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념 훌훌~민화 그리기
가장 한국적인 그림, 민화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
조선후기에 유행해 민중의 그림 혹은 백성의 그림으로 불린 민화. 아름다운 색채와 익살스럽거나 소박한 내용이 담긴 민화에는 한국적인 정서가 짙게 깔려있어 볼수록 친근하다. 최근 역사적인 유래와 미술사적 가치에 대한 보고가 활발해지면서 민화가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민화의 아름다움을 먼저 알고 그 매력에 푹 빠져 사는 사람들을 만나보았다.
정선숙 리포터 choung2000@hammail.net
소박하고 친근한 그림 민화
‘김용기 민화연구소’의 문을 여니 그림 그리기에 몰두하고 있는 수강생들의 진지한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붓으로 밑그림을 그려 하나하나 정성스레 색을 덧칠하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아교와 한국화 물감으로 한지를 염색하고 있다.
벽에는 수강생들의 그림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데 익살스러운 표정의 호랑이 그림을 비롯해 장수를 기원하는 십장생, 등용문을 뜻하는 잉어그림 등 우리 조상들의 정서와 소박한 바람을 엿볼 수 있는 매력적인 그림들이다. 처음 배우는 사람들은 도안을 베껴 그림을 그리는데 색감 선택과 붓의 터치로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어 같은 내용이라도 각자의 개성이 담긴 그림이 완성된다.
‘김용기 민화연구소’의 김용기 원장은 1977년도에 민화에 입문해 39년째 민화를 그리며 많은 사람들을 가르쳐왔다. 그는 국내 화랑과 박물관, 미술관 등의 다양한 전시회뿐 아니라 그리스, 미국, 독일, 캐나다 등 해외에서의 기획전 및 초대전, 교류전에 작품을 전시한 유명 작가다. 지난 9월에는 지난해에 이어 프랑스 파리 ‘메타노이아 갤러리’의 전시회를 통해 우리 민화의 특별한 아름다움을 알리기도 했다. 김용기 원장은 “민화는 한민족의 뿌리와 얼이 담긴 겨레 그림”이라며 “우리 정서에 꼭 맞는 내용으로 소질이 없어도 누구나 쉽게 그릴 수 있다. 사물의 형태 하나하나에 소중한 의미가 담겨있어 배우는 재미도 크다”라고 전한다.
온전히 그림에만 집중하는 시간 즐거워
붓 선이 일정하도록 찬찬히 도안을 따라 그린 후 섬세하게 색을 덧칠하면서 집중하다보면 잡다한 생각은 사라지고 시계바늘은 몇 번을 돌아간다. 통상 한 번에 3시간동안 그림을 그리지만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
고경희(53세)씨는 “5시간씩 한자리에 앉아 그림을 그려도 전혀 힘들지 않다”라며 “일주일에 한 번씩 배우다 정말 재미있어서 두 번씩 오고 있다. 점점 욕심이 생겨 데생과 수채화도 배우고 있는데 일하면서 일주일에 세 번씩 그림을 그린다”고 전한다.
민화를 배운지 3개월이 됐다는 최은정(51세)씨는 “민화는 새로운 도전”이라며 “밑그림이 있어 초보자가 배우기에 정말 좋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림이 점점 섬세해진다. 소질이 있는 사람은 다양하게 응용하고 창작할 수도 있다”며 적극 권했다. 남편이 민화를 좋아해 200년이 넘은 민화를 소장하고 있다는 임선빈(45)씨는 입시를 앞두고 있는 아들을 위해 등용문을 뜻하는 잉어그림을 그려줬단다. “예전에는 동묘나 인사동에서 가끔씩 민화를 구입했지요. 민화를 집안에 걸어두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들었어요.”
민화를 배우면서 찾은 즐거움은 하나 더 있다. 평일 낮 시간대에 주부들이 주로 모이다보니 공감대가 맞아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다. 맛있는 간식을 함께 나눠먹기도 한다. 오늘은 선빈씨가 직접 만들어 온 콩떡으로 분위기는 더 화기애애해진다.
지극히 한국적인 그림이지만 학교에서조차 제대로 접하지 못했던 민화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고 했다. 올 가을, 열정적인 자세로 무엇이든 배우고 싶다면 민화에 도전해보시길.
김용기 원장
“민화가 행복한 시간을 선물해줍니다”
한복과 한식, 한옥처럼 민화는 한민족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그림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메마른 감성을 적시고자 옛 것을 그리워하는 추세로 변해가고 있지요. 그래서인지 요즘 민화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양천 실버대학에서 재능기부로 평균연령 80대 어르신들에게도 민화를 가르치고 있어요. 처음에는 손이 떨려 붓 잡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노인 분들이 점점 익숙해진 손놀림으로 그림을 그리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하고 같이 행복해집니다.
신희정씨(44세)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어요”
드라마 ‘마마’를 통해 민화를 알게 됐어요. 민화에 대해 궁금해서 인터넷을 검색했고 친구들과 함께 배우고 있답니다. 그림을 배우는 게 처음이지만 선생님이 꼼꼼하게 지도해주셔서 어렵지 않게 따라하고 있어요. 민화에 푹 빠져 그리다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가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이 시간이 정말 즐겁습니다. 심신이 수양되는 느낌도 들고요. 열정적으로 도전하고 열심히 사는 모습이 고3인 아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고경희씨(53세)
“민화작가의 꿈을 꾸게 됐습니다”
13년 전, 우연히 민화를 접했는데 배우고 싶은 마음은 있었으나 직장생활로 바빠 접어두고 살았지요. 그러다 2년 전부터 인사동에서 그림을 시작했고 가까운 이곳으로 옮겼어요. 민화는 색깔이 아름다워 마음까지 밝아집니다. 그림을 좋아하지만 소질은 없는 저였는데 어느새 민화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네요. 독일에서 유학하는 아들이 제 그림을 가지고 가서 팔고 싶다는 우스갯소릴 해요. 외국에서 인기가 더 좋을 거라면서 말이죠.
석재민씨(43세)
“자녀와의 이야깃거리가 풍성해졌어요”
친구들과 만나서 차 마시고 수다만 떨기에는 세월이 아까웠어요. 몰입해서 배울 수 있는 색다른 것을 찾고 있었는데 민화를 만나게 돼 정말 좋습니다. 다른 그림보다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해서 저와 잘 맞는 듯해요. 처음에는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배우다보니 재미있고 쉬워요. 민화는 뜻이 있는 그림이라 아이들에게 설명하면서 더 많은 이야깃거리를 나눌 수 있지요.
김용기 민화연구소
위치: 강서구 공항대로 329 청호프라자 203호
문의: 02-3662-4001
김용기 민화이야기 http://cafe.daum.net/887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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