맺힌 마음을 푸는 데는 수다가 제격이라지만 사람이 주지 못하는 위로도 있다. 그럴 때면 책 속으로 답을 찾아 떠나는 건 어떨까. 올 한해 우리 지역 주부들이 즐겨 읽은 책을 소개 받았다. 실용서부터 문학까지 주부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갈 길을 제시한 인생의 나침반, 책에 관한 이야기가 이들의 주제다.
리포터 공동취재
>>>백석동 이해선(47)씨 추천도서 : 줌파 라히리의 〈그저 좋은 사람〉
천천히, 담담하게 딸이 아버지를 알아가는 이야기
기억에 남는 책은 줌파 라히리의 단편소설집 〈그저 좋은 사람〉이예요. 8편의 단편 중 마음을 끌었던 건 ‘길들지 않은 땅’ 인데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남겨진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담담하게 그려서 오히려 객관적인 시선으로 담아냈죠. 아버지의 존재를 무겁게 느끼면서도 함께 하는 것은 원치 않는 딸, 그리고 이제는 자신의 삶을 구속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마음을 딸에게는 애써 감추는 아버지. 작가는 결국 서로 다른 마음, 관계 속의 부재 속에서 가족은 이렇게 타인이 되는 것이고, 가족은 어쩌면 가장 가까우면서도 먼 존재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요.
>>>일산동 안정운 씨(39) 추천도서 : <나의 첫 암&핑거니팅>
어려울 것 같던 뜨개질, 이젠 제 취미가 됐죠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요리, 공예 등에 관심이 많아 틈틈이 배워두고 있어요. 그런데 이번에 뜨개질이라는 새로운 취미를 갖게 됐어요. 바로 이 책 덕분이죠. 암 니팅, 핑거 니팅은 요즘 영국에서 인기 있다는 뜨개 기법인데 한국에서도 알려지는 것 같아요. 바늘을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하는 뜨개법이지요. 간단하면서도 초보자인 저도 쉽게 따라할 수 있어서 실용적이었어요. 뜨개에 관심 있는 주부라면 접해볼만합니다. 바늘 없이도 쿠션, 덧베개 등의 인테리어 소품은 물론 니트 등 의류, 액세서리도 만들 수 있는 게 신기했어요. 올 가을엔 우리 집을 장식할 쿠션 커버에 한 번 도전해보려고요.
>>>풍동 전선아(40)씨 추천도서 : 김영수의 <난세에 답하다:사마천의 인간탐구>
“인간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 하게하고 삶의 지침에 도움이 된 책”
사마천의 <사기>를 읽어보고 싶었지만 워낙 방대하고 어려운 책이라 머뭇거리고만 있었는데 <사기>를 읽기 전 이 책을 먼저 읽어보면 좋다고 해서 읽게 되었죠. 이 책에는 여러 다양한 인간들과 그 인간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런 저런 상황 그리고 별별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인간과 그 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볼 수 있었고 이해의 폭이 조금은 더 넓어진 것 같아요. 또 나름대로 제 상황과 맞춰보며 인간관계에 대한 팁도 얻었죠. 살아가면서 인간관계가 제일 중요한 것 같은데 그게 참 어렵더라고요. 이 책을 읽으며 과거의 제 인간관계에 대해 반성도 하고 ‘앞으로의 인간관계를 어떻게 잘 해나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하며 저 자신을 다지는 기회가 됐습니다.
