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관련 직업인들의 이야기
동물이 좋아서 하는 일, 어려운 만큼 보람도 커요~
1인 가구와 고령인구의 증가로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로부터 위안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반려동물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더불어 반려동물관련 직업 또한 다양해지고 세분화되고 있다. 삶의 동반자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반려동물들을 위해 전문적인 능력을 발휘하며 땀 흘리고 있는 직업인들을 만나보았다.
정선숙 리포터 choung2000@hanmail.net
‘반려동물 사진작가’ 목동 ‘제이스튜디오’ 이재이 대표
멋진 시선처리, 장난스런 표정, 행복한 미소…. 스튜디오에 걸린 개와 고양이들의 사진을 보고 있자니 모델 화보가 따로 없다. 반려동물들의 다양한 모습을 포착하는 이재이씨는 목동 제이스튜디오의 대표이자 반려동물 전문 사진작가다. 반려동물을 찍는다는 건 낯선 장소에서 조명과 카메라 불빛에 불안해하는 고객(?)들을 상대로 작업해야 하는 까다로운 일.
이재이 대표는 “멋지고 귀여운 동물들의 모습을 제대로 연출하려면 주인의 도움이 필수”라며 “반려동물이 스튜디오를 마음껏 탐색하도록 내버려 두고 충분히 안정시킨 후에야 사진을 찍는다”고 전한다. “오자마자 대소변을 누거나 유난히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는 동물들로 인해 난감할 때가 있지만 힘든 만큼 보람도 크지요. 반려동물이 주인과 교감하는 모습을 찍으면서 좋은 추억을 선사하고 아름다운 작품을 남길 수 있으니까요.”
‘애견 훈련사’ 목동 ‘해피테일’ 애견훈련학교 박해세 소장
20년 넘게 훈련사 일을 하고 있는 박해세 소장은 한국 애견연맹공인 1등 훈련사다. 애견훈련사가 하는 일은 다양한데 경찰견, 특수 목적견(맹인안내견, 마약탐지견)등의 전문기술 훈련뿐 아니라 도그스포츠를 위한 조련, 일반 반려견의 배변, 짖기, 분리불안 같은 행동문제 교정 등 여러 분야를 담당한다. 박해세 소장은 “강압적인 복종 훈련보다 긍정적인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며 “계명대 동물산업과 교수로 재직 당시 외국의 자료를 찾아보며 행동학에 대해 눈을 뜨게 됐다. ‘앉아, 엎드려’ 같은 보여주기 식 훈련이 아닌 차분하고 안정적인 강아지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전한다.
“공격성이 심한 볼테리어를 맡았을 때 사귀는 데만 두 달이 걸렸지요. 견주는 빠른 교정을 원하지만 개들마다 달라요. 훈련방법을 다양하게 변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펫 매니저’ 목동 ‘해피테일’ 펫숍 아리모토 나오꼬씨
일본에서 동물병원 수의 간호사와 애견 숍 매니저로 근무했다는 아리모토 나오꼬씨. 5년 전 한국으로 와서 쇼핑몰 모델, 수의 간호사를 거쳐 현재 목동 해피테일 펫 숍의 펫 매니저로 일하게 됐다. 펫 매니저로 일하려면 동물 기초훈련 지식은 물론이고 분양 강아지 관리와 용품구입 및 판매 같은 일반적인 관리 지식도 필요하다.
나오꼬씨는 “외동딸로 자랐는데 어릴 적 맞벌이를 하셨던 부모님을 대신해 강아지가 외로움을 달래줬다”며 “동물을 좋아하지만 유독 고양이 알레르기가 심해서 병원 근무를 오랫동안 하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다. 지금은 귀여운 강아지들을 돌보며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람보다 개가 더 좋답니다.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강아지들과 함께 해야 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지만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곤충브리더’ 당산동 ‘만천곤충박물관’ 김민씨
곤충브리더인 김민씨는 올해 수능을 치른 수험생. 시험을 끝내자마자 곧바로 만천곤충박물관에서 근무하게 된 새내기 직원이다. 곤충브리더는 곤충을 인공적으로 번식시키는 사육자를 말한다. 김민씨는 주로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의 번식 및 사육을 맡고 있으며 표본작업도 한다. 표본작업은 숙련된 기술과 경험이 필요한 까다로운 작업이다. 아직 학생인 김민씨가 일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어렸을 때부터 곤충에 대한 남다른 관심 덕분. 4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전국을 누비며 벌레를 잡았고 얼마 전에는 혼자 제주도에 가서 곤충을 채집하고 왔다. 현재 기르고 있는 곤충만 해도 사슴벌레, 거미, 지네, 노래기 종류 등 천 마리 이상이란다. “곤충은 늘 새롭고 흥미로워요. 앞으로 응용곤충학이나 곤충분류학 쪽으로 진학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밝혀지지 않은 곤충 분야를 더 깊이 연구하고 싶어요.”
