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정초등학교 평생교육 프로그램 ‘해금교실’
두 줄이 만들어내는 풍성한 음색… 해금의 매력 속으로
평생교육시대, 엄마들도 문화센터나 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취미생활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문화센터가 아닌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면 어떨까. 거리도 가깝고 학교 소식도 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흔치 않은 프로그램까지 배울 수 있다. 서울은정초등학교(교장 장옥화)에서 마련한 평생교육학습 프로그램인 ‘오카리나 교실’은 학교의 아낌없는 지원과 회원들의 열정이 어우러져 바람직한 평생교육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깊어가는 가을, 해금 소리에 젖어
지난 9월 19일 서울은정초등학교 교문을 들어서자 애절하게 가슴을 울리는 해금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직은 ‘학교종이 땡땡땡’ 같은 초보적인 곡을 연주하지만 마음만큼은 어느 해금 연주가 못지않다.
“손에 힘을 잘못 쓰면 소리가 달라져요. 활을 드시면 안 되고 울림통 위에 붙어있어야 합니다.” 강사의 설명에 맞춰 애를 써 봐도 제대로 된 소리는 언제쯤이나 나오는 것일까? 평생 처음 만져보는 악기라 다루기 쉽지 않지만 구슬픈 소리의 매력에 빠져 해금을 배우고 있는 이들은 은정초교 평생교육 해금교실 회원들이다.
은정초교 해금교실은 올해 은정초교가 평생교육 거점학교가 되면서 도입됐다. 서울시교육청에서 학생오케스트라학교로 선정된 이후 학교시설과 악기를 학부모 및 지역 주민들에게도 혜택을 주고자 한국피리, 가야금, 해금 등 3가지 악기를 평생교육 강좌로 토요일 오후 1시 30분에 운영하고 있다.
은정초교 장옥화 교장은 “장인이 만든 최고로 좋은 악기를 선정해 구입했다”며 “바이올린이나 첼로 같은 양악기는 배울 수 있는 곳이 많지만 국악기는 한정돼 있고 특히 아이들이 공부하는 학교에서 평생교육으로 국악기를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장 교장은 토요일마다 학교에 나와 학교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챙기고 직접 해금을 배우기도 한다. “국악기의 장점이 상당히 크다”며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통해서 국악의 아름다움을 널리 보급했으면 좋겠다”고 밝힌다.
동요도 아름다운 가곡처럼 연주
지난 5월부터 시작된 해금교실에서 회원들이 연주하는 곡은 동요나 아주 쉬운 팝송 정도다. 전통악기인 해금을 잡았으니 민요라도 제대로 연주하고 싶지만 그러려면 제법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다행히 해금이 전통 곡뿐만 아니라 현대 곡도 자유롭게 연주가 가능해 동요도 아름다운 가곡처럼 연주할 수 있는 것이 해금만의 매력이다.
은정초교 해금교실 서유주 강사는 “아직 해금이 익숙지 않은 회원들이 많아 쉬운 곡을 연주하지만 1년 정도 꾸준히 연습하면 좋은 연주자가 될 것”이라며 “학교에서 진행하는 평생교육에 참여하시는 분들이라 열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말했다.
처음 해금교실을 시작할 때는 20여명 정도 참여했지만 토요일에 그것도 어려운 악기를 연주하다보니 정예부대 8명만 남았다. 이들은 거의 매주 진행되는 쉽지 않은 연습의 강행군에도 굴하지 않고 집에서 연습까지 해오는 애착을 보이고 있다.
토요일 오후 해금 연주하는 이들
요즘은 ‘해금’이 그나마 많이 알려져 아는 사람이 꽤 있지만 아직도 해금을 배울 수 있는 곳은 그리 흔치 않다. 학부모는 아니지만 해금을 꼭 배워보고 싶어 참여했다는 박미란 회원은 “해금 소리가 좋아 배워보고 싶었다. 제대로 배우지 못하더라도 한번 만져보고 싶었다”며 “가까운 학교에서 이런 기회가 생겨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
해금을 연주할 때마다 굳은살이 박이기 일쑤. 박선희 회원은 “해금을 연주할 때마다 굳은살이 박인다”며 “며칠 있다 껍질이 벗겨지고 굳은살이 박이고를 반복하면서 해금과 정을 쌓고 있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저렴한 수강료와 무엇보다 악기를 무료로 대여해 줘 큰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다. 서투른 연주에도 강사가 일일이 돌아보며 1대1로 함께 연주해주기 때문에 수업 만족도도 높다. 전혜선 회원은 “처음에는 해금 소리에 이끌러 배우러 왔다”며 “몇 개월 밖에 안됐지만 한 곡 한 곡 연주할 수 있게 되는 곡들이 늘어나는 것 또한 즐겁다”고 밝힌다.
아이와 연주도 한다. 박선희 회원은 “아이와 같이 연주하니까 공감대도 생기도 아이가 엄마보다 더 잘 연주해 자심감도 생겨 좋아한다. 배우길 잘했다 싶다“고 전한다. 임신애 회원은 ”아이와 같이 악기를 배우며 아이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됐다“며 “토요일 2시간 연주를 하고 오면 많이 힘들다. 이런 경험을 통해 아이가 학교 다녀오면 닦달하지 않고 쉬라”고 권한단다.
아직은 서툰 솜씨지만 언젠가는 멋진 연주를 위해 열심히 배우고 있는 회원들, 올 가을 학교에서의 연주회를 기대하며 지금도 활을 당긴다.
미니 인터뷰
장옥화 교장
“은정초등학교가 평생교육 거점학교로 지정되면서 어머니들이 한국피리, 가야금, 해금 같은 국악기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우리 정서에 잘 맞고 쉽게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으니 누구나 참여해서 배우기를 권합니다.”
박주연 회원
“캐나다에서 살았던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국악기를 연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국악기를 배우고 싶었는데 학교에서 기회가 주어져 배우게 됐습니다. 두 줄밖에 없는 악기가 어찌 이리 온갖 소리를 다 낼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권오남 회원
“작년부터 해금을 배우고 싶었는데 은정초교에서 평생교육 프로그램으로 개설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첫 번째로 신청하게 됐습니다. 평소 잘은 못해도 악기 하나쯤은 옆에 두고 연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해금을 연주하게 돼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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