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역 각 학교의 ‘공부의 신’은 어떻게 공부할까? 학생, 학부모들이 귀를 쫑긋 세우는 대목이다. 공부에 왕도는 없지만 공부 효율을 높여주는 ‘개인의 노하우’는 분명 있다. 고교별로 약 150명의 학생을 인터뷰하며 그들만의 공통점을 뽑아보았다.
▶learn how to learn
광남고 졸업생 강도희 양은 수능에서 한 두 문제 실수가 치명적이라고 판단하고 본인의 공부법을 리셋했다. “고1 때까지 과목별로 최적화된 공부법을 찾는데 공을 많이 들였어요. 선배의 조언, 다큐, 책 등 도처에 널려있는 공부법을 적용해 시행착오 겪으며 ‘내 스타일’을 찾았습니다. 첫 시험에서 수학이 80점대가 나왔는데 원인을 찾아보니 두루뭉술한 문제 풀이 습관 때문이더군요. 그 뒤부터 틀린 지점을 샅샅이 훑으며 정확히 이해한 다음 문제풀이 양을 늘려나갔습니다.” 강양은 지난해 수능에서 만점을 맞았다.
상당수 학생들은 ‘남의 공부법’을 벤치마킹할 뿐 본인에게 최적화 시키는 데 서툴고 ‘공부법 공부’에 노력,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않는다. 반면에 우리 지역 공신들은 ‘개인 맞춤형 공부법’을 찾는데 공을 많이 들인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하루 24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내신이든 수능이든 한 문제로 등급이 갈리기 때문에 완벽주의 공부법을 체화해야 한다.
오답들을 철두철미하게 분석해 왜 틀렸는지 포스트잇에 적어 책상 앞에 가득 붙여놓고 반복해서 보면 시험에서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스스로에게 각인시키는 공부법부터 배운 내용을 손짓, 몸짓 총동원해 큰소리로 떠들며 남에게 설명하듯 오감활용 스터디까지 각양각색이다.
창덕여고 졸업생 김정민 양은 “대형 포스트잇을 붙여 놓고 각종 도형과 마인드맵 그려가며 설명하듯 공부해야 잘 되는 스타일입니다”라고 말한다.
늘 영어가 성적의 발목을 잡았던 영동일고 홍승완 군은 “내신 시험 범위 영어 지문이 대략 60개쯤 되는 데 매번 달달 외웠고 시험 전날에는 흰 종이에 암기한 모든 지문을 다 써보며 ‘백지복습’을 하며 영어 울렁증을 극복했습니다”라고 귀띔한다.
‘암기식 보다는 이해식’ 공부가 본인에게 맞는다는 잠신고 윤주빈 양은 전 과목을 대단원-중단원-소단원 순으로 내용의 상호연관성을 따져가며 마인드맵 스터디로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고교 공부는 중학생 때처럼 벼락치기기 통하지 않기 때문에 과목별로 철저히 연구했습니다. 가령 국어는 문학 파트가 취약해 소설, 시를 방학동안 집중적으로 읽었더니 시험 때 오답이 줄더군요. 이처럼 시간 대비 공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본인이 찾아야 합니다”라고 동북고 졸업생 윤동선 군이 강조한다.
▶내신, 수업 후 ‘5분 골든타임’
학생들 인터뷰 때 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수업 후 5분 활용 공부법. 다들 ‘내신 대비의 효자’라고 입을 모은다. 에빙하우스 망각곡선 이론(학습 후 20분 지나면 42%, 한 달 후 79% 망각, 복습 통해서 기억 유지해야 함)을 활용한 공부법으로 쉬는 시간 동안 수업 내용을 훑어두면 머릿속에 오래 기억되기 때문에 시험기간에 공부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키포인트라고 귀띔한다.
잠실여고 신민영 양은 “5분 동안 배운 걸 훑어보면서 중요한 핵심을 체크하고 선생님의 강조점을 곱씹습니다. 이해 안 되는 부분을 체크하고 자율학습시간에 확인하죠. 특히 시험 기간에는 수업 중 선생님들의 설명 뉘앙스 속에서 중요한 부분, 매우 중요한 부분을 간파해 집중적으로 복습니다. 출제 예상문제들인 셈이지요”라고 본인의 공부 노하우를 설명한다.
내신 대비 0순위는 학교수업에 초집중해야 하며 모르는 부분은 선생님들께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당부한다.
과목별로 1:1 질문을 많이 했던 동북고 졸업생 정동훈 군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자꾸 질문하다 보면 선생님 답변 속에서 내 나름의 시험 출제의 감이 옵니다. ‘이건 쭉 한번 읽어보기만 하면 된다’라는 부분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속뜻이며 꼼꼼히 설명해 주는 대목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인 겁니다. 사실 노력하는 학생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고 챙겨주는 건 모든 선생님들의 인지상정입니다. 열심히 하면 선생님의 기대와 격려를 받게 되고 그 부담감 때문이라도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집니다”라고 경험담을 들려준다.
