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형에 대한 정식재판청구

지역내일 2015-10-14

벌금형에 대한 정식재판청구


형사사건 중에는 정식으로 형사재판을 받아야 하는 경우와 재판절차 없이 벌금이 부과되는 경우가 있다. 재판 없이 벌금이 부과되는 것을 약식명령 제도라고 한다. 이 경우에는 검찰에서 벌금형을 정하여 법원에 약식명령을 신청한다. 법원에서 판사가 약식명령에 도장을 찍어 보내면 7일 이내에 정식재판 청구를 하지 않는 한 그대로 벌금형이 확정된다. 약식명령에 대하여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하게 되면 판사 앞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밝힐 수 있는 재판을 받게 된다. 그러나 7일이 지나면 나중에 억울하다고 주장할 수 없게 된다. 정식재판 청구를 하여 소송을 하다가 자신이 원하지 않으면 정식재판 청구를 취하할 수 있다.


정식재판 청구를 한 경우에는 원래의 약식명령보다 형이 더 높아질 수 있을까? 아무리 죄질이 좋지 않아도 판사는 불이익 변경금지 원칙 때문에 벌금형을 올리거나 구속할 수 없다. 검사도 약식명령을 청구한 이상 나중에 피고인이 괘씸하다고 하여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약식명령을 철회하고 징역형을 구형할 수 없다. 피해자가 피고인이 나쁜 사람이라고 진정서를 아무리 제출해도 판사는 피해자를 위해 피고인에 대한 벌금을 올릴 수 없다.


간혹 약식명령에 대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여 자신의 억울함을 다투는 사건에서 증거조사 결과 피고인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드러나거나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 판사가 피고인이 괘씸하다는 이유로 구속할 수 있을까? 비록 벌금형을 선고할 경우라고 하더라도 도망할 염려가 있다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으면 구속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는 거의 없다. 정식재판 청구를 취하하게 되면 바로 벌금형이 확정되므로 석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약식명령 제도는 일단 피고인이 벌금형을 받아들이게 되면 나중에 더 큰 범죄가 드러나서 다시 처벌하고 싶어도 다시 처벌하지 못하게 되는 불합리한 경우도 생긴다. 판례 중에는 남편이 아내의 간통 사실에 관한 자백을 받아내기 위하여 일정 기간 동안 주거지에서 아내를 감금하고 가혹행위를 하여 상해를 가하고, 간통 사실에 관한 자술서를 쓰도록 강요한 경우 감금기간 중에 있었던 폭행으로 인해 벌금형을 받았다면 감금치상 및 강요죄는 벌금이 확정된 폭행죄와 범행일시, 범행 장소, 범행동기와 그 상대방이 동일하므로 감금치상 및 강요죄로 다시 처벌할 수 없다고 한 것이 있다. 약식명령 제도는 약식으로 벌금형을 부과하는 편리한 제도이지만 이로 인하여 이익을 보는 사람도 생길 수 있고 피해를 보는 사람도 생길 수 있다.


 

 



이재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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