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교육 하는 대화동 조영은 주부

“어르신들께 한글 가르치고 함께 교감하는 시간, 제가 더 행복합니다!”

지역내일 2016-01-15

대화동 조영은 주부는 한글을 잘 읽고 쓰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문해교육 수업을 하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 2시간씩 꼬박 10년을 넘게 해오고 있는 그 일을 통해 오히려 자신이 기쁨과 위로를 받는다는 그녀. 그렇게 오랫동안 그 일을 할 수 있었던 이유다. 2016년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로 도움을 주고 여러 사람과 즐겁게 어울리는 생활을 하고 싶다는 그녀를 1월의 솜씨맘에서 만났다.
권혜주 리포터 lovemort@hnamail.net  



일주일에 두 번 한글 가르치는 수업, 내가 더 행복해지는 시간
일주일에 두 번 어르신들에게 한글 수업을 하는 시간이 주중에서 가장 행복하고 기다려지는 시간이라고 말하는 조영은 주부. 그녀는 10년 넘게 고양시 흰돌종합사회복지관에서 재능기부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수업에 가서 어르신들을 만날 때면 늘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해요”라고 말하게 된다는 그녀가 그간 여러 사정이 있음에도 계속 수업을 해오고 있는 이유는 어르신들과의 ‘교감’과 그분들께 느끼는 ‘감동’ 때문이다. 어려서 학교에 다니지 못해 한글을 모르는 어르신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 한글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기쁨과 성취감을 느끼는 순간을 옆에서 지켜보고 함께 한다는 것은 그녀에게도 기쁨과 위안이 된다고. 
“어떤 어르신들은 ‘부모도 해주지 못한 것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시는데 그때는 정말 뿌듯해요. 한글을 배운다는 것은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어르신들에게는 매우 절실한 문제지요. 거리를 걸을 때, 전철을 타거나 은행에 갔을 때 한글을 읽거나 쓸 수 없다는 사실은 너무 답답하고 무서운 일입니다. 그래서 한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됐을 때 느끼는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지요.”
그녀는 2005년 흰돌종합사회복지관에서 문해교사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문해교사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한글을 배우는 그분들의 사연과 그간의 과정을 함께 하면서 보람과 행복을 동시에 느꼈다’는 그녀에게 수업은 어르신들 못지않게 자신에게도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고 한다. 복지관에서의 수업은 화요일과 목요일 2시간씩 초·중·고급반으로 나뉘어 이뤄지고 가을에는 백일장 등과 같은 행사도 함께 진행된단다.  


어르신들의 열의에 매 순간 감동과 감사의 마음 들어
그녀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다가가게 된 것은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던 때부터다.  우연히 장애학생들을 만나게 됐고 그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 싶어 무작정 찾아간 곳은 대전의 ‘천양원’이라는 곳. 겨울 김장을 앞두고 있던 그곳에서 김장을 돕게 됐고, 이후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며 8년 넘게 봉사생활을 했단다. 대학졸업 후에는 대한 적십자사에서 연수를 받고 지속해서 보충교육을 받으며 언어치료사로 일했다.
“문해교사로 한글을 가르칠 때 제가 ‘천양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과 언어치료사로 일했던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지요. 어른 학생을 가르치는 방법과 어르신들이 더욱 쉽게 한글을 익힐 수 있도록 하는 교수법은 그때 배운 것을 응용한 것입니다.”
10년 넘게 한글을 가르치면서 눈물 나게 기쁘고 감동적인 순간들도 많았단다. 조영은 주부는 죽어서 하늘나라 가서 엄마를 만나 ‘나 이제 한글 읽을 줄 안다’고 말하고 싶다는 어르신, ‘손주들에게 동화책을 읽어 줄 수 있게 돼서 좋다’고 ‘거리의 간판을 읽게 된 후부터 세상이 달라졌다’고 자랑하는 어르신들을 볼 때면 정말 이 일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단다. 그리고 배우러 오시는 어르신들의 나이와 사는 곳은 다 달라도 그 열의와 그간 같이 공부하면서 생긴 소속감은 요즘 학생들은 저리가라고 할 정도라고.   
“대부분이 제가 처음 가르칠 때부터 배우기 시작한 분들이세요. 10년 넘게 같이 하면서 이젠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이가 됐습니다. 수업시간에는 한마디의 잡담도 허락지 않는 학구적인 분위기고요, 쉬는 시간에는 먹을 것을 가져와 같이 나눠 먹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지요. 지난번에는 며느리에게 편지 쓰는 시간을 가졌는데 손수 적어 내려간 어르신들의 마음을 전하는 글에 참 많이 감동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도움 주고 행복 나눠주고 싶어
지난해는 그녀에게 바쁜 한해였다. 복지관에서 문해교사로 한글을 가르치면서 문해교사 자격증도 따로 땄다. 또 고양시 평생학습 카페의 행복학습정원사로 활동하며 여러 가지 일들을 시작했고 또 지난가을에는 일산3동 주민자치 센터에서 ‘송편 만들기’ 재능기부 수업도 했단다.
“제가 배우는 것을 원체 좋아해요. 2005년 문해교사 수업을 시작하면서 서울 성수동에서 떡 만드는 것을 배우기 시작했죠. 그 후 복지관에서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떡 만들기 재능기부 수업도 했습니다. 지금도 동네 떡 만들기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지인에게 떡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가끔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받을 때도 있지요.” 또 인형 만들기에 솜씨가 있어 주변 친구들에게 인형을 만들어 선물하는 것도 즐긴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여러 가지 일 중에서도 그녀에게 가장 큰 기쁨이 되고 중요한 일은 문해교사로서의 일이라고.
“교실 문을 들어설 때와 나설 때 늘 어르신들께서 박수를 쳐주십니다. ‘내가 어디 가서 이런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하지요. 그간 다른 일들이 있었음에도 놓지 않고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어르신들께 도움이 되고 제게도 매 순간 감동과 행복을 주는 이 일을 계속할 생각이고요, 덧붙여 2016년의 바람은 지금처럼 제가 할 수 있는 여러 일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며 행복을 나누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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