 의류부터 장난감, 도서, 신발, 악세사리, 문구류 등 다양하다.
혹서기와 혹한기를 피해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에 열리는 이 장터는 4월 30일 올해 첫 장터를 꾸린다.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의왕시민뿐 아니라 근처 지역 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참여 신청은 29일까지 내손2동 주민센터를 방문하거나 전화로 접수하면 된다. 참가비용은 없으며 행사당일 선착순 자리 배정을 받은 후 물건을 판매하면 된다. 돗자리 준비는 필수. 우천 시에는 장터가 열리지 않는다.
또한, 지난 23일 문을 연 ‘붓꽃문화장터’에서도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아나바다장터를 만나볼 수 있다.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시민문화장터로 매주 토요일 의왕시 백운호수 주차장에서 펼쳐질 ‘붓꽃문화장터’는 아나바다 마당을 통해 시민들이 중고물품을 가지고 나와 판매하도록 꾸몄다. 아나바다 참가비용은 없으며 돗자리 등은 참가자가 직접 준비해야 한다.
헌책 사고~ 파는~, 군포 ‘헌책 벼룩시장’
군포에서는 ‘헌책 벼룩시장’이 4월부터 10월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1시부터 5시까지 열린다. 장소는 산본로데오거리 이마트 앞 무대주변이다. 그러나 철쭉축제 기간인 4월 30일부터 5월 3일까지는 장소를 철쭉동산으로 옮겨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헌책 벼룩시장이 운영될 예정이다.
철쭉축제를 일주일 앞둔 지난 토요일 ‘헌책 벼룩시장’을 찾아가봤다. 각 팀당 테이블과 파라솔이 제공돼 준비한 책을 테이블에 가지런히 정리한 채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일부 판매자들은 기다리는 동안 책을 읽는 여유로운 모습도 보였다. 약 10팀 정도가 참여한 이날은 아동서적과 일반서적의 비율의 약 50대 50정도로 권당 500원~3000원 등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참여자의 규모가 크지 않다보니 책의 양도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유동인구가 많은 길목에 자리잡은 까닭인지 판매되는 건수는 결코 작지 않았다. 지나가던 아이들이 엄마의 손을 이끌고 책을 고르기도 하고, 마치 원하던 책을 발견한 것처럼 순식간에 책을 구입해 사라지는 이들도 꽤 많았다. 벼룩시장에서 만난 박은실(45, 광장동)는 “장보러 나왔다가 우연히 읽고 싶었던 책이 눈에 띄어서 구입했다”며, “매주 이곳에서 헌책 벼룩시장이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다음번에는 아이들과 읽은 책들을 함께 나와봐야겠다”고 말했다.
헌책 벼룩시장에서는 그림책이나 만화책, 전집을 비롯해 도서 관련 물품은 모두 교환하거나 판매할 수 있다. 참여를 원하면 인터넷 또는 전화 신청(031-390-8841~2)를 하면된다. 인터넷은 군포시도서관 홈페이지(www.gunpolib.or.kr)의 문화행사신청> 산본도서관에서 원하는 날짜의 ‘헌책벼룩시장 참여자 모집’에 신청하면 된다. 7~8월 그리고 비가 오는 등 날씨 상황이 좋지 않을 때에는 휴장할 수 있고, 당일 신청이나 참여가 가능할 수도 있으므로 자세한 내용 은 전화 등으로 확인해야 한다.
김경미, 배경미, 이재윤, 주윤미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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