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희생자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 리본을 만들어 잊지 않는 것뿐이라서..”
25시 광장 홈플러스 건너편에 ‘REBON’이라는 영문 글자와 함께 만들어진 설치미술, 보신 적 있나요? 설치미술을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면 모양도 각각인 노란 리본들이 빼곡히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알고보면 이 설치미술은그저 감상하고 지나치기엔 너무 많은 사람들의 정성과 사연이 들어 있다는 것. 이유인즉, 이곳에 걸린 리본들이 전국 방방곳곳에서 세월호를 기억하는 누군가가 직접 만들어서 유가족에게 보낸 리본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것을 지난 9일부터 민예총 김태현 대표 그리고 시민·청소년 자원봉사자들이 일일이 걸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가족들에게 리본을 보내온 곳은 30여 곳. 세월호2주기를 맞아 리본에 담겨 있는 만든이들의 염원과 요며칠 리본을 걸고 있는 김대표와 자원봉사자들의 바람을 모아봤다.
독서논술교실 강소진 씨와 초등학생들의 염원을 적은 리본
25시 광장에서 리본을 걸고 있는 29살 강소진 씨는 세월호 2주기를 맞아 본인이 가르치고 있는 독서논술학원 초등학생들과 리본 팻말을 만들었다. 마침 직접 리본을 걸고 있는 소진 씨와 이야기 나눴다. “2년 전에 정말 자원봉사를 하고 싶었어요. 그때는 봉사하는 시민들이 많아서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죠. 2주기를 맞아 마침 노란 리본을 모은다는 소식을 듣고 가르치는 원생들과 직접 바람을 적어서 리본팻말을 만들어 봤어요. 작업을 하면서 진지한 학생들을 보니 제가 더 공부가 되더라고요.” 팻말을 만드는 과정 중에 어떤 이야기가 들어 있을까?
소진 씨는 “학생들과 세월호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눴어요.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은지에 대한 토론이 이뤄졌고요. 터져서는 안 될 안전사고에 스스로를 어떻게 지켜나가야 하는지를 이야기했는데 아이들은 리본을 만들 때 이야기를 나눌 때 너무 숙연했고 진지했어요. 앞으로 안전한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세월호 사고를 오래오래 기억해야 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 자리에서 손 팻말을 드는 소진 씨를 카메라에 담았다.
부천 ‘산어린학교’ 학생들
“언니오빠들 잊지 않을게”
직접 합동분양소를 찾은 부천 산 어린이학교 중등과정10명의 학생들과 이화전 교장 그리고 한상윤 교사를 만났다. 산 어린이학교는 부천에 소재한 대안학교이다. 이날 학생들은 가족들과 만나기 전 분향소를 먼저 돌았다. 박세민(14세) 학생은 “세월호 2주기를 맞아 다시 언니오빠들을 만나니까 가슴이 먹먹하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조용조용 분향소를 나온 학생들은 직접 만든 리본을 들고 가족대기실에서 주현어머니와 정인아버지를 만났다. 유가족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학생들은 생존 언니·오빠들의 안부를 걱정했고 아직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 희생자들을 기억했다. 꼭 돌아와 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직접 유가족들을 보니 조금 안심된다는 말도 남겼다. 그렇게 학생들의 점토리본과 손뜨개 리본은 유가족들에게 전해졌다. 학생들을 인솔한 이화전 교장은 “있는 자리에서 세월호를 잊지 않는 것, 그것이 어른으로서 학생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라고 믿는다. 시간 내 준 유가족들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짧은 만남을 뒤로 그들은 부천으로 향했다.
정성과 염원을 담은 손길들
2주기에 앞서 일일이 다 소개하지 못하는 많은 손길들이 리본을 통해 유가족들에게 모아졌다. 아이쿱 생협 동아리 단체 “책너머”·안산다문화가족지원센터·구리 느티나무의료복지사회협동조합·숙명여대 학생들·푸른 숲 중1학생들·대전 수성구 이수정 씨·수지 꿈학교·서울예대 3학년 임우진·이상민·신명은 학생 그 외 이름 모를 손길들이 리본을 보내오고 있었다. 서울예대 연기과3학년 이상민 학생은 “그동안 세월호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해서 도움 될 만한 일을 하지 못했다. 리본을 만들어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게 너무 감사하다.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싶다”고 했다.
25시 광장에서 민예총 김태현 대표는 이런 말로 인터뷰를 가름했다. “세월호 2주기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마음들을 리본으로 모아 설치미술과 접목시켜 봤다. 보다 많은 시민들이 기억하고 볼수 있도록 전시하고 싶다. 안산과 세월호를 우울하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승화시킬 수 있는 안산이 되길 꿈꿔본다.”
리본은 오는 25일까지 광장에 전시되었다가 유가족들에게 다시 전달될 예정이다.
2년 전 그날처럼 벚꽃은 흐드러지게 피었고 피어 떨어진 꽃들처럼 희생자들은 떨어졌다. 하지만 그 향기 그 여운이 모두가 바라는 대로 오래오래 흩날리기를 소망해본다.
