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영어 절대평가제의 단면과 이면
‘대입 준비는 초등 1학년부터’ 라는 문구가 절대 과장이 아닌 시대가 되어버렸습니다. 2018년도 수능부터 영어과목이 절대평가로 전환된다는 교육부의 발표, 서강대 정시 전면 폐지, 고려대 정시 15%로 축소. 이런 일련의 움직임들이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씁쓸하게도‘패자부활전’이라는 건 불가능하고 나이 들면 철들고 철들면 공부하겠지 하는 기대 같은 것은 아예 하지 말라는 것이죠. 대학 정시가 ‘패자 부활전’이라고 불리었는데 이 정시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니까요. 그 좁은 정시 관문 조차도 철들어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아이들이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잘 하던 아이들이 통과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주 불편하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은 수시든 정시든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 잘하던 아이들이 합격을 하는 것이지 뒤늦게 철들어 중학교 고등학교 가서 공부를 제대로 시작한다고 해도 이미 벌어진 간격을 좁힐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소위 명문대들은 어떻게든 영어 잘 하는 학생 선발해
저는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이니 대입 관련 영어 과목만 들여다 보겠습니다. 2018년부터 수능영어가 절대 평가로 바뀌게 됩니다. 그래서 절대 평가가 아닌 영어 이외의 과목으로만 변별력을 가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전문가들도 더러 있는 것 같은데 대학 관계자들이 그리 생각 없는 사람들은 아니죠. 전공수업은 대부분 원서로 하는 과들이 많은 현 상황에서 영어실력이 뛰어나지 않은 학생들을 뽑아서 4년 내내 전공 교수들 고생시킬 명문 대학들은 없지 않을 까요? 자연계 전공이라 할 지라도 전공수업은 원서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각 대학별 원서 선정 기준이 많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대학 1학년 때 듣는 생물학 개론 수업이 있다고 치면 소위 SKY 대학들은 미국 대학 1학년 들이 듣는 개론 수업 원서를 그대로 채택해서 수업하고 교수들도 수업 진행에 어려움은 없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그래도 상위권에 속한다는 다른 대학들은 미국 고등학생들이 쓰는 교재를 쓰는 곳이 많습니다. 물론 AP수업에도 쓰이는 교재들이니 절대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대학교재들 보다는 조금 덜 어렵겠지요. 그런데도 어려움을 토로하는 교수들이 많다고 합니다. 내가 전공을 가르치는지 영어를 가르치는지 모르겠다고 말이지요.
수능에서 영어 변별력이 사라진 이상, 대학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영어 과목의 변별력을 확보하려 하지 않겠습니까? 그 형태는 TOEFL/TEPS 성적, 영어 에세이, 영어 인터뷰 등을 의미 하겠지요. 그런데 이 기준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제대로 수준 높은 영어를 꾸준히 공부하지 않은 학생들은 준비조차 어려운 부분입니다. 초등학교 때 영어 기초가 이미 탄탄하지 않은 학생이 수학 등 다른 주요과목들의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중고등 시절에 모자랐던 영어 실력까지 따라잡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는 얘깁니다. 슬픈 현실이나 철들어 공부를 좀 열심히 해보려 마음 먹었을 때는 이미 ‘석차 이동 사다리’가 치워 진지 오래 인 거죠.
영어 공부 일찍 시작해 절대평가제 대비는 고등학교 입학 전 끝내야
그럼 영어공부 대체 어떻게 시켜야 하는 걸까요? 전 영어는 어찌 되었던 일단 일찍 시작하라고 조언 하고 싶습니다. 영어는 학습임에 앞서 언어이기 때문에 늦어도 만7세 이전에는 시작을 해야 효과적입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영어 학습을 일찍 시작한다고 효과적이다 할 수는 없겠죠. 초등 영어는 흥미를 유지시키고 재미있게만 공부를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부모님 들이 더러 계시는데 한국에서 중고등, 대학을 갈 계획이면 흥미 유발에 더해 빈틈없이 꼼꼼히 영어학습이 진행되어야만 합니다. 하루에 8시간 이상씩 매일 영어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모국어 습득하듯이 자연스럽게 영어도 습득이 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듣기도 듣기 교재로 체계적으로, 말하기도 문법부터 쓰기까지 연결되는 수업들과 연계해서 체계적인 학습을 해 나가야 하는 것이지요.
초등학교 5학년부터는 기존의 영어말하기, 듣기교육에 더하여, 독해, 문법, 어휘를 좀더 중점적으로 공부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중 고교 내신 영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해와 어휘, 영어듣기, 그리고 독해를 잘하기 위한 영문법입니다. 영문법이 약한 학생들은 문장이 조금이라도 어려우면 이상한 해석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는 대충 어림짐작으로 해석을 하면서 엉뚱한 해석을 합니다. 영문법을 잘하면 독해가 정확하고, 영작을 잘하며, 영어말하기에서도 수준급의 회화가 가능해집니다. 영어듣기도 일정수준을 넘어서려면 영문법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종종 일부 어학원은 "초등학생들이 영문법을 할 필요 없다"라고 말하는데, 이 것은 잘못된 말입니다. 과거에는 영어듣기, 말하기,영작 등에 소홀하고 영문법 문제가 과다하게 출제되는 등 영문법을 지나치게 중요시 하는 경향이 있어, 이런 경향이 문제라는 것이지, 영문법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입시제도는 바람직하지 못하게도 ‘평생성적 초등 4학년에 결정된다’는 한 교육관련 책 제목을 현실화 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초등 부모님들에게 조차도 입시를 읽는 지혜가 절실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학은 특성상 입학사정을 할 때 영어의 비중을 줄일 수가 없는 구조입니다. 상위권 대학일수록 영어가 검증된 학생들을 뽑고 싶어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애써 외면하고 싶을 수는 있어도 말이지요. 초등입학부터 영어 교육을 꼼꼼하게 제대로 시키기 위한 부모님들의 노력이 더더욱 요구되는 현실입니다.
김재희 원장
Long Island University(뉴욕주 소재) 저널리즘 학사 & TESOL 석사
Mount Ida University(보스턴 소재) 경영 석사
현)[목동] 초중등영어전문 세인트클레어즈(St.Clair''s School)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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