>>>대화동 최은숙씨 추천도서 : <길 끝에서 천사를 만나다>
인생의 소중한 가치를 찾아 가는 감동적인 여정
40대 중반에 접어든 저자는 변화 없는 일상에 답답함을 느끼며 탈출구를 찾던 중 돌연 신문사 기자직을 그만두고 중학교를 마친 딸과 함께 2년 3개월 동안 인도로 배낭여행을 떠납니다. 삶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떠난 여행은 둘은 생애 다시는 맛볼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하게 되지요. 그러나 한국으로 돌아온 후 다시 한국적인 삶을 살기 위해 엄마는 직장(신문사)으로, 딸은 대학 진학을 준비합니다. 이 과정에서 엄마와 딸은 깊은 갈등을 경험하고 특별한 치유의 시간을 마련합니다. 이 책은 인도 여행과, 한국에 돌아와서 겪는 갈등, 그리고 쿠마리와 함께한 치유의 시간 속에서 엄마와 딸이 변화하고 인생의 소중한 가치들을 되찾아 가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교하 장영란(47)씨 추천도서 : <빅픽처를 그려라>
인생의 큰 그림을 그리도록 도와준 책
10년 전 커피와 사랑에 빠졌어요. 파주에서 강남까지 지하철을 타고 커피를 배우러 다닌 게 7년 전이죠. <빅픽처를 그려라>는 커피와 함께 하는 삶을 살겠다고 결심하게 해준 책이에요. 카페를 연다니 주변에서는 후발주자라며 말렸어요. 커피 팔아서 얼마나 번다고 차리느냐면서. 하지만 제가 그린 인생의 큰 그림은 커피와 함께 하는 삶이었어요. 결국 헤이리에 카페 크림선인장을 에티오피아 커피 전문점으로 열게 됐죠.
이 책은 제 인생의 나침반이랄까요.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더는 안 된다고 생각할 때 한 번 더’예요. 책에는 인생의 큰 그림은 세 개의 단계가 있다고 나오는데 제 그림은 아직 그려나가는 중이니 기대해 주세요.
>>>운정 가람마을 박순규(57)씨 추천도서 :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마음의 평화와 용기를 준 책이에요
혜민 스님이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쓴 책인데요. 마음 속, 잔잔한 감동을 주고 정화를 할 수 있게 해주더라고요.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남도 사랑할 수 있다, 남이 불행해지면 나도 불행해진다, 다 같이 행복해지도록 하라는 등의 내용이 마음에 많이 남았어요. 또 혜민 스님이 이외수 작가와 인터뷰한 내용도 있었는데요. 요새 나약한 젊은이들에게 ‘버티면 살 수 있다’고 하신 말씀이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많이 공감이 되더라고요. 또 책 뒷부분을 보면 독자가 입으로 직접 소리를 내서 읽는 글귀들이 있는데 실제로 그렇게 읽어보니 마음이 평안해지고 참 좋았어요. 사람마다 살면서 여러 가지 힘든 일이 있을 수 있는데, 이 책을 통해 마음의 용기와 평안함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파주 야당동 백미선(38)씨 추천도서 : <앞으로의 10년 돈의 배반이 시작된다>
평범하고 가난한 삶 대물림 하고 싶지 않은 분들에게 적극 추천
요즘은 열심히 산다고 해서 다가 아닌 거 같아요. 돈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안목이 절실하죠. 그동안 우리는 돈에 대한 특별한 교육 없이 일을 해서 먹고 살기에만 바빴던 거 같아요. 그렇게 부모세대의 평범하고 가난한 삶을 물려받았죠.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내 아이들에게는 이런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면 <앞으로의 10년 돈의 배반이 시작된다>를 읽어보세요. 무엇을 하던 돈에 대한 공부는 꼭 필요하고, 돈의 가혹함과 무서움을 깨닫는 나이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잖아요. 이 책에는 금융교육의 중요성과 가난한 사람, 중산층, 부자들의 돈에 대한 생각을 알려줘요. 그리고 뭐든 해봐야 한다는 진한 가르침도 주고요.
>>>후곡마을 권정희씨 : 조정래 <태백산맥>
한국근대사의 총체적인 상황과 문제점 한눈에 보여
일상에 쫓기다 보면 시간을 내서 책을 읽는다는 게 쉽지가 않은데요. <태백산맥>도 한 달에 3권을 읽어내느라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에요.
<태백산맥>은 그전에 <마당 깊은 집>을 읽고 이와 연관된 책을 읽어보자고 찾은 책이에요. 사실 보급판이라 엄청 싼(10권에 1만 7000원) 이유도 한 몫 했고요.(웃음)
40대가 돼서 이 책을 읽으니 한국근대사의 총체적인 상황과 문제점을 꿰뚫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2015년인 지금의 현실과는 많이 다르지만 어떤 부분은 결코 다르지 않은 답답함도 느꼈고요. 책을 읽는 내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보성과 벌교에 서 있는 듯, 입에서는 전라도 사투리가 막 튀어나오는 듯한 색다른 경험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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