영어, 수학 등 학교 방과후 프로그램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내신 대비 전략의 하나다. 잠실여고 이나현양은 “교과 수업에 들어오시는 선생님들의 방과후 프로그램에 참여한 덕분에 평소 궁금했던 부분을 자세히 질문할 수 있었고 내신 대비에 도움이 됐어요”라고 말한다.
▶공부 내용 정리해 ‘단권화’
공신들은 공통적으로 요약노트든 교과서든 본인만의 비기(?記)를 가지고 있다. 손으로 쓰며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공부 흡수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창덕여고 졸업생 곽효은 양은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한 비결로 “수업시간 중에는 과목별로 모든 선생님의 설명과 예시까지 연습장에 깨알같이 받아 적은 다음 혼자 복습하며 나만의 공부 노트를 완성하고 틈날 때마다 외웠습니다”라고 말한다.
“수업 내용, 자습서와 문제집 보며 공부한 내용을 한 권의 노트에 총정리합니다”라고 말하는 잠신고 졸업생 박기문군의 노트에는 ‘Q’자 표시, 중요한 대목 체크 등 본인만의 암호로 형광펜 그어가며 공들여 공부한 배움의 흔적이 담겨있다.
노트정리 대신 ‘교과서 단권화’를 활용해도 좋다. “수업 내용 필기, 교과 선생님이 강조한 부분, 참고서로 복습하다 새로 터득한 내용, 문제 풀다 틀린 부분까지 6가지 색깔로 구분해 교과서에 정리해 반복해서 봅니다”라고 신민영 양은 말한다.
▶수학의 산, ‘개념학습, 오답노트’로 넘다
수학의 신으로 불릴 만큼 수학DNA가 탁월한 학생은 소수다. 상위 1%에게도 수학은 ‘높은 산’이며 절대적인 시간투자가 필요한 과목이다.
첫 단계는 개념학습에 집중해야 한다. 배명고 졸업생 박찬웅군은 “고교 입학 전 수학의 정석을 꼼꼼히 공부한 게 도움 됐어요. 문제 풀이보다는 원리와 개념을 숙지하고 공식들을 하나씩 증명해 봤거든요. 개념이 탄탄해야 응용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내신 시험용 수학공부는 속도가 중요해요. 실수 없이 빨리 푸는 훈련이 꼭 필요합니다”라고 본인의 공부법을 소개한다.
수학 트라우마가 있었던 영동일고 안지예양은 끈기로 극복했다. “수학은 벼락치기가 불가능한 과목이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30문제 넘게 풀었어요. 수학 개념, 공식을 혼자서 증명해 보고 도저히 풀리지 않는 대목은 수학선생님께 SOS를 보냈습니다.”
개념이 다져진 후에는 문제풀이를 통해 유형을 익히고 오답을 100% 소화해야 한다. 한영고 졸업생 김태현군은 “한 문제집을 세 번씩 다시 풀었고 틀린 문제는 다섯 번 반복했어요 이해가 안가는 부분은 인터넷 강의를 찾아 반복해서 들었지요. 문제와 답을 달달 외우는 수준까지 되자 수학의 맥이 잡혔고 성적도 올랐습니다”라고 경험담을 들려준다.
김정민 양은 “단원별 개념을 손으로 써가며 머릿속에 새겨요. 특히 수학 점수는 문제풀이 속도가 좌우하기 때문에 스톱워치로 시간을 재며 1문제 당 1분 내에 풀 수 있도록 꾸준히 훈련합니다. 수학은 감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해요”라고 강조한다.
▶학습플래너로 깨달은 ‘적자(Writing)생존’의 힘
플래너의 중요성은 알면서도 꾸준히 실천하는 학생들은 드문데 공신들은 ‘극소수 그룹’에 포함돼 있다.
고교 3년 내내 플래너를 쓴 영동일고 졸업생 이성민 군은 “과목별 핵심 뿐 아니라 ‘수업시간에 한 번도 졸지 않았다’, ‘탁구 하느라 수학 학원에 지각했다’ 같은 칭찬이나 반성 문구까지 몽땅 적어요. 이렇게 해야만 하루 평균 3~4시간씩 혼자 자습할 수 있도록 스케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흐트러지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어요”라고 설명한다.
정신여고 졸업생 배미래 양은 “플래너에 매일매일 공부 시간, 분량을 구체적으로 써 놓고 하나씩 지워가면서 공부했어요. 1일 목표치가 모두 지워지면 희열감을 느끼죠”라고 효율적인 시간 관리에 도움 된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공신들은 학습플래너를 자기주도학습 시간을 관리하고 공부패턴을 분석, 반성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하며 자승자강(自勝自强, 스스로를 이기는 자가 강한 사람)을 실천으로 보여줬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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