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Talk - 추석이 반갑지 않은 이유

명절이면 꼭 있다! 내 맘 상하게 하는 사람

지역내일 2015-09-19

학생에게 시험이 있듯 주부에게는 명절이 있다.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고 치르고 나서 좋은 점수 받기는 더 어렵다. 존재만으로도 스트레스인데 명절 때마다 은근히 마음 상하게 하는 그 사람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뒷목 잡는다. 명절이면 꼭 있다. 상처 되는 말과 행동으로 마음까지 지치게 만드는 그 사람! 슬금슬금 다가오는 추석이 반갑지 않은 이유다.
리포터 공동취재


>>>몰래 시부모님께 용돈 드리는 남편, 솔직해질 수 없니?
명절이나 생신 때 여느 집처럼 어느 정도의 용돈을 드리곤 해요. 당연한 거라 생각해요.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죠. 꼭 저 몰래 시부모님께 뒷돈을 더 챙겨드리더라고요. 섭섭하지 않을 만큼 적당히 챙겨드리는데 꼭 그렇게 해야 하는 건지.
큰 싸움 날까봐 알고는 있지만 매번 모른척하곤 해요. 무엇보다 저한테 솔직히 말해주지 않는다는 게 더 화가 나죠. 저도 친정 부모님께 넉넉히 드리고 싶지만 살림 걱정에 그러지도 못하는데 속상해요. 항상 시댁을 먼저 챙기고 용돈도 늘 시부모님께 더 많이 드리곤 하는데…. 며칠 전엔 이번 명절엔 친정 부모님, 시부모님 꼭 똑같이 드리자고 했더니 얼굴이 안 좋아지더라고요. 참나. “남편아, 좀 솔직해지자 제발~ 장인, 장모도 좀 챙기고.”
후곡마을 L주부(41) 


>>>직장 다니는 며느리의 명절 비애
결혼 17년차 주부입니다. 저희 시어머니는 평소에는 며느리가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돈도 잘 번다며 동네방네 은근 자랑을 하고 다니신답니다. 가끔 어머니 친구 분들과 직장 근처에 놀러와 연락을 하시기도 하지요. 그러면 전 점심시간을 이용해 잠깐 나가 어머님과 친구 분들 뵙고 근처 카페에서 커피라도 주문해 드리고 들어온답니다. 그런데 명절 때만 되면 어머님이 연휴 전날부터 전화하셔서 몇 시에 퇴근하냐며 계속 성화십니다. 연휴 전에는 마감하고 처리해야 할 업무들이 많아 아무리 일찍 퇴근해도 아홉시 열신데, 일 끝나자마자 시댁에 가면 ‘넌 왜 이리 퇴근이 늦냐’, ‘무슨 그런 직장이 다 있냐’며 노골적으로 짜증을 내십니다. 뉴스에서 조기 퇴직에 대한 이야기라도 들으시면 ‘넌 어떻게든 오래오래 직장에 다녀야한다’며 ‘여자도 능력이 될 때까지 일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면서 놀다 온 것도 아니고 일하고 늦게 온 며느리에게 명절 때마다 타박하시는 시어머니를 생각하면 명절 한 달 전부터 마음이 우울하고 예민해집니다.  
가좌마을 S주부(44)


>>>저도 친정에서 명절 분위기 느끼고 싶어요
시댁은 시누이 세 명에 남편이 막내죠. 시어머니 홀로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에 어릴 때부터 누나들이 거의 엄마 노릇을 해왔대요. 그래서 누나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요. 그래서인지 명절 때도 꼭 시누이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얼굴을 봐야 해요. 그것도 모자라 꼭 하룻밤을 더 지내고 다음날에도 오후까지 같이 놀다 그제야 친정으로 가요. 그럼 뭘 해요. 친정에 가면 부모님도 볼일 보러 나가시고 명절 분위기는 사라지구… 동생 식구들도 바쁘니 식사도 제대로 같이 못하고 오기 일쑤죠. 그럴 때마다 남편이 밉고, 친정 부모님에게는 미안하고 그래요. 결혼하고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 한 번도 먼저 ‘친정에 가자’라고 말도 꺼내주지 않는 남편이 너무 서운해지네요. 저도 명절에 엄마가 만든 음식 먹으며 지내고 싶어요.
문촌마을 M주부(39)


 
>>>돌아가면서 “둘째 낳아라” 노래하는 시어른들
시댁이 대구거든요. 효도하는 차원에서 두 달에 한 번씩은 다녀오고 있어요. 힘든 건 시댁에 가는 게 아니라 거기서 듣는 말이에요. 아이를 하나만 키우다 보니 애가 하나는 더 있어야 되지 않겠냐고 하세요. 갈수록 큰 애랑 터울도 멀어지고 더 늦기 전에 하나를 더 낳아야 하지 않겠냐면서요. 둘은 있어야지 서로 의지도 된다고.
명절이 되면 2박 3일 동안 집중적으로 들어야 돼요. 요즘 같은 세상에 애 하나 키우기도 너무 힘들거든요. 하나는 어떻게든 키우겠는데 둘은 키울 여력이 안돼요. 저희가 둘째를 낳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아무리 말씀드려도 자꾸 말씀하시니까 힘들어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도 여러 사람이 돌아가면서 말하니까 저는 계속 듣게 돼요.
교하 P주부(35) 



