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등명초등학교 슬기도우미봉사단
어르신들에게 수학은 가르치고… 삶의 지혜는 얻고
서울등명초등학교(교장 문진철)는 서울시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어르신들에게 배움의 꿈을 이루도록 돕는 ‘문해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5~6학년 학생 중 희망자를 선발해 ‘문해교실’ 어르신들의 학습을 도와주는 슬기도우미 봉사단을 만들었다. 어르신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러 갔지만 실상 얻은 것이 더 많다는 슬기도우미봉사단 회원들을 만났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어르신들이 어려워하는 스마트기기 수업까지
지난 11월 12일 오후 2시 30분, 학교가 모두 끝나고 5학년 난초반 교실에서는 슬기봉사단 도우미들이 모여 활동평가회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과를 나누며 1년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그동안의 성과를 이야기해 보고 반성도 했다.
슬기도우미봉사단을 이끌고 있는 정현정 교사는 “1년 동안 수고했다”며 “할머니들에게 가르쳐드린 것도 많지만 사실 우리가 배운 게 더 많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서울등명초등학교의 슬기봉사단도우미는 등명초가 교육복지 우선투자학교로 선정돼 도움을 많이 받은 것을 사회에 환원하고자 마련된 활동이다. 학교 밖으로 나가서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보다는 교내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찾던 중 월·수·금 오후 3시부터 운영되는 문해교실 어르신들에게 도움을 주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학기 초 희망자를 모집했고 성실성을 평가 기준으로 10명의 학생이 선발됐다. 선발된 10명의 학생은 한 달에 한 번 금요일 3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어르신들의 학습을 도와주는 활동을 했다. 등명초 문해교실은 1/2, 3/4 단계를 거쳐 마지막 5/6 단계 과정에 참여하는 어르신들로 초등학교 5~6학년 과정의 학습을 한다.
어르신들이 주로 어려워하는 과목은 수학, 학생들은 수학을 재밌게 학습할 수 있도록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공부만 함께 한 건 아니다. 이번 기회에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을 마련해 주고자 종이접기, 쿠키 만들기, 송편 만들기, 컵 만들기 외 어르신들이 어려워하는 스마트기기도 함께 다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정현정 교사는 “아직은 개구쟁이 초등학생들이지만 어르신들에게 수학 문제 푸는 것을 도와주면서 자신감도 향상됐다”며 “공부 외 준비된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어르신들에게 배운 삶의 지혜가 더 많았다”고 고백한다.
덧셈 뺄셈만 빼고 할머니들이 더 잘해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정도 많이 들었다. 학기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자 아이들의 아쉬움은 커져만 갔다. 얼마 전에 할머니가 돌아가신 최현별(6학년) 학생은 “어르신들을 보면서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며 “우리 할머니를 도와드리는 것처럼 할머니들을 도와주고 싶었다”고 전한다.
수학 문제를 잘 풀지 못하는 할머니들만 생각하다 막상 송편을 번개같이 만드는 모습에 놀란 친구들도 있다. 이승민 학생은 “덧셈 뺄셈만 할머니들이 못하지 그 외 다른 건 할머니들이 우리보다 더 잘해 놀랐다”며 “가르쳐드리려고 왔는데 오히려 삶의 지혜를 배우는 기회가 됐다”고 설명한다.
이제 봉사활동이 끝나 할머니들을 계속 보지 못해서 아쉬운 슬기도우미봉사단 학생들. 가르쳐준 것보다 배운 것이 더 많아 오히려 할머니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미니 인터뷰
김선미 학생(5학년)
“할머니를 도와드리고 싶어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종이접기 시간에 꽃무늬 상자를 만들기 위해 종이를 뒤집어 접는 것을 친구들도 할머니들도 잘 못해서 가르쳐 드렸는데 뿌듯했습니다. 컵 만들기 할 때는 할머니께서 글씨를 잘 못 쓴다며 도와달라고 하셨는데 저보다 글씨를 더 잘 쓰셔서 놀라기도 했습니다.”
김서윤 학생(5학년)
“할머니를 가르쳐드리고 나서 할머니들이 스스로 수학 문제를 잘 푸실 때 상당히 뿌듯했어요. 특히 할머니가 덧셈을 하실 때 받아 올림 하는 것을 어려워했는데 십의 자리 숫자 위에 일의 자리에서 받아 올림 한 숫자를 기록해 두면 잊어버리지 않는다고 알려드렸더니 몇 번이고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오세빈 학생(5학년)
“컵 만들기 할 때 할머니께서 그림을 잘 못 그리신다고 같이 하자고 하셨는데 나중에 보니 디자인을 해도 될 만큼 밑그림을 잘 그리셔서 깜짝 놀랐어요. 수학 공부를 할 때는 지난 시간에 가르쳐드린 것을 잊어버리고 또 잊어버리고 계속 물어보셔서 반복해서 가르쳐드렸는데 항상 고맙다고 했어요.”
이승민 학생(5학년)
“제가 가르쳐드린 할머니는 다른 분들보다 덧셈 뺄셈이 빠르셨어요. 헛갈려 하는 문제만 가르쳐드리면 금방 잘하셨어요. 스마트기기를 배워보는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문자 보내는 방법을 알려드렸는데 신기해하면서도 금방 익숙해지셨어요. 카메라로 사진 찍는 방법을 배워 함께 사진도 찍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장연우 학생(6학년)
“할머니와 대화를 할 때 귀가 어두워 잘 못 알아들으셔서 크게 몇 번 반복해서 이야기했습니다. 할머니들이 글씨를 쓰실 때 궁서체로 또박또박 근사하게 글씨를 쓰시는 모습이 아직도 생각납니다. 컵 만들기 할 때는 할머니들이 그림을 그려 달라고 해서 동물 캐릭터를 그려드렸더니 무척 좋아하셨어요.”
조언선 학생(5학년)
“할머니께서 일찍 돌아가셔서 우리 할머니 대신 문해교실에서 할머니와 활동을 많이 해보고 싶어 봉사활동을 신청하게 됐습니다. ‘내 팔자야’와 같은 드라마에서 본 재미있는 추임새 같은 말을 할머니께 들려드리면 재미있어하시면서 많이 귀여워해 주시고 그것 때문에 더 많이 친해진 것 같아요.”
신준영 학생(5학년)
“할머니들을 많이 도와드리고 싶어 봉사활동을 신청했어요. 평소 컴퓨터 다루는 것을 좋아해 스마트기기 시간에 할머니들에게 이메일 보내는 것을 도와드렸어요. 그런데 송편 만들기 시간에 할머니께 오히려 송편 만드는 법을 배웠네요. 저는 겨우 만들었는데 할머니들은 번개같이 만들더라고요.”
박승호 학생(5학년)
“송편 만들기 시간에 4명씩 한 모둠을 이뤘는데 우리 팀에 학생은 저밖에 없었어요. 할머니들이 엄청 빠르게 송편을 빚는 것을 보면서 공부는 서툴러도 전통에 대한 것은 부족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사람마다 잘하는 게 다르다는 것을 배우게 돼 가르쳐드린 것보다 배운 것이 더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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