‘펫코디 디자이너’ 이진영 교수
이진영 교수는 펫코디 디자이너로 서울호서직업전문학교에서 펫코디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 확대되고 펫코디 디자이너가 유망 직종으로 부상하면서 펫코디 수업 역시 인기다. 학생들은 이 수업을 통해 반려동물의 생활 의류는 물론이고 웨딩드레스나 한복 같은 이벤트 옷, 대형 방석, 하우스 등 다양한 제품을 디자인하고 만들어낸다. 이진영 교수는 “모양이 예쁜 것보다 편안하고 실용적인 제품이 우선”이라고 강조하며 “동물들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다방면으로 연구한다”고 전했다. “펫코디는 반려동물이 중심입니다. 개의 종류만 해도 워낙 다양하고 신체적 특징이 제각각이어서 쉽지 않은 일이지요. 창업하기 가장 좋으면서 가장 어려운 아이템이기도 합니다. 앞으로의 반려시장을 내다봤을 때 펫코디 디자이너의 활약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의 간호사’ 호서동물의료센터 정예람씨
어렸을 적 꿈을 이룬 수의 간호사 정예람씨. 강아지를 기르다보니 종종 동물병원을 방문할 일이 생겼는데 그곳의 수의 간호사들을 보며 자신의 장래를 꿈꾸게 됐단다. 정예람씨는 수의사의 치료를 돕고 수술 보조와 엑스레이 촬영, 보호자 안내, 복약지도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어디가 아픈지 말 못하는 동물들과 회복이 불가능한 동물들이 들어올 때면 가끔 힘이 들기도 하지만 자신이 좋아해서 선택한 일이라 후회는 없다고. 정예람씨는 “사납게 짖거나 물고 할퀴는 동물들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며 “특히 고양이는 굉장히 예민하다. 동물들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아픈 동물들이 왔다가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하거나 보호자들이 고마움을 전할 때 보람을 느껴요. 전문 직업인이라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일하고 있답니다.”
반려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펫치-fetch’
반려동물을 존중하는 문화 함께 만들어가요~
키우는 강아지를 데리고 출근할 수 있는 회사가 있다. 자유로운 업무 분위기와 책상 사이를 뛰어다니는 강아지들의 모습이 이채롭다. 이곳은 디자인회사 ‘Dn’. 웹사이트 개발과 홍보영상 제작, 광고 등의 업무를 하는 회사로 올해 초 반려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펫치’를 론칭해 반려견을 위한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펫치는 반려견 전문 사진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일상에서 반려견을 떠올릴 수 있는 관련 상품들을 디자인하고 수익금의 일부를 유기견 구제와 동물보호 캠페인에 사용한다.
처음부터 상업적인 의도와 전략을 가지고 만든 브랜드는 아니다. 펫치의 장수범 대표 및 전 직원들 모두 ‘개가 좋아서’라는 지극히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했다.
예약제로만 운영하고 있는 ‘펫치 스튜디오’는 은은한 조명과 심플한 배경, 소품들이 적절히 배치돼 있어 반려견의 멋진 모습을 담아내기에 충분하다. 직접 키우고 있는 유기견의 사진과 사연을 적어 메일(contact@fetch.kr)로 보내면 한 달에 한번 추첨을 통해 25만원 상당의 사진 촬영 패키지를 무료로 제공하는 이벤트도 준비했다고 한다. 지난달에 열린 제1회 양천구 펫 페스티벌에서는 앨범 사진, 워시코기(배변 탈취제), 산책용 물병, 타월, 머그 등 다양한 스타일의 반려견 디자인 상품을 준비해서 선보였는데 참석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장수범 대표는 “자신의 반려견 ‘키아누’를 키우기 전만 해도 강아지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다”며 “7년 전 대형 애견 숍에서 분양받은 ‘키아누’가 홍역에 걸려있었고, 살리려 애쓰는 과정에서 정보를 습득하고 유기견까지 관심을 갖게됐다”고 전한다.
앞으로 많은 이들이 반려견을 아끼고 존중하는 문화에 자연스레 젖어들도록 다양한 분야에서 노력하는 펫치를 기대해본다.
주소: 양천구 목2동 504-14 한성빌딩 지하 1층 펫치스튜디오
문의: 070-4354-4208, kakao ID: fe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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