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좋은 창가에 앉아 은은한 커피 향과 함께 책을 읽노라면 그곳이 바로 나의 ‘서재’가 되는 공간. 이곳은 세상을 바꾸는 일은 크고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은 일을 꾸준히 하는 것에 있다는 소신으로 서강대학교 종교학과 오지섭 교수와 그의 아내 박재신씨가 문을 연 북카페‘서재’다. 부부는 오래 전부터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지 않더라도 책과 가까이 할 수 있는 그런 공간, 특히 인문학을 일반인에게 알릴 수 있는 소박한 공간을 꿈꿔왔다. 북카페 ‘서재’의 문을 연 이후 시니어 청소년 가족 등을 주제로 다양한 인문학 모임을 진행하면서 고양시의 인문학을 사랑하는 이들과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는 오지섭, 박재신 부부를 만나보았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부부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공간 ‘서재’
‘서재’라는 이름에서 연상되듯 이곳에 들어서면 역사 철학 사상 등을 다룬 인문학서적들이 한쪽 벽면 서가에 가지런히 꽂혀 있다. 맞은편에는 앞으로 진행될 인문학 강좌가 쓰여 있는 칠판과 눈 닿은 곳 마다 인문학의 향기로 가득한 이곳. ‘서재’를 열기 전 부부와 딸 오한나씨 등 세 식구는 함께 홍대 앞이나 헤이리의 분위기 좋은 북 카페를 찾아다니곤 했단다. “가족이 함께 향 좋은 커피를 즐기면서 책을 읽는 것이 좋았어요. 그래서 언젠간 나도 이런 공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라는 오 교수.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는 북 카페라면 ‘서재’보다 좋은 곳이 많겠죠. 우리가 꿈꿨던 것은 인문학이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라 살면서 겪게 되는 고민들을 좀 더 쉬운 인문학으로 함께 이야기하고 토론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서재’가 문을 연 지 이제 4년 째, 그동안 이곳에서는 남편 오 교수가 ''몸'', ''고통'', ''용서'', ''생각'' 등을 주제로 책읽기 모임을 진행했고 ‘인문학 공부모임’에서는 ''장자'', ''인간 본성의 이해'' ‘논어에서 읽는 삶의 지혜’ ‘세계 종교의 이해’ 등 세상과 인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또 지난해에는 ‘고양시평생교육카페’로 선정돼 ‘시니어 강좌-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성장통을 겪고 있는 우리 아이들과 인생의 전환점에서 힘들어 하는 부모들의 상황을 서로 알아가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특강 ‘아빠, 엄마를 부탁 합니다’를 진행하기도 했다.
‘북 카페 서재’에서 ‘인성문화연구소’로~
우리의 삶이 피폐해질수록 이를 풀어주는 힐링의 역할을 인문학이 맡아야 한다는 오 교수는 연구와 강의로 바쁜 일정 속에서도 ‘서재’를 통해 보다 친근한 인문학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그 덕분에 책 읽는 모임과 인문학 강좌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마니아들도 생기고 이제 ‘서재’는 책과 커피, 인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마음의 안식 같은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사실 ‘서재’가 몇 안 되는 고양시의 작은 문화 공간, 보루로 자리 잡고 있는 데는 부부의 교육 철학과 인문학적 지향점이 같았기 때문이다. 아내 박재신씨는 EnR 영어도서관, Albatross 영어학원 등을 운영하고 영어강사로 바쁘게 활동하면서도 남편 오 교수와 뜻을 같이 해왔다.
하지만 사업성을 따지자면 ‘서재’를 운영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아내 박씨는 “늘 올해 만 올해 만 하면서 넘기곤 하지요“라며 웃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이의 삶 속에서 의미를 주는 인문학의 가능성을 찾고자 소박한 노력을 거듭해온 부부는 ‘서재’가 담당해온 인문학적 영역을 넓히고자 ‘북 카페’에서 ‘인성문화연구소’로 새롭게 출발했다. 아내 박씨는”서재의 외형적인 모습은 변하지 않지만 내적으로 좀 더 많은 사람들과 인문학과의 소통을 넓히고자 한 것“이라고 한다. 서강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교육학 석사이기도 한 박재신씨는 그동안 영어강사로 활동하면서 아이들에게 무조건 성적을 올리기 위한 공부를 시키기 이전에 아이들이 스스로 행복한 변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학습 코칭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최근 ‘서재’ 인근에 인문학과 함께 하는 사유하는 학습 코칭 ‘알바트로스’(http://cafe.naver.com/albatross2016)를 열고 청소년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코칭 교육을 펼치고 있다.
쉽고 친근한 인문학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그동안 ‘서재’에서 진행된 책 읽기 모임과 인문학 강좌가 주로 남편이 주도해왔지만 대학에서 강의하는 것과는 다르게 참석한 모든 분들이 함께 참여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지요. 인문학이란 것이 아직 어렵다는 편견이 있어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서재가 문을 연 이후 빠짐없이 찾아주는 고정 팬(?)들도 생겼고 한 번 다녀간 분들이 입소문이나 블로그를 통해 알려주셔서 감사하죠”라는 아내 박재신씨. 남편 오 교수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없었는데 ‘서재’의 강좌를 통해 남편의 강의를 듣다보니 새삼 남편이 존경스럽다고 말한다. 성당에서 처음 만나 딸이 대학교 4학년이 된 오늘까지 이십여 년 넘는 세월을 함께 한 부부. “성격은 참 다르지만 결혼하고부터 줄곧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걸어올 수 있어 감사하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어요. 남편이 하는 인문학 강의를 내내 들으며 그 안에서 저 자신도 많이 달라지고 성숙해질 수 있었어요. 남편의 강의를 듣고 변화하기 쉽지 않은데(웃음)...아마 남편이 말한 대로 살려고 애쓰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 살면서 보고 느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런 아내의 무한신뢰에 남편 오 교수는 아내의 학습 코칭 ‘알바트로스’의 자문교수로 아내를 외조하고 있다.
인문학으로 세상을 바꾸는 일이 쉽지는 않은 일, 하지만 분명 조금씩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 동네 가까운 곳에 책이 있고 향기 좋은 차가 있는 이런 문화 사랑방이 있다는 것, 반가운 일이다. 2016년 서재에서는 <장자> 와 <동서양의 영성> 공부를 마무리하고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30분~12시30분 ‘논어(論語)로 읽는 삶의 지혜’와 ‘중용(中庸)에서 배우는 조화로운 삶’이 진행된다.
문의 031-902-7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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