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과 그리 떨어지지 않은 호수공원 뒤편에 위치한 ‘장항 양계장’. 일산에 살면서 몇 십번은 지나쳤던 길목에 제법 큰 규모의 양계농장이 숨어 있었다. 알고 보니 이곳은 깐깐한 검수과정을 통과한 지역의 우수 농축산물만 입점이 가능한 ‘로컬푸드 매장’에 매일 1만 개 이상의 달걀을 납품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의 주인장은 전영안(63), 정화자(59) 부부. 힘은 들지만 로컬푸드에 납품할 만큼 품질 인증을 받게 돼 행복하고 보람을 느낀다는 부부를 만나보았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12년 전 아무 것도 모른 채 시작한 양계업
네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라 도착한 장항양계장은 겉으로 봐서는 평범한 농가주택처럼 보였다. 멀리서도 인지된다는 특유의 닭 냄새도 나지 않아 안주인 정화자씨의 안내를 받고 나서야 양계농장임을 알았을 정도로 위생시설이 잘 갖춰진 장항 양계장. “전반적으로 경기가 안 좋기 때문에 우리 양계 농들도 모두 어려워요. 그런 중에 운 좋게 우리 계란은 로컬푸드 매장에 들어갈 수 있어서 다행이죠. 양계장을 운영하면서 그래도 지금처럼 좋을 때는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안정적인 판로가 생겨 힘들지만 보람을 느낀다고 웃는 정화자씨. 하지만 부부에게도 어려움이 많았단다. 장항동은 남편 전영안씨의 고향, 결혼 후 두 사람은 이곳 18마지기 땅에서 오이, 상추 농사를 지었지만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서울로 나가 5년 넘게 정육점도 운영했었고 다시 고향 땅으로 돌아와 하우스농사를 지었다. “땅을 사려고 대출을 받으려는데 당시는 보증인이 있어야 대출이 가능했어요. 그런데 보증서 줄 사람이 어디 쉽나요. 열심히 일해서 땅 조금 사고 또 조금 사고하면서 넓혀나갔죠. 그런데 논이 푹푹 빠지는 땅이라 마땅하게 농사를 지을 것이 없었어요.” 그러다 양계를 시작했는데 아는 것이 전혀 없는 상태라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고 털어놓는다. “얘들이 병이라도 나면 아는 것이 없으니까 한밤중에 수의사한테도 뛰어가고 그랬어요. 지금 생각하면 참 대책 없이 양계에 뛰어들은 셈이지요.”
아들들이 불평을 할 정도로 닭들에게 정성 쏟아
고생할 만큼 했다는 아내 정화자씨는 나이보다 젊고 고운 미모의 경상도 아낙이다. “고생한 티가 안 난다는 말은 가끔 들어요.(웃음) 하지만 우리 부부는 손에 지문이 없어요. 주민등록증을 만들 때도 애를 먹었죠. 예전엔 닭 배설물을 직접 삽으로 다 떠 옮겼고요. 자동화설비를 갖추기 전에 1만 마리의 닭을 키우면서 인부를 4명이나 썼는데 인건비 부담이 정말 컸어요. 가족은 가족대로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일하니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도 못했고...”
고생은 했지만 부부가 정직하게 생산한 달걀은 차츰 품질을 인정받게 됐다. 하지만 판로가 마땅치 않았고 매년 적자운영을 해오던 차 남편 전씨는 과감한 시설투자를 했고 때마침 고양시 로컬푸드 매장이 들어서면서 달걀을 납품하게 됐다.
고양시 인증을 받아야만 로컬푸드 매장에 입점하는 만큼 부부는 달걀 품질은 어딜 내놓아도 자신 있다고 말한다. “닭도 환경이 좋아야 건강하고 신선한 달걀을 낳아요. 환기도 잘 시켜주고 알맞은 온도를 맞춰주고 물도 정화된 상수도를 주는 등 정성을 들인 만큼 바로 품질로 나타납니다.” 남편 전씨 말에 아내 정씨도 “3동의 계사 중 지금은 2동에만 닭들이 있어요. 달걀도 노계가 낳은 건 껍질도 얇고 영양가도 떨어지지요. 10~12개월 주기로 돌아가면서 한 동을 비워두고 어리고 건강한 닭으로 교체할 준비를 합니다. 우리 닭들은 파주 한 병아리 농장과 계약을 맺고 건강한 중병아리만 엄선해서 직접 공급받고 있어요. 산모가 건강해야 하듯 닭도 마찬가지라 병아리 때부터 신경을 써요. 또 자동화 시설을 하고 나니 스트레스를 덜 받아 안정적으로 좋은 달걀을 낳고 있어요”라고 한다. 한 여름에 집은 찜통이어도 계사에는 에어컨을 돌려 닭들이 더위를 먹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고 웃는 부부. 두 아들이 우리도 더운데 우리는 닭들보다 못하냐고 했을 정도로 양계농장에 정성을 쏟았다고 한다.
당일 낳은 달걀의 신선함을 바로 소비자에게로
달걀은 대개 생산에서 소비자에게 전해지기까지 10여 일 정도 유통과정을 거치게 된다. 고양시에 로컬푸드 매장이 들어서면서 이곳에서만큼은 그런 유통 패러다임도 바뀌어 장항 양계장에서 생산된 달걀은 만 하루가 지나지 않아 소비자에게 전해진다. “신선한 달걀은 껍질이 매끄럽고 윤이 나요. 또 깨보면 노른자 흰자가 탱탱하니 보기부터 달라요. 바로바로 소비자들에게 전해지니까 예전 시골 닭장에서 방금 낳은 달걀을 깨먹던 그 맛이 납니다.”
항생제와 색소를 넣지 않고 오직 좋은 사료만으로 닭으로 생산한 달걀은 하루에 약 5만 5,000개, 그중 1만 개가 로컬푸드 매장으로 당일, 늦어도 하루 안에 배송되고 있다. 현재 농가 생산량의 20%를 로컬푸드 매장에 공급하고 있고 장항 양계장의 큰 소득원으로 자리 잡았다는 부부. 요즘은 큰 아들 전민석(32)씨도 양계장 일을 돕고 있어 큰 힘이 된다고 전한다. 아전민석씨는 양계장에서 생산된 달걀을 매일매일 4곳의 로컬푸드 매장에 공급하고 있다. 매장에 공급된 달걀은 중간 마진 없이 생산자에서 바로 소비자에게 전해지기 때문에 당연히 품질에 비해 가격도 싸다. “소비자들이 가격이 싸다고 품질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할 때 가장 속상해요. 하지만 요즘은 로컬푸드가 많이 알려져서 좋은 달걀이라고 인정해주시는 분들이 많아 행복합니다.” 장항 양계장에서는 도소매를 함께 하고 있어 직접 찾아가 신선한 달걀(단위는 한 판 이상)을 살 수 있다.
문의 031-901-3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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