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이고등학교(교장 이기철) 3학년 한성민 학생은 지난 4월 말레이시아(Kangar, Perlis UniMAP Main Campus)에서 열린 국제 공학기술발명전시회에 참가해 ‘쓰레기 분리수거 로봇’으로 금메달을 수상했다. 15개국 500여 명이 참가한 이번 전시회에 성민군은 일반고 학생으로서 과학고 학생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한국 대표로 참가했다. 전시회에서는 참가자들이 제작한 발명품을 전시하고 관련 논문을 발표하는 세미나도 진행했는데 성민군이 제출한 논문은 우수논문으로 인증돼 우수논문상도 받았다. 유치원 때부터 로봇을 만들고 바라보며 꿈을 키워왔다는 한성민 학생을 만나보았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로봇과 발명의 자연스러운 결합
흔히 유치원 또래의 남자아이들이 그렇듯 성민군 또한 어릴 적부터 레고와 로봇을 좋아했다. 좋아하는 것들을 만들어보며 만들기 실력이 조금씩 쌓여갔고, 초등 5학년 때 학교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로봇 만들기 수업을 듣게 되면서 본격적인 로봇의 세계로 들어섰다. 6학년 때부터는 각종 로봇 만들기 대회에 참가했다. 전국 대회나 규모가 큰 대회에 참가해 수상을 하면서 자신감이 커졌고 관심 분야도 넓어졌다. 로봇 제작에 이어 생활의 편리함을 줄 수 있는 발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늘 새로운 로봇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던 터라 발명으로 자연스럽게 관심이 확장됐어요. 발명 또한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거잖아요. 로봇과 발명을 결합해 생각해보니 둘이 잘 맞더라고요.”
이렇게 로봇을 활용해 태어난 발명품이 바로 쓰레기 분리수거 로봇이다. 이 로봇은 쓰레기를 자동 분리하는 기능이 탑재돼 있어 쓰레기를 넣으면 알아서 분리해준다. 실생활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고 편리성이 돋보인다는 호평을 받은 발명품이다. 우수논문상을 받은 발명품은 방범용 후방감지 스마트 폰. 스마트 폰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면 뒤에 사람이 다가와도 이를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사람이 뒤에서 접근하면 자동으로 진동을 느낄 수 있는 기능을 담아 치안 문제에 관심이 높은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었다.
든든한 지원군의 도움으로 성장
성민군에게 수상의 기쁨을 안겨준 발명품들은 오랜 고민과 노력 끝에 탄생한 것들이다. 대회에 나갈 때마다 매번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여줘야 하고 발명품을 작동시키기 위해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했다. 대부분을 혼자 공부하며 개척해왔지만 그래도 부족한 점이 있을 땐 관련 분야의 전문 교사들이 많은 과학고 학생들을 부러워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묵묵히 도움을 주는 지원군들 덕분에 성민군은 여전히 로봇 전문가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발명품 제작에 필요한 다양한 재료들은 부모님께서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구해주셨고요, 선생님께서(덕이고 발명동아리 이정인 지도교사) 기술적인 자문을 얻을 수 있도록 전문가분들과 연결을 해주셨어요. 또 한림원의 교수님들도 많은 도움을 주셨답니다. 덕분에 로봇공학과 기계공학 분야를 더 깊이 공부할 수 있었어요.”
성민군은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서 청소년들을 위해 진행하는 과학영재 사사 사업에 발탁돼 관련분야 전공 교수들로부터 일대일 교육을 받았다. 본인이 갖고 있던 로봇과 발명 분야의 열정에 전문 교수들의 지도가 더해져 세계에서 주목받는 발명품을 선보일 수 있었다고 한다.
로봇은 나의 꿈
고3인 성민군은 요즘 수시 원서 접수 준비를 하고 있다.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뚜렷한 만큼 학과 중심으로 지원 가능한 대학을 파악 중이다. 로봇대회나 발명대회가 시험기간과 겹쳤을 때는 두 가지를 병행하는 고단한 길을 걸어왔지만 관련 분야의 활동들을 멈추지 않고 해왔다. 학교 발명대회는 무조건 참가했고, 교내 과학대회에도 열심히 참가했다. 발명 동아리와 컴맹이라는 컴퓨터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며 다양한 경험도 쌓았다.
로봇이나 발명 관련 대회에는 일반고 학생들보다 과학고 학생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참가한다. 학교의 지원이 든든한 과학고와 달리 일반고 학생들은 스스로 모든 것을 준비하고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는 약점은 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꿈을 멈추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 성민군의 생각이다.
“대회에 나가보면 학생들이 만들었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발명품들을 보게 되는데 너무 결과에만 치중해 본질을 잃어버려서 나타나는 현상 같아요. 결과보다는 내가 그것을 만들었다는 자부심과 뿌듯함을 갖는 것이 먼저인 듯해요. 그리고 열심히 꿈을 쫓아가다 보면 언젠가 꼭 좋은 결실을 볼 날이 온다고 생각합니다.”
성민군은 로봇공학 전문가나 로봇 연구원을 꿈꾼다. 초등학생 때부터 한 번도 바뀌지 않은 꿈이다. 언젠가 로봇과 인간이 공생하는 세상이 온다면 그가 우직하게 꿈을 향해 걸어온 덕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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