한윤희리포터hjyu67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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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시 광장 홈플러스 건너편에 ‘REBON’이라는 영문 글자와 함께 만들어진 설치미술, 보신 적 있나요? 설치미술을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면 모양도 각각인 노란 리본들이 빼곡히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알고보면 이 설치미술은그저 감상하고 지나치기엔 너무 많은 사람들의 정성과 사연이 들어 있다는 것. 이유인즉, 이곳에 걸린 리본들이 전국 방방곳곳에서 세월호를 기억하는 누군가가 직접 만들어서 유가족에게 보낸 리본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것을 지난 9일부터 민예총 김태현 대표 그리고 시민·청소년 자원봉사자들이 일일이 걸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가족들에게 리본을 보내온 곳은 30여 곳. 세월호2주기를 맞아 리본에 담겨 있는 만든이들의 염원과 요며칠 리본을 걸고 있는 김대표와 자원봉사자들의 바람을 모아봤다.
독서논술교실 강소진 씨와 초등학생들의 염원을 적은 리본
25시 광장에서 리본을 걸고 있는 29살 강소진 씨는 세월호 2주기를 맞아 본인이 가르치고 있는 독서논술학원 초등학생들과 리본 팻말을 만들었다. 마침 직접 리본을 걸고 있는 소진 씨와 이야기 나눴다. “2년 전에 정말 자원봉사를 하고 싶었어요. 그때는 봉사하는 시민들이 많아서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죠. 2주기를 맞아 마침 노란 리본을 모은다는 소식을 듣고 가르치는 원생들과 직접 바람을 적어서 리본팻말을 만들어 봤어요. 작업을 하면서 진지한 학생들을 보니 제가 더 공부가 되더라고요.” 팻말을 만드는 과정 중에 어떤 이야기가 들어 있을까?
소진 씨는 “학생들과 세월호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눴어요.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은지에 대한 토론이 이뤄졌고요. 터져서는 안 될 안전사고에 스스로를 어떻게 지켜나가야 하는지를 이야기했는데 아이들은 리본을 만들 때 이야기를 나눌 때 너무 숙연했고 진지했어요. 앞으로 안전한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세월호 사고를 오래오래 기억해야 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 자리에서 손 팻말을 드는 소진 씨를 카메라에 담았다.
부천 ‘산어린학교’ 학생들
“언니오빠들 잊지 않을게”
직접 합동분양소를 찾은 부천 산 어린이학교 중등과정10명의 학생들과 이화전 교장 그리고 한상윤 교사를 만났다. 산 어린이학교는 부천에 소재한 대안학교이다. 이날 학생들은 가족들과 만나기 전 분향소를 먼저 돌았다. 박세민(14세) 학생은 “세월호 2주기를 맞아 다시 언니오빠들을 만나니까 가슴이 먹먹하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조용조용 분향소를 나온 학생들은 직접 만든 리본을 들고 가족대기실에서 주현어머니와 정인아버지를 만났다. 유가족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학생들은 생존 언니·오빠들의 안부를 걱정했고 아직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 희생자들을 기억했다. 꼭 돌아와 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직접 유가족들을 보니 조금 안심된다는 말도 남겼다. 그렇게 학생들의 점토리본과 손뜨개 리본은 유가족들에게 전해졌다. 학생들을 인솔한 이화전 교장은 “있는 자리에서 세월호를 잊지 않는 것, 그것이 어른으로서 학생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라고 믿는다. 시간 내 준 유가족들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짧은 만남을 뒤로 그들은 부천으로 향했다.
정성과 염원을 담은 손길들
2주기에 앞서 일일이 다 소개하지 못하는 많은 손길들이 리본을 통해 유가족들에게 모아졌다. 아이쿱 생협 동아리 단체 “책너머”·안산다문화가족지원센터·구리 느티나무의료복지사회협동조합·숙명여대 학생들·푸른 숲 중1학생들·대전 수성구 이수정 씨·수지 꿈학교·서울예대 3학년 임우진·이상민·신명은 학생 그 외 이름 모를 손길들이 리본을 보내오고 있었다. 서울예대 연기과3학년 이상민 학생은 “그동안 세월호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해서 도움 될 만한 일을 하지 못했다. 리본을 만들어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게 너무 감사하다.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싶다”고 했다.
25시 광장에서 민예총 김태현 대표는 이런 말로 인터뷰를 가름했다. “세월호 2주기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마음들을 리본으로 모아 설치미술과 접목시켜 봤다. 보다 많은 시민들이 기억하고 볼수 있도록 전시하고 싶다. 안산과 세월호를 우울하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승화시킬 수 있는 안산이 되길 꿈꿔본다.”
리본은 오는 25일까지 광장에 전시되었다가 유가족들에게 다시 전달될 예정이다.
2년 전 그날처럼 벚꽃은 흐드러지게 피었고 피어 떨어진 꽃들처럼 희생자들은 떨어졌다. 하지만 그 향기 그 여운이 모두가 바라는 대로 오래오래 흩날리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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