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동도서관 ‘소설가 안덕훈과 함께하는 글쓰기 첫걸음부터 소설 창작까지’

소설가와 함께 글쓰기의 즐거움 나눴죠

지역내일 2016-01-15

풍동도서관 소설 쓰기 반 수업은 지난해 5월 12일부터 12월 8일까지 7개월여에 걸쳐 진행됐다. 소설가 안덕훈 씨가 진행한 이 수업은 20명 정원으로 소설 쓰기의 이론부터 실재까지 두루 다뤘다. 수강생들은 이제 막 글쓰기에 관심이 생긴 사람부터 작가를 꿈꾸는 이들까지, 나이도 40대에서 80대까지 폭 넓었지만 하나같이 “소설이라는 매개체로 행복한 시간 이었다”고 말했다.


소설가의 창작 노하우 생생하게 듣는 시간
안덕훈 작가는 아내의 고향인 운정을 소재로 쓴 단편 <운정 가는 길>로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아 등단했고 <독한 여자>, <Hello 조용필 키드>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 수업은 2014년에는 한뫼도서관에서, 2015년에는 풍동도서관에서 진행됐다. 안덕훈 작가는 수업에서 가르치기보다는 들었고 바꾸기보다는 제안하는 방식을 택했다.
작가는 ”소설기법에 대한 얘기보다는 제가 했던 고민들과 글 쓰면서 겪은 일을 같이 얘기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수강생들은 안덕훈 작가의 편안한 수업 방식에 고마움을 표했다. 고향숙 씨는 “수강생이 간혹 주제에 맞지 않는 논리를 장황하게 펼칠 때도 얼마간 듣고 계시다가 서로 민구하지 않을 지점쯤에 개입해 방향을 다잡는 선생님의 진행력은 놀랍고 훈훈하다. 덕분에 용기를 얻어 미숙한 작품이나마 불쑥불쑥 들이밀게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 들어가는 부모님의 일상을 담담하게 표현한 글로 수강생들의 공감을 받았다.


저마다 사연을 안고 찾아간 소설 창작 반
이광재 씨는 선친(故 이배함)의 독립유공자 신청과정에서 소설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사연을 갖고 있었다.
“아버님은 일제 때 유학시절에 일본에서 독립운동을 하셨고 대학 학적부에도 관련 기록이 있어요. 독립유공자가 되신 다른 분들의 자서전에도 아버님의 이름이 나와 있는데 판결문이 없다는 이유로 안 된다는 거죠. 그 논리가 이해되지 않았어요.”
정부 기관에 글을 써내려니 딱딱하게 느껴져서 자서전과 자료들을 토대로 소설 형식을 빌어보았다. 그 일을 계기로 소설쓰기를 마음에 두고 있다가 2014년에 한뫼도서관에서 처음 안덕훈 작가의 수업을 들었고 2015년에도 풍동도서관을 찾은 것. 두 번 연속 수강생에 유일한 남자 회원인 그는 소설 창작 반 후속 모임의 회장으로 추대됐다. 대학 졸업 후 몇 십 년 만에 수업을 들어봤다는 이 씨. 그가 써낸 작품은 독특한 소재와 힘 있는 문체로 수강생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소설의 즐거움 깨달아
“전에는 재테크 책만 빌려 봤어요. 이 수업을 들으면서 선생님이 권해주는 책을 읽다가 소설에 재미를 느끼고 새벽 3시에 일어나서 8시까지 5시간이면 한 권을 봐요. 나를 잡을 수 있는 책을 접하게 됐다는 거, 이 수업을 통해서 배운 거죠. 글을 써서 평가를 못 받은 게 아쉬워요.”
수업이 다시 열리면 꼭 글을 써보겠다고 다짐하는 하나미 씨. 그는 시작부터 마지막 강좌까지 빼놓지 않고 다닌 모범 수강생이었다.
“보통은 가리잖아요. 그런데 글쓰기는 나를 드러내더라고. 다들 진솔하고 또 한 마디씩 하는데 왜 이렇게 똑똑해. 듣도 보도 못한 내용을 짚어내는 걸 봐도 대단한 분들이 오신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인생에서 새로운 시간이었어요.”
유쾌하게 소감을 말하는 하나미 씨에게서 입문자의 열정이 느껴졌다.


좋은 인연 심화 수업으로 이어졌으면
이진정 씨는 “글쓰기를 막연하게 하기보다 구체적이고 단계 별로 배우는 과정이 좋았다. 글을 일기처럼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면 도움이 될 거 같다”고 말했다. 이 씨는 못생기고 맛없어 주방에 놓아 둔 콜라비에서 꽃을 피운 경험을 참신한 방법으로 써서 수강생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 씨는 “선생님이 잘 해주셨고 분위기가 어떤 수업보다 탁월했다. 인연이 끝나기보다 이어질 것 같은 느낌이다.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난 것도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글쓰기와 인생에 관한 이야기는 인터뷰인 듯 수업인 듯 계속 이어졌다. 안덕훈 작가는 “글을 쓰려면 일단은 앉아서 무조건 써야 한다. 평소에는 메모를 자주 하면 좋다. 다른 사람들의 전화 통화 소리, 독특한 대사들도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면 좋다”고 당부했다.
“글 솜씨는 두 번째라고 생각해요. 드러내기 곤란한 밑바닥까지 내려가서 쓸 수 있게 연습이 필요해요. 그런 기회를 자주 가졌으면 좋겠어요.”
글쓰기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전하는 안덕훈 작가의 이야기다. 작가의 성인 대상 수업은 당분간 듣기 힘들지 모르겠다. 올해에는 행신 도서관에서 청소년 대상 글쓰기 수업이 예정돼 있다고 한다. 수강생들은 심화과정 수업에 대한 바람을 나누며 어두운 겨울 밤 길 각자의 삶 속으로 다시 돌아갔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사진제공 emile kim


 


>>>안덕훈 소설 창작 반 수강생들이 말하는 소설이란




안덕훈
소설은 고해성사 같은 것. 신부님 앞에서 나쁜 마음이 생긴 것을 고백하듯 어떤 것을 끄집어내는 것이 소설 아닐까요. 




하나미
소설 읽는 재미는 과거에 알았던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느낌이랄까. 어쩜 이 사람은 내 마음을 이렇게 써놨을까 재밌어요.




고향숙
쓰다 보면 단계별로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소설인 것 같아요. 욕망의 표출이나 대리만족일 수도 있고 대리 배설도 되고.



이진정
소설은 무엇보다 재밌어야하지 않을까요. 어떤 생각이 남고 살아가는 데 연결 고리가 되는 것, 그러면 소설 읽은 보람이 있으니까요.



이광재
문장력을 발휘해서 쓴 멋있는 글이라기보다 자신의 인생관을 재밌게 표현하는 게 소설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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