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_ 2015 대한민국 수학교육상 수상한 경인고 이기돈 교사

“문제풀이 아니라 수학의 놀라움과 신비로움 전하고 싶어요”

지역내일 2016-03-23

경인고등학교(교장 김철환) 이기돈 교사가 수학교육의 변화를 위해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5 대한민국 수학교육상 교육부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2013년부터 교육부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수학교육상은 수학 수업과 교육에 대한 헌신성 등을 중심으로 교수-학습, 평가 방법 개선 등으로 수학교육 발전에 기여한 교원에게 주는 상이다. 전국 25명의 수상자 중 유일한 서울지역 수상자로 수학 토론수업과 모둠별 수업으로 수학이 의미 있고 재미있는 학문이라는 것을 학생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이기돈 교사를 만났다.




문제풀이
, 그 이상의 수학의 의미


12년차 수학교사인 이기돈 교사가 수학교육상에 도전하게 된 건 수학을 단순 문제풀이로 생각하고 수학을 재미없어하다 못해 학생의 절반 이상이 수학을 포기하고 잠을 자는 학교 현장이 먼저 변화돼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학창시절 수학하면 떠오르는 생각은 문제풀이입니다. 왜 푸는지, 이 문제를 풀면 우리 생활에 어떤 쓸모가 있는지 전혀 생각하지 않고 대학을 가기 위해, 졸업을 하기 위해 문제를 풉니다. 하지만 수학은 몇 천 년의 역사를 이어오면서 많은 사람에게 감동과 영감을 선사했던 것은 문제풀이 이상의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교사가 수학의 의미를 학생들에게 제대로 가르쳐주고 싶었던 이유는 자신의 경험에서 출발한다. 이 교사는 공과대학에 입학했다가 제대 후 사범대 수학교육과로 전과해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면서 깊고 형용할 수 없는 수학에 대한 감동에 빠져 수학교육학 박사가 됐다.


어려서는 수학문제가 명확하게 풀리는 맛에 수학을 좋아했지만 대학에서의 수학은 문제 해결의 기쁨 외 결과물이 모여 스토리로 만들어지는 또 다른 기쁨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확률과 통계 단원의 경우 1단원은 경우의 수, 2단원은 확률, 3단원은 통계로 확률을 하기 위해 경우의 수를 먼저 배우고 통계를 하기 위해 확률을 배웁니다. 결국 통계적 추정이라는 스토리로 엮어집니다.”


통계적 추정은 ''부분''으로 ''전체''를 추론하는 것이다. 단원을 배우기 전 학생들에게 추론을 하라고 하면 수학적 근거 없이 모호하게 말한다. 하지만 머리 둘레 재기로 자신의 머리 둘레를 재고 조별 평균에 이어 반 평균을 내고 나면 학교 평균, 전국 평균은 통계적 추정으로 계산이 가능해진다. 수학의 필요성과 의미를 자연스럽게 깨닫는 것이다.

모둠별 협력학습, 친구가 선생님이 되다


이 교사는 학생들이 적극 참여하는 수업을 만들고자 한 반에 32~33명의 아이를 8개 조로 나눠 모둠별 협력학습을 도입했다. 개념설명과 그에 따른 예제문제 풀이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조별로 문제를 풀게 했다. 조장과 조원이 문제를 다 풀고 나면 조원이 칠판 앞으로 나와 반 친구들 앞에서 풀이과정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 수업에 모든 학생이 찬성했던 것은 아니다. 공부를 잘하는 조장들은 왜 친구들에게 가르쳐줘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1학기 중간고사에서 80점을 받던 조장이 2학년 기말시험에서 100점을 받기도 하고, 같은 조에서 함께 공부했던 조원은 50점에서 80점으로 수학성적이 오르면서 협력학습의 성과가 확연하게 입증됐다.


강의식 수업을 할 때와 분위기가 다르게 학생들이 수학문제를 토론하고 앞에 나와 발표를 하면서 교실에서 학습이 일어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수포자가 많고 수업 시간이 정체돼 있다는 느낌 대신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몬티 홀 문제 도입한 토론수업


수학 토론수업도 과감하게 추진했다. 주제는 선택을 바꿀 것인가, 말 것인가의 몬티 홀 문제로 정했다. 몬티 홀 문제는 1963년부터 40년가량 지속된 미국 TV 쇼의 내용으로 3개의 문 중 하나를 선택하면 이후 남은 문 중 하나의 문을 열어 보여준 다음 원래의 선택을 지속하든지, 아니면 선택을 바꾸든지 기회를 주는 게임으로 확률과 통계단원을 알려주기 위해 도입했다.


수업 시간에 교실에서 몬티 홀 게임을 합니다. 2개의 팀으로 나눠 선택을 바꿀 것인가, 말 것인가로 대표자가 앞으로 나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면 그 의견을 듣고 아이들이 바꿀 것인지 말 것인지 토론을 합니다. 이때 상당히 많은 아이가 수학적으로 정답이 있는 방향으로 이동을 합니다.”


상황이 종료되면 이 교사는 대표 발언한 학생들의 표현에서 수학적 근거를 설명하고 처음 선택한 문에서 이길 확률은 1/3이지만 선택을 바꾸면 승산이 2/3로 증가하게 되는 조건부확률을 자연스럽게 이해시켰다.


교과서에서 다루는 수학적 사실이 어떤 점에서 흥미로운지를 토론과 모둠활동으로 문제풀이 이상의 수학적 가치를 교실 현장에 전하고자 했던 이기돈 교사, “설령 수학을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수학에 이야기가 있고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의미가 있는 학문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대한민국 수학교육상 수상자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수학이 주는 감동이 모든 학생과 대중들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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