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 비평사’(이하 창비)에서는 청소년을 위한 시선집 ‘의자를 싣고 달리는’과 ‘처음엔 삐딱하게’를 출간했다. 아이들이 동시를 즐겨 읽듯이 청소년들이 즐겨 읽을 수 있는 시들을 모아 책으로 낸 것이다. 시선집에는 교사 시인들도 참여했는데 그들의 시에는 학교와 학생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중산고의 하재일 국어교사 또한 다섯 편의 시를 책에 담았다. 국어교사로 일하며 틈틈이 써온 시들 중 학생들과 교감하고 싶은 시들을 선보인 것이다. 교직 생활 30년째로 앞으로는 시인의 삶에 보다 충실해지려고 한다는 하재일 교사를 만났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자료사진 창비교육 홈페이지
다시 시인을 꿈꾸며
그는 교사가 되기 전 먼저 시인으로 등단했다. 그에게 시 쓰기를 권한 건 공주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였던 조재훈 시인이다. 은사 시인의 시론 수업을 들으며 혼자 습작을 시작했고 대학교 4학년 때 ‘만해시인상’ 공모에 당선돼 등단했다. 당시 받은 상금이 30만 원으로 등록금을 내고도 상금이 약간 남았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이야기다. 이후 시 쓰는 삶보다는 교사로서의 길을 걸었다. 고3 담임만 13년에, 학년부장을 맡으며 입시와 성적을 중시하는 교사로서의 일상에 충실했다. 입시 전선에 오래 머물다 보니 시심이 저절로 사라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시 쓰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틈틈이 습작하며 네 권의 시집을 펴냈다. 시집 <아름다운 그늘>, <선운사골짜기 박봉진 처사네 농막에 머물면서>, <달팽이가 기어간 자리는 왜 은빛으로 빛날까>, <타타르의 칼> 등을 세상에 내놓았다.
2013년엔 습작해 온 시들 중 30편을 모아 창작과 비평사의 문예지에 투고했고 그중 두 편이 당선돼 가을호 계간지에 실렸다. 창비는 작품 심사가 워낙 엄격해 당선되기가 쉽지 않은 문예지로 소문이 나 있다. 이후 시 전문 잡지인 현대시학과 유심 등에 응모한 시들이 당선되면서 다시 시인으로서의 꿈을 키우고 있다. 하재일 교사는 “시인들의 로망인 창비 시선에 당선돼 시집을 내는 것이 꿈”이라며 “청소년 아이들의 일상을 담아 낸 습작 시들을 모아 청소년을 위한 시집도 펴내고 싶다”고 전했다.
청소년과 소통할 수 있는 시 필요
교직을 부지런히 걸어왔지만 늘 시를 가까이해온 하재일 교사는 시인이나 문인 친구들이 많다. 김영승, 안도현, 이정록 시인 등 시를 써온 시간만큼 이들과 우정을 나눠왔다. 덕분에 이들을 학교로 초청해 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강좌를 자주 개최했다. 화정고 재직 시절엔 수능시험을 마친 고3 학생들을 위해 함민복, 이정록 시인 등을 비롯한 문인들을 초청해 인문학 특강을 진행했다. 또 오는 19일엔 안도현 시인을 중산고로 초청해 함께 시를 감상하고 느껴보는 특강을 연다.
바쁜 일상에 쫓겨 사는 사람들에게 시는 낯설고 먼 언어다. 이는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동시를 즐겨 읽던 초등학교 시절이 끝나면 아이들에게서 시는 멀어진다. 교과서 속에 등장한 시는 아이들에게 시험을 위한 시로만 남아있다. 시를 느끼고 감상하기보다 문제를 풀기 위해 시어, 운율, 시의 이미지 같은 것을 파악하는 데 주력한다. 이렇게 멀어진 시는 어른이 돼서도 함께하기 힘들다. 그래서 청소년기부터 시를 가까이하고 느낄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마련해 줘야 한다고 하재일 교사는 강조한다. 동시와 어른들이 읽는 시의 징검다리로 청소년을 위한 시가 절실하다는 생각이다.
“시의 영역을 넓혀 청소년들이 즐겨 읽을 수 있는 시들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청소년을 위한 시는 잘 읽히고 난해하지 않아 어른들 또한 독자로 만드는 힘이 있어요. 어른과 청소년이 함께 읽고 소통할 수 있는 시가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합니다.”
문학의 즐거움 전하는 읽을거리 만들어줘야
하재일 교사는 고2 학생들에게 문학을 가르친다. 학생들과 교과서를 볼 때면 아쉬운 마음이 크다. 교과서 속 문학작품이 학생들에게 교훈을 줄 순 있겠으나 재미를 주진 못하기 때문이다. 시나 소설이나 문학은 읽는 즐거움을 줘야 하는데 시대에 안 맞는 내용이 많아 학생들이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독서가 의무가 됐으나 어려운 내용은 읽지 않으려고 하는 학생들에게 읽을거리를 만들어주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다. 하재일 교사는 종종 자신이 쓴 시를 학생들에게 보여주거나 읽어준다. “이런 게 무슨 시냐”며 야유를 보내던 학생들도 자신들의 이야기가 담긴 시를 들으며 눈을 반짝인다. 그의 첫 번째 독자이자 시의 주인공인 학생들과 그는 시로 소통하며 교사 시인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었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