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일, 홍주 부부

씨름선수에서 가수로, 아내와 함께 부르는 노래

지역내일 2015-12-27

3~4개월 전 대화동 골목길에 눈길을 끄는 새로운 가게가 문을 열었다. 간판의 인물 캐리커처가 꽤 낯이 익은 얼굴, 알고 보니 그는 왕년에 잘 나가던 씨름선수 백승일씨였다. 씨름선수로 이름을 날리던 때에도 회식 자리에서 ‘가수’로 통했다는 백승일씨는 2006년 ‘나니까’라는 신곡으로 정식으로 가수 데뷔를 했고 2012년 가수 홍주씨를 만나 부부가 됐다. 천생연분이 따로 없는 이들 부부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백승일의 천하장사 돈떡’의 문을 열었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컬러링이 인연이 된 천생연분
씨름선수 데뷔 첫 해인 1993년 17세 나이로 역대 최연소 천하장사로 등극한 후 선수생활 10여 년 간 천하장사 3회와 백두장사 7회 등을 차지하며 씨름 최강자로 군림했던 백승일씨. 2005년 갑작스럽게 씨름단이 해체되면서 선수생활을 은퇴하고 2006년 1집 앨범 ''나니까''를 발매하며 트로트 가수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선수 시절에도 가수 제의가 있었지만 운동을 더 좋아했기 때문에 조금 더 있다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했던 일인데 생각지도 않게 더 일찍 가수가 된 거죠. K1에서 제의도 들어왔지만 독하게 마음먹고 50kg을 감량하고 ‘나니까’라는 신곡으로 데뷔를 했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 TV에 나온 아내 홍주의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팬이 된 백씨는 컬러링도 홍주씨의 노래로 바꿨다. 부부가 될 인연은 어떻게든 만나게 되는 것일까. 선배와의 술자리에서 울린 그의 컬러링을 듣고 선배가 홍주 노래 아니냐면서 내가 잘 아는 후배라고 소개를 시켜준 것이 인연이 됐단다.
“TV에서 처음 본 아내는 얼굴도 예쁘고 노래도 정말 잘하더라고요. 팬이었는데 직접 보니까 그냥 한 눈에 반해 버린 거죠. 그때부터 적극적으로 대시를 했지만 2년이나 아내가 튕기는 바람에 6개월 정도 연애기간을 거쳐 2012년 3월에야 결혼을 했어요.(웃음)”
아내 홍주씨는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다 트로트 음반을 내고 1년 정도 활동하다 결혼을 하는 바람에 가수 활동을 쉬고 있다. 시원시원하고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팬심을 몰고 다녔던 홍주씨는 데뷔한 지 20년차로 남편 백승일씨에게는 한참 선배다. 



아내의 요리 특기 살려 ‘백승일 돈떡’ 개업
부부는 결혼 이후 2012년 공동 작업으로 ‘마누라’를 타이틀곡으로 한 새 앨범을 내기도 했다. ‘마누라’는 홍주씨가 이전에 ‘서방님’이란 제목으로 받아뒀던 곡을 개사한 곡으로 관심을 끌었지만 아내의 임신 등으로 본격적인 홍보나 활동을 못했던 것에 아쉬움을 토로한다.
“2013년 늦은 나이에 첫딸을 낳고 나니 또 애 키우느라 가수활동을 쉴 수밖에 없었죠”라는 아내 홍주씨는 “평소 요리 좋아하고 사람을 엄청나게 좋아해요.(웃음) 신혼이라곤 하지만 1년 이면 360일을 집에 사람들로 북적거릴 정도로 단 둘이 있었던 적이 거의 없어요”라고 한다. 남편 백승일씨가 노래를 좋아해 씨름선수에서 가수가 된 것처럼 아내 홍주씨의 특기(?)를 살려 음식가게를 연 것도 우연은 아닌 듯하다.
“어느 날 새벽기도를 다녀오는 길에 이 가게 터가 비어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어요. 헌데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골목길이라 상권도 좋지 않은데 왠지 이 자리가 끌리더라고요.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일이지만 집에서 한 블록 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면 어떨까 싶었죠. 그러다 한식은 너무 번거롭고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떡볶이로 메뉴를 정해 가게를 열게 됐어요.”
처음엔 헤어에도 관심이 많았던 아내가 미용실을, 남편 백승일씨가 떡볶이 가게를 나란히 열었지만 일이 분산돼 지금은 ‘백승일 돈떡’만 운영하고 있다.
남편은 “아내가 짜장 떡볶이 소스를 직접 개발해 선보였는데 반응이 꽤 좋았어요. 외진 곳인데도 한 번 다녀간 분들이 입소문을 내주셔서 오픈 두 달 여 만에 손님도 많이 늘었고요”라며 신 메뉴로 수제돈가스를 추가해 배달도 할 계획이라고. 아내 홍씨는 “거의 매일 사람 불러서 집에서 밥해 먹이고 북적거렸는데 대신 가게에 손님들이 찾아와서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 딱 적성에 맞는 일인 것 같아요.(웃음) 또 제가 만든 음식으로 사람들이 맛있다고 칭찬해주니 기분도 좋고 덕분에 가게도 차츰 자리를 잡는 것 같아 즐겁고 행복해요”라고 한다.


본업인 가수와 방송 일에 매진할 터
잠시 외도(?)를 했지만 두 사람은 이제 각자 본업인 가수와 방송활동에 매진할 계획이다. 아내 홍주씨는 내년 봄 트로트가 아닌 가요로 새 앨범을 낼 계획이고, 남편 백승일씨는 가수와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활동하기 위해 동분서주 바쁘다.
“남편이 노래도 잘하지만 타고난 끼가 많아요. 이전에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개그 감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거든요. 그동안 우리 둘 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느라 6년 정도 거의 이 생활에 푹 젖어 만족하고 행복하게 살았지만 이제 본업으로 돌아가야지요. 역시 우리는 무대에 있을 때 제일 신이 나고 행복하거든요.”
아내의 말에 남편도 “이제 가장으로서 책임감도 있고 열심히 해서 노래도 뜨고 예능 프로그램에도 많이 얼굴을 비춰 여러분들에게 씨름선수 백승일이 노래도 예능도 끼가 많다는 칭찬을 듣고 싶습니다. 또 꼭 그렇게 될 것이고요.” 이제 결혼 4년차, 이제 신혼이 슬슬 끝나갈 무렵이지만 이들은 여전히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애틋하다. “부부가 같은 일을 하니까 단점보다 장점이 많긴 하지요. 하지만 서로 일에 대해 너무 디테일하게 잘 알기 때문에 실수하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부분도 많아요. 우리는 서로 화가 나면 으르렁거리는 스타일이라서 알아서 피해요.(웃음) 그러다 보니 싸울 일도 없고 생활이나 일적인 면에서 늘 함께 있다 보니 더 배려해주려고 하고요.” 마음까지 고운 미녀와 야수 커플, 내년 봄엔 이들의 모습을 방송에서 자주 보게 될 것 같다.
 ‘백승일의 천하장사 돈떡’ 위치는 일산서구 호수로838번 길 30(대화동 장촌초 부근), 031-915-7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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