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임차인이 돈을 들여 지은 건물의 철거

지역내일 2015-10-22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들려주신 도깨비 이야기가 생각난다.


도깨비들은 사람들을 골탕 먹이기도 하지만 가끔 사람들에게 속는 바보이기도 하다. 아버지는 도깨비가 준 물건이나 돈이 있으면 얼른 땅을 사 놓는 것이 좋다고 말씀하셨다. 나중에 속은 것을 안 도깨비들이 찾아와 돌려달라고 하면 땅을 가지고 가라고 하면 되는데, 땅에 말뚝을 박고 영차 영차하면서 땅을 떼어 가려던 도깨비들은 결국 포기하고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옛날 이야기다. 요즘에는 주인도 모르는 사이에 토지 사기단이 땅 서류를 위조하여 팔아먹는 경우도 있고, 바람잡이들 때문에 헐값에 땅을 팔아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땅은 많지만 돈이 없는 사람에게 임차인이 돈을 들여 건물을 짓고 임대료를 주겠다고 제의한다. 망설이고 있을 때 더 확실한 제의를 한다.


임대기간이 끝나면 원상회복을 해 주겠습니다.”


아예 건물 소유권을 포기하겠습니다.”


이러한 제의를 확실히 하기 위하여 소유권 포기각서를 써주거나 건축허가 명의를 임대인 이름으로 해 주기도 한다. 이들의 말이나 각서를 믿고 임대한 경우 나중에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농지에 축사를 지어 소를 키우겠다는 사람에게 1년에 임대료 30만원을 받기로 하고 5년을 빌려준 사람이 있었다. 임차인은 축사를 짓되 계약기간이 끝나면 소유권을 포기한다는 각서를 작성해 주었다. 그런데 막상 계약기간이 끝났을 때 임차인은 축사의 건물 값을 보상해 달라고 하였다. 실제 재판에서 축사의 가격을 감정해 보니 시가는 약 3천만원 이상이었다. 5년간의 임대료가 고작 150만원인데 필요도 없는 축사 값으로 3천만원을 보상해 준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될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건물매수청구권이라는 민법의 조항에 따르면, 토지를 임차하여 건물을 지은 임차인은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을 연장해 주지 않으면 건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설혹, 임차인이 이러한 권리를 포기하는 각서를 썼다고 하더라도 이는 임차인에게 불리한 각서이므로 무효라고 한다. 음식점 건물을 지은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토지를 임대하면서 그 지상에 축사를 짓도록 한 사람은 나중에 건물을 매수하여 소를 실제로 키울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런 생각이 없거나 축사를 매수할 돈을 감당할 수 없다면 애초에 축사를 짓도록 임대할 생각을 버려라.


  원주 이재구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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