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기아에 허덕이는 곳, 황폐한 대륙으로만 알려졌던 아프리카. 생존의 문제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던 그곳에 세계 현대미술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예술작품이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짐바브웨의 그레이트 짐바브웨 유적을 만든 쇼나인이 창조해낸 쇼나 조각이 그것이다. 이름마저 생소한 아프리카 쇼나 조각. 이것을 대구에 최초로 선보인 사람이 바로 최근 개관한 쇼움갤러리 김수현 관장이다.
“원래 조각작품에 관심이 많았어요. 해외여행을 나가면 꼭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들르곤 했는데 그 단단한 대리석으로 마치 손에 닿으면 움직일 듯 부드러운 곡선을 표현한 작품들을 보며 한동안 그 자리를 떠날 수 없을 정도로 매료되곤 했습니다. 쇼나조각을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아프리카에서 이토록 아름답고 생동감 넘치며 우아한 작품이 나올 수 있을지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으니까요.”
김수현 관장은 지인의 소개로 처음 쇼나조각을 접하고 한두점 작품을 모으게 되면서 쇼나조각에 빠져들었다. 작품을 공부하고 아프리카에 대해 알게 되면서 미지의 그곳을 직접 가보고 싶다는 열망을 가졌다. 결국 지난 2010년 그녀는 돌의 왕국 짐바브웨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김 관장은 “스케치 한 장 없이 돌멩이 위에 맨발로 서서 오직 정과 끌만을 가지고 살아있는 듯 아름다운 조각을 만들어내는 그들을 보면서 그들의 천부적 영감에 감탄했다”며 “쇼나 조각가들의 작업현장은 열악하다. 그 열악한 환경에서 이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작품활동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들었다. 그 뒤로 여유가 생기면 아프리카로 달려가 조각가를 만나고 작품을 사오곤 했다. 그렇게 모은 작품들을 나 혼자만 감상할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 갤러리를 오픈하게 됐다”고 말한다.
최근 그녀는 동구 효목동과 수성구 만촌동에 각각 본관과 신관의 갤러리를 마련해 그녀가 꾸준히 모아온 작품과 아프리카에서 친분을 쌓은 인연으로 유럽에서 활동하는 5명의 쇼나 작가가 무상 제공한 작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
김 관장은 “후대에 돈을 물려주기보다 문화시민으로서의 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훨씬 좋은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글로벌인재의 가장 큰 덕목이 문화시민의식 아니겠냐”며 “이 갤러리를 아프리카의 영혼을 담은 쇼나조각을 대구에 소개하고 커피한잔 하며 문화에 대한 토론도 즐기는 문화공간으로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말한다.
이어 김 관장은 “쇼나조각은 유럽에는 널리 알려졌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권에는 매우 생소한 분야”라며 “아직 바람에 그칠 뿐이지만 언젠가는 중국이나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 쇼나조각을 알리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문의 : 053-745-9890
위치 : 본관 동구 효목2동 510-1 / 신관 수성구 달구벌대로 2598 S큐브빌딩 12층
김성자 리포터 saint053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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