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가을이면 석곶초등학교(교장 김덕년) 가족들은 등산 배낭을 꾸린다. 학부모와 학생, 교사가 함께 하는 ‘석곶 한울타리 가족 산행한마당’을 위해서다. 학기 중 수업은 교사들이 진행하지만 이날만큼은 기획부터 진행까지 학부모회가 주관한다. 올해에도 70여 가족 100명 이상이 참여해 심학산의 가을을 즐겼다.
가족과 함께 즐거운 산행
지난 17일 토요일 아침, 석곶초 가족들이 심학산 자락 아래 모였다. 간단한 체조로 몸을 풀고 미션 용지를 받아든 가족들은 정상을 향해 출발했다. 산을 오르다 보니 유독 아빠와 함께 온 아이들이 많았다.
2학년 학부모 정경부씨도 혼자서 아들을 데리고 참여했다. 정씨는 “피곤하지만 아들 찬우를 위해서는 뭐든지 할 수 있다”며 웃었다. 평소에는 보기 힘들었던 아이의 친구들과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일 년에 단 하루지만 소통하고 친해지는 시간으로 삼는단다.
5학년 학부모 유희수씨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잘 가르쳐주시니 고마워서 항상 참여해요. 그러면 학생들도 학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겠죠”라고 소감을 말했다.
석곶 한울타리 가족 산행한마당에는 교사들도 함께 한다. 올해에는 김덕년 교장을 비롯해 10여명의 교사가 함께 산에 올랐다. 박주은 교사는 “학부모님들이 적극 참여해서 만드는 이런 행사를 통해 서로 가까워지고 좀 더 소통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미션 수행하며 가족끼리 친해져요”
가장 신나는 건 아이들이다. 교실이 아닌 산길에서 친구와 부모님, 선생님을 모두 만난 아이들은 다람쥐처럼 산길을 오르내렸다. 산중턱을 오르니 헬기장이 나왔다. 가족들은 돗자리와 밑에서 받은 종이를 꺼냈다. 미션 수행을 위해서다.
이 행사의 재미는 미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마다 학부모회에서는 가족들이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미션을 정하느라 고심한다. 올해 미션은 가족사진 뽐내기, 우리 가족 깃발 만들기다. 가족사진은 공중부양 사진, 얼굴 탑 쌓기, 낙엽으로 부모님 가을나무 만들기 등 다양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로 꾸며졌다. 참신한 가족사진과 가족 깃발을 만든 팀에게는 상품을 준다.
예년의 미션을 보면 부모님 볼에 뽀뽀해서 립스틱 자국 묻혀 오기, 자녀의 학년과 반 맞추기, 가족 이름 삼행시 짓기 등이 있다. 막상 하려면 쑥스러운 스킨십도 미션으로 하면 재밌고 자연스럽다.
이날 행사는 정상 단체사진촬영과 하산 후 행운권 추첨을 마지막으로 모두 끝이 났다. 내년 가을이 오면 석곶 가족들은 또 심학산을 오를 것이다. 행복한 가족들의 추억은 그렇게 한 해 한 해 쌓이고 있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미니인터뷰
김덕년 교장
이 행사는 석곶의 전통적인 행사로 가족이 함께 산에 오르며 이야기를 나누면 행복이 찾아와요. 행복의 기본은 가정이니까요. 요즘은 마을교육공동체라고 교육은 학교만이 아니라 학부모 지역사회의 모든 공동체가 같이 참여하자고 강조해요. 학부모가 교육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이런 행사는 교육 본래의 취지를 달성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석곶초 학부모회장 이성현씨
6회째 열리면서 아빠가 참여하는 학교 행사로 자리를 잡았어요. 왠지 아빠가 없으면 가기 어색한 행사처럼 굳어졌어요. 그래선지 엄마 없이 아빠와 아이들만 참여하는 가족도 많아요. 부모님들도 이날 하루만큼은 아이들과 신나게 놀아주면서 즐겁게 보낸답니다.
(사진 맨 왼쪽부터 회장 이성현씨. 부회장 김소연씨, 감사 오희진씨)
1학년 임태린 아버지 임성원씨
주말에 가족등반이 있다고 해 특별히 참여했어요. 미션을 해야 하니까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밖에 없네요. 나뭇잎과 꽃을 주워서 가을 분위기 나게 깃발도 만들고 아이는 친구들을 만나서 즐겁게 놀았어요.
3학년 윤예원·지원 아버지 윤기홍씨
원래는 한 달에 한 번, 일요일 하루 쉬는데 오늘 애들하고 행사에 참여하려고 휴가를 냈어요. 공중부양해서 가족사진도 찍고 손잡고 뛰어보기도 하고 의미 있는 행사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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