>>>씀씀이 큰 시댁, 명절 선물 챙기기 힘들어요
형제 많은 집에서 늘 부족한 듯 자라서 그런지 씀씀이 큰 시댁이 부담스러워요. 명절 때마다 특별한 이벤트를 원하시거든요. 매번 고민 고민 하다가 봉투로 드리는 편인데요. 그럴 때면 시어머님이 ‘명절엔 양말 한 짝이라도 사서 나눠 신자’고 하세요. 물론 말씀은 아름답게 하시지만 며느리 입장에서는 가슴에 콕콕 박히죠. 진짜로 양말사서 가면 ‘우리 며느리 안목이 이것밖에 안되냐’고 하시거든요. 그러다 시누이가 가족들 선물을 바리바리 싸들고 오면 어머님이 보란 듯이 쭉 늘어 넣고 계세요. 고모 덕에 우리 손자 인물이 달라졌다며 웃으실 땐 정말 기분 별로예요. 지금은 나름대로 내공이 생겨서 편하게 지내지만 명절만 되면 그때가 생각나서 ‘욱’ 하고 올라온다니까요.
대화마을  B주부(40)



>>>느림보 남편, 명절만 되면 부지런쟁이!
평소 남편은 참 느긋(?)한 편인데요. 명절만 되면 아주 부지런해져요. 시댁인 제주도행 비행기 표를 언제 그렇게 예약을 했는지 놀라자빠질 지경이라니까요. 지난 10년간 정말 감탄의 연속이었답니다. 몇 해 전 추석은 연휴가 유독 길었는데요. 내심 일찍 다녀와서 ‘뭘 좀 해볼까’하고 여유를 부렸어요. 그런데 웬걸요. 그렇게 느린 남편이 밤낮없이 인터넷을 뒤져서 표를 구한 거 있죠. 세상에나, 결혼하고 그렇게 집요하게 뭔가를 하는 걸 처음 봤다니까요.
글쎄 지난 제사에는 이사 준비로 정신이 없어서 예약할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는데요. 말도 없이 앞뒤로 휴가를 빵빵하게 내서 표를 끊어오더라고요. 완전 기절했죠. 결혼하면서 갑작스레 효자가 됐다는 우리 남편(시어머님 말씀), 명절만 되면 얄미워져요.
후곡마을 S주부(40)


>>>용돈 받은 이야기 꼭 흘리시는 시어머니, 부담스러워요
명절 때 시어머니와 함께 일을 하다보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요. ‘00가 나에게 용돈 얼마를 주더라’는 이야기를 꼭 은근슬쩍 흘리세요. 대놓고 말씀하시지는 건 아니지만 이야기 속에 소금 양념처럼 들어가는 이야기라고나 할까요. 처음엔 ‘이 상황이 뭐지?’ 싶어 당혹스러웠죠. 무언의 압박 같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제가 용돈을 드린 것도 아마 동서네나 다른 친인척 분들에게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시아버님이 간혹 “그런 이야기 하지 말라”고 중재를 해주시긴 하지만 씁쓸함은 감출 수 없습니다. 어차피 부모님 용돈은 형편껏 드리는 것이니 말씀과는 무관하게 내 소신껏 드리고, 말씀은 한 귀에 담아두지 않고 흘려버리고 있어요. 그게 스트레스 덜 받는 길인 것 같아서요.
문촌마을 K 주부(44)


>>>고마워하던 막내동서, 이젠 자기가 형님 노릇
시댁은 큰 부자는 아니지만 고향에선 부자 소리를 듣는 집입니다. 몇 해 전 시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맏이인 남편이 주도해서 자식들은 아직 살만 하니 유산은 어머니가 관리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막내 시동생이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오갈 곳이 없어지자 자신들이 어머니를 모시고 살겠다고 들어오더라고요. 어머니는 막내가 안쓰러워 슬며시 땅도 조금씩 팔아 돈을 마련해주시더니 지금은 아예 막내동서가 시댁 곳간을 차지하고 앉았네요. 처음엔 제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하던 동서가 적반하장 막내인 자기가 맏동서 대신 어머니를 모신다는 식으로 유세를 부리질 않나 제가 시어머니께 조금만 살갑게 대해도 눈치를 주니 참. 이젠 명절에 가도 자기가 형님 노릇한답니다. 속없는 남편은 그래도 동서가 착하다 하고, 저는 도대체 제가 왜 동서 눈치를 봐야 하는지 속이 터질 지경이에요. 이러다 시어머니 돌아가시면 큰 싸움 날 것 같아 불안하기도 하고요. 명절에 동서 얼굴 볼 생각하면 벌써부터 우울해져요.
강선마을 L주부(48세)


>>>시어머니 눈치보다 형님들 눈치 보느라 더 피곤해요
남들은 명절에 시댁에 가면 시어머니 눈치를 많이 본다는데 저는 두 형님 눈치 보느라 정말 피곤합니다. 제가 막내라서 요리하시는 거 옆에서 도와드리고 심부름만 하면 돼 몸이 고되지는 않은데 정신적으로 많이 피곤합니다. 일단 부엌에 들어서면 두 형님의 기가 팽팽하게 느껴지고 서로 말로 치고받고 하는 것이 아닌 말없이 흐르는 그 묘하면서 냉랭한 분위기는 정말 숨이 탁 막히죠. 큰 형님은 시골에서만 사신 완전 시골 사람이고 둘째 형님은 완전 서울 사람이거든요. 거기서부터 뭔가 기 싸움이 시작된 것 같은데 대화도 별로 없고 어떨 때는 의논 없이 서로 일을 미뤄 시어머니가 대신 하신 적도 있죠. 또 저를 서로 자기편으로 만들려고 해서 중간에서 참 난감합니다. 한쪽 편만 들었다가 다른 쪽 형님한테 ‘그럴 줄 몰랐다. 섭섭하다’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는데 정말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느낌입니다. 
후곡마을 K주부(45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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