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과 기본 충실한 영재 양성이 목표인 재현고

지역내일 2015-08-28

노원구 중계동에 위치한 재현고등학교는 2014년 입시에서 서울대 9명, 연세대 8명, 고려대 8명, 의치한 12명, 한양대 14명, 성균관대 7명(중복포함)을 합격시킴으로서 노원지역 입시의 새로운 강자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재현고 진학지도 결실의 바탕에는 교사의 뜨거운 열정과 이를 믿고 따르는 학생들 간의 신뢰가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의 희망으로 떠오른 재현고 진학지도의 비결에 대해 김원식 3학년 부장교사를 만나 알아보았다. 


최근 3년간의 실적으로 보면 재현고의 상승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재현고를 입시의 신흥강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 재현고는 1978년 고등학교 인가를 받은 후 서울 동북부 지역 최초의 인문계 고등학교로 설립돼 4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한다.
설립자인 이익엽 여사가 73세의 나이에 직접 돌을 나르며 학사를 건설했다는 학교 소개처럼 재현고의 저력은 기본에 충실한 교육에 있다. 즉, 특별히 입시 흐름을 따르거나 강조하는 프로그램이 있다기보다는 누구나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학교에서 챙겨주기 전에는 소홀히 하기 쉬운 것, 다시 말해 가장 기본이 되는 교육을 철저히 실행하는데서 재현고의 힘이 비롯한다고 할 수 있겠다.

평가까지 이어지는 심화 독서활동과 방과후학교
그 하나의 예가 바로 독서와 신문 사설 읽기 프로그램이다. 독서능력이 자기주도학습의 기반이라는 신념으로 매일 ‘아침 사설 칼럼 읽기’ 시간을 운영해 신문을 읽고 스크랩을 하도록 한다. 학교에서 신문 사설 워크북을 직접 제작하여 학생들이 쉽게 신문 사설을 읽고 정리하도록 했다.
독서 역시 기본에 충실하지만 철저한 프로그램 운영을 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 7교시 독서시간엔 연간 8권의 필독도서를 정해 읽고 정기고사에 독서 내용을 포함시켜 출제하도록 한다. 독서가 구체적인 교육활동과 평가로 이어지도록 한 것이다. 필독도서는 경제, 철학, 예술, 역사, 과학 등 학생들의 모든 관심 분야를 아우르는데 단순히 책을 읽고 독후감을 작성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구체적인 화두를 던지고 그에 대해 학생들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자율학습이나 방과후학교 역시 대부분의 학교가 시행하고 있지만 재현고는 철저히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고 있다. 자율학습은 학생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하고 있지만 그 운영은 상당히 효율적이다. 지정좌석을 부여하고 정해진 시간을 엄수하도록 교사가 직접 출석을 관리한다. 방과후수업은 일정 시간의 수업을 들은 후 그 내용에 대해 시험을 치르도록 해 성취도를 생활기록부에 기록하고 성취도를 반영하고 있다. 방과후학교 이수시간뿐 아니라 방과후학교를 통한 학생의 학업능력 신장을 생기부를 통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자율학습은 주중에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희망자에 한해 주말에도 개방하고 있다. 강도 높고 효율적인 자율학습 분위기를 계속 이끌어나가기 위해 매 학기 중간고사 직후 자율학습 첫 시행일엔 1, 2 학년이 모여 연합 체육대회를 갖도록 하는 것도 재현고만의 특이사항.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날리고 다시 한 번 공부에 매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영재학급과 심화 반 운영
수학, 과학, 인문 3개 부분에서 운영하는 영재학급도 수시체제의 한 축을 담당한다. 영재학생, 교사, 학부모가 각 학년별, 단계별 활동의 큰 그림을 이해하고 참여하도록 세종반이라는 이름의 심화 반을 운영하고 있다. 세종반은 방과후학교와 자율학습을 연계한 최상위권 대학 목표반이다.
희망자에 한해 상위 80명으로 운영되며 각종 학술동아리 활동을 선택해 일 년 동안 활동하고 그 성과를 생기부에 기록한다. 영재학급과 세종반 학생의 다양한 학술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교사들은 일 년 동안의 지도계획을 세우고 매달 해당된 업무를 수행하며 학생들의 노력이 구체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학술동아리에서 주최하는 소논문 대회는 지역에서 거의 유일하게 교사와 학생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활동이다. 5월 중에 소논문 대회를 공지하면 전공분야에 관한 지적 소양을 위한 독서활동부터 시작해 연구계획서 작성에서 중간 발표회까지 구체적인 활동 내용으로 교사들의 지도 일정이 가득 찬다. 10명의 지도교사가 전공별로 지도를 해 1학년 때부터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논문작성이 가능하도록 체계를 갖추었다.    
    
 인성지도가 스펙으로 이어져
인성지도는 학교가 특히 강조하는 부분이다. 교문에서부터 시작되는 사제 간의 인사와 덕담은 재현고의 오랜 전통이다. 모두가 놀란 입시 실적 뒤에는 든든한 인성교육이 자리하고 있다. 서울여대에서 실시하는 인성 프로그램에 희망자를 선발하여 총 10회에 걸쳐 시민의식을 위한 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여름방학 중인 8월 중순에는 2박 3일 일정으로 소록도 봉사활동을 실시해 땀 흘리며 봉사의 진정한 의미를 몸으로 체험하고 더 넓은 시야를 갖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인성지도는 높은 대학 진학 실적을 위해 학생들을 지도한다기보다는 학생들의 가능성을 고려하고 학교 안에서 최대한 지원하는 것과 유기적으로 맞물려 그 결과 서울대 입학 실적도 높아지는 등 재현고의 힘이 되고 있다. 학과 지원은 전적으로 학생 자신의 적성과 선택을 우선으로 한다고 교사들은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대 의예과, 언론정보학과, 경영학과 등 인기 학과에 합격했다.
 학부모를 교육의 주체로 인정하여 분기별, 학기별 ‘대학입학 설명회’를 개최하고 일주일간 진행되는 학부모 상대 ‘진로진학 아카데미’도 운영 중이다. 자칫 소외되기 쉬운 아버지의 역할에 주목해 부성회복을 위한 ‘아빠교실’, 어머니들을 상대로 한 ‘엄마를 부탁해’ 등 다양한 학부모 지원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인터뷰/ 김원식 3학년 부장교사
“재현고는 무엇보다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재현고의 놀라운 서울대 입시 실적과 상승세의 비결에 대해 많은 질문을 받지만 이것은 입시만을 위해 학교를 운영해서 나온 성과가 아니다. 인성교육을 바탕으로 한 지도와 교사들의 헌신적인 열정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독서 프로그램이나 방과후 학습 모두가 하려는 학생들에게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 교사들 노력의 결과이다. 그 예가 입시 실적을 위한 환경을 강압적으로 조성해서 나온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장성희 리포터 rit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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