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강미욱씨는 장항동에 살며 덕이동에 작업실을 두고 있다. 작가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사금파리 조각, 한복 천 두루마리, 폐목재 등 사람들에게 쓸모없다고 버려진 것들이다. 사금파리 조각은 예스러운 가구에 붙여 제 역할을 찾고 한복 천 두루마리는 사각 나무틀에 담겨 이른바 ''미욱팡''을 완성했다. 폐목재는 우드트레이가 됐다.
세상에서 본 적 없는 작품을 만들어 낸다. 음식도 꼭 그렇게 만든다. 레시피는 남의 것을 따와도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한 숟갈 더 얹어 ''예술 밥상''으로 승화시킨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아이디어 한 숟갈이면 밥상이 예술
강미욱 작가의 SNS는 음식 사진으로 푸짐하다. 오이지 두부조림 숙주볶음 같은 밑반찬부터 오디에이드 박하모히또 등 음료에 소고기깻잎쪽파말이 돌문어표고버섯밥까지 다양하다. 하루에 세끼 먹는 예술가네 집 밥과 간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찾아오는 이웃들도 많다.
그의 요리는 어딘가 다르다. 남이 만들어 준 대로 쓰는 법이 없다. 오이지는 고추기름을 넣어 무쳐 내기도 하고 돌나물 무침에는 곤약국수를 넣는다. 머위 껍질로 장아찌를 만들고 무말랭이를 밥에 넣어 지어 먹는다.
남의 눈치 보느라 고단하게 사는 한국인들 사이에서 망설임 없이 자신의 방식과 입맛을 기준으로 요리한다. 아들과 딸을 성인으로 길러내고서도 아직 소녀처럼 발랄해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일까.
집 밥으로 키운 아이들
작가는 가끔 식재료 하나를 앞에 두고 시간 여행을 떠난다. 어머니가 해주셨던 그 요리의 맛을 머릿속에서 더듬어 손끝으로 탄생시킨다.
그에게 요리를 가르친 또 다른 스승들은 대학시절에 만난 친구의 언니들이다. 요리에 감각 있는 언니를 일곱이나 둔 친구 덕분에 갖가지 요리 팁을 익혔다. 곶감에 호두를 말아 자르는 요리나 솔잎에 잣을 끼우는 법, 밥에 연둣빛 은행을 올려 내는 것도 언니들에게 배웠다. 미팅 만큼이나 시장 구경을 좋아하는 대학생이었다.
결혼 후에는 집들이 요리며 돌잔치 음식을 손수 만들었다. 탕수육 치킨에 닭 강정 햄버거 같은 아이들 간식도 직접 만들어 먹였다. 작가는 "남들과 같은 것, 뻔한 것을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성격 때문"이라며 자책하면서도 "두 아이 모두 요리에 소질이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유학 간 딸은 두부조림을 요리해 사진 찍어 보내고 아들도 외국서 익힌 요리 정보를 알려주곤 한다.
''예술가의 밥상'' 전시 열어
블로그 이웃이나 친구의 SNS, 인터넷을 보고 ''필이 꽂힌'' 요리는 꼭 해야 직성이 풀린다. 마음먹으면 언제라도 시장을 보러 나선다. 아내가 차린 집 밥만 먹는 남편은 이런 작가의 방식에 개입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들이 ''충동구매 하지 말라''며 제동을 건다. 하지만 작가는 무모함을 에너지 삼아 오늘도 장바구니를 들고 나선다.
"레시피를 대충 보고 머리에서 이거 해 먹어야 겠다 싶으면 밤 12시가 돼도 장을 보러 나가요. 요리도 무모해요. 마음대로 안 될 때도 많죠."
그래도 남편은 작가의 손을 들어 줬다. 학생 시절 입이 짧아 영양실조까지 걸릴 정도로 바깥 음식을 싫어하던 그는 결혼 후 아내의 요리에는 토를 달지 않고 먹는다.
"강미욱이 요리 하나는 잘해. 그건 인정한다고 남편이 한마디 했어요. 제가 좋아서 만드는 건데 식구들이 잘 먹으니 기분 좋죠."
강미욱 작가는 올 가을 요리를 들고 전시장으로 나선다. 10월 14일부터 20일까지 인사아트센터 본관에서 열리는 ‘예술가의 밥상’ 전이다. 강미욱 작가는 “좋은 분들과 따뜻한 차에 김밥이라도 나누고 싶은 마음에 이번 전시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따뜻한 마음이 사금파리 작품들 사이에 앉아 이웃들을 기다릴 것이다.
예술가의 간식
''라이스페이퍼 피자치즈 튀김''
재료: 라이스페이퍼, 피자치즈, 감자와 당근 등 좋아하는 채소, 소금, 후추, 소스(핫소스와 칠리소스 섞은 것)
조리법
1. 라이스페이퍼를 물에 적셔 촉촉하게 한다.
2. 감자와 당근 등 좋아하는 채소를 채 썰어 소금과 후추를 넣고 데친다.
3. 도마에 올린 라이스페이퍼에 채 피자치즈를 넣고 튀긴다. 기름을 많이 두르지 않고 앞뒤로 굴리듯 튀겨내면 된다. 2번의 채소를 넣어 말아도 좋다.
4. 먹기 좋게 잘라 소스와 함께 상에 올린다.
강미욱 작가 SNS : 날마다 차려 먹는 따끈한 요리 사진을 이웃들과 나눈다. 이웃들의 레시피를 응용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강미욱 폐목재 우드트레이: 버려진 목재로 우드트레이를 만들어 내는 작가의 눈과 감각이 색다르다.
강미욱 고추베이컨말이: 매콤한 고추를 반으로 갈라 베이컨으로 말아 구워 먹는다. 술안주로도 그만이다.
강미욱 사과구이: 수분이 빠져 쪼글 거리는 사과를 가로로 잘라 버터 두른 팬에 구워 먹는다.
강미욱 모히또: 갈증 해소에 시원한 박하 모히또가 좋다. 입안이 온통 박하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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