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조선의 학자 양성지는 ‘조선은 성곽의 나라다’라고 조선성곽의 정체성을 규정했다. 조선의 제갈량이라 불렸던 양성지의 말에 뭔가 강한 느낌을 받은 천명철 작가는 그때부터 한국의 성곽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문헌에 따르면 한국의 성곽은 남한에만 1800여개, 또 다른 주장에 의하면 3000여개 이상으로 추정된다. 북한에 있는 성곽과 중국에까지 퍼져있는 한국성곽의 수효를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많다. 이것만 보더라도 세계사에 유래 없는 성곽유산 보유국이라는 천 작가는 이제 성곽의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한국성곽을 기록과 보존의 대상이 아닌 성곽의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일을 시작해야 할뿐만 아니라 전술적 기능과 축조기술에 있어서도 압도적인 우월성을 갖고 있는 한국의 성곽을 재조명해 선조들이 남긴 문화유산의 가치를 세계에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 방법론 중의 하나로, 성곽을 미학적 대상으로 접근하는 시도가 이번 전시에서 펼쳐진다. 성곽의 문화적조명이란 부분에서 천 작가는 사진가로서 할 수 있는 작은 부분만을 건드리고 있지만, 본격적인 한국성곽문화의 조성을 위한 시발점으로서의 큰 의미를 갖는다.
향후 한국성곽의 문화적 재조명을 위해 미술, 문학, 영화, 연극, 음악 등의 모든 예술 장르에 걸친 총체적 접근을 통해 성곽의 새로운 문화적 패러다임과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나가길 기대해본다. 이번 전시엔 수원화성을 포함, 작가가 2011년부터 촬영해온 22개의 한국성곽30여 점이 선보인다. 개막식은 12일 오후4시에 열린다.
전시일정 11월10일(화)~16일(월)
전시장소 북수동성당 내 뽈리화랑
관람료 무료
문의 031-246-8644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천명철 작가(1952~)
수원 출신의 토박이 사진가. ‘재미있는 사진 길라잡이’ 등 사진관련 저서 5권 집필, 농촌진흥청 외 전국 여러 곳에서 사진 강의를 해오고 있다. 수원사진학원을 운영하며, 후진들을 양성했고, 현재 행궁동 ‘천명철사진연구소’를 개소, 사진문화 창달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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