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이 다가오면 학원은 1년중 가장 바빠진다. 중,고교에 새로 입학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신규 회원을 모집하려 혈안이 된다. 성적 향상이 안되어 새로운 학원을 찾는 학부모들이 가장 많은 시기이기도 하다. 고3 입시생이 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발길은 더욱 분주하다. 그런데 이 바쁜 와중에 한 번은 꼭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누구나 모르지는 않으면서도 굳이 직면하려고는 하지 않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월급 많고 안정적인 직장은 매년 2만명
명문대에 들어가려는 이유는 좋은 직장을 위해서일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정의한 좋은 직업의 기준은 ‘월급 많고 안정적인 것’이다. 30대 대기업, 공기업, 금융업, 고소득 전문직 등이 이에 해당된다.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고 있는 첫 번째 진실이 여기에 있다. 이런 좋은 직장에 신규 취업하는 인원은 매년 최대로 잡아도 2만명 남짓이니 대학 졸업 인원 54만명의 4%가 채 안된다는 사실이다.
명문대 입학은 일반고 한 반에 한 명
좋은 직장 취업을 위한 첫 관문인 명문대 입학에 성공하는 학생은 얼마나 될까. 11개 서울 소재 명문대 인기학과와 카이스트, 포항공대 등 특수목적대, 전국의 의치한 계열 인원을 다 합해도 3만명이 채 안된다. 수능 응시인원 65만명의 4%가 조금 넘을 뿐이다. 그중 40%는 재수생 몫이고 20%는 과고, 외고 등 특목고생들이 차지하고 나면 일반고 졸업생들에게 남는 자리는 12,000개이다. 여기에 두 번째 불편한 진실이 있다. 전국의 일반고를 대략 1800개 정도로 보면 학교별로 7명도 안되니 한 반에 1명이 채 안된다. 중학교의 수가 5000개라면 한 중학교당 6명 정도가 명문대에 입학하는 것이다.
좋은 직장은 영원할 것인가
치열한 경쟁을 통해 한 반에 한 명만 갈 수 있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4% 이내에게만 허용된 좋은 직장에 들어갔다고 하자. 그것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미국의 경우에도 기업의 평균수명이 90년이었다가 30년으로 줄더니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15년에 불과하다고 한다. 하물며 우리나라는 어떻겠는가. 평생 직장 시대가 종료하면서 일생동안 10여개의 직종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많은 미래학자들이 예측한다. 학생들이 헤쳐나가야 할 현실은 학부모들이 사회에 첫발을 디뎠던 2,30년전 상황과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이 세 번째 불편한 진실이다.
전문 직종도 예외는 아니다
문과, 이과를 대표하는 전문직종인 변호사, 의사의 향후 전망도 장밋빛이 아니다. 2012년 사법연수원 졸업생중 40.9%만 취업했으며 개업 변호사의 경우 2011년 월평균 수임 건수가 2건 이하이다. 2012년 개원의사의 수입만족도에 대한 긍정적 답변은 19.6%, 호전될 것으로 전망하는 의사들은 7.1%에 불과했다. 총 170개 직업군에 대한 만족도 조사 결과를 보면, 1위 사진작가(90%), 2위 작가(87%),…, 169위 의사(46%), 170위 모델(31%)이다. 의사들의 직업 만족도가 꼴찌에서 두 번째라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야
‘월급 많고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4%의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는 순간, 시대에 맞는 새로운 직업관이 열린다. ‘적성에 따라 진로를 선택’, ‘그 직업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며 보람을 경험’,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을 만큼의 수입’. 적게 벌어 적게 쓰고 살지만 적성에 맞는 일을 통해 누군가에 도움이 되는 보람있는 일을 찾을 생각을 가지면 진로 선택의 폭은 엄청나게 확대된다. 한 교육단체에서 제시한 통계에 의하면, 각종 행정기관, 공공기관, 병원, 학교 등의 신규 일자리 11만명, 혁신형 중소기업 15~19만명, 2017년 10만명 고용 창출까지 예상되는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 그 폭은 매우 넓다.
관성적인 학원쇼핑은 그만해야
타고난 암기력에 수년간의 노력이 쌓여 4% 안에 드는 게 가능한 학생들은 그 길을 계속 가면 될 것이다. 단 불투명한 미래 전망에 대한 고민은 해야겠지만. 문제는 4%의 허상을 쫓아 이 학원, 저 학원을 찾아다니는 학생들이다. ‘왜 하는지’,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지’도 모른 채 ‘일단 성적부터 올려놓고 보자’는 마음으로 학원 강의실에 와서 앉아 있어봐야 비싼 수강료와 소중한 시간을 낭비할 뿐이다.
현명한 선택을 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어
올 해 경기도 지역 특성화고 입학 경쟁률이 매우 높아졌다고 한다. 그에 따라 합격선도 전례없이 향상되었다. 적성에 맞는 진로 탐색에 무능한 공교육의 틀을 벗어나 다양한 형태의 대안학교를 찾는 분들도 많아지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19세에 반드시 미래를 결정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므로 사회생활 경험후 필요한 경우에 진학한다는 경로도 적극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몇 년간 의미없이 낭비되는 수천만원의 사교육비를 절약하여 훗날 뚜렷한 목표가 생겼을 때 꺼내 쓰는 것이 훨씬 지혜로운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요구되는 능력
제러미 러프킨은 기존 소유의 사회에서 앞으로 접속의 시대로 바뀌면서 타인과 감정적으로 공감하는 ‘공감적 관계기술능력’을 우선적 덕목으로 제시한다. 다니엘 핑크는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능력으로 ‘예술적 감성적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능력’과 ‘타인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을 꼽고 디자인, 스토리, 조화, 공감, 놀이, 의미로 세분화한다. 2010년 OECD 보고서 [미래사회 인재의 핵심역량]에서는 세 가지를 제시한다. ‘지적인 도구를 자유롭게 활용하는 능력’, ‘이질적 집단에서 소통하는 능력’,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능력’. 아무쪼록 소중한 우리 아이들이 부모들이 겪었던 2,30년전의 좁은 시야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기를 바란다. 그 과정에서 찾은 미래의 자기 모습을 실현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경우 찾게 되는 배움터의 강사로 아이들을 만나고 싶다.
최 재 용 원장
서울대 졸업
23년간 대학 입시 지도
베리타스룩스메 원장
(교육문의 911-0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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