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_ 책 읽어 주는 서울등서초등학교 송준헌 교장
“책 읽는 재미, 모두에게 가르쳐주고 싶어요”
이른 아침 시간에 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교장이 있다. 책 속에 나오는 모든 그림을 사진으로 찍어 아이들이 크게 볼 수 있게 만들고 주인공에 따라 변하는 다양한 목소리로 아이들이 쏙~ 빠져들게 한다. 어떤 책을 읽어주면 아이들이 더 좋아할까 고민하며 동화책 읽기에 빠진 교장의 영향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아이들의 독서 열기가 올라가더니 학생들이 학교 오는 것이 즐겁단다. 서울등서초등학교에 불어 닥친 독서열풍의 주인공 송준헌 교장을 만났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이른 아침, 동화구연을 듣는 아이들
한 달에 한 번 전교생을 대상으로 약 10분간 ‘독서방송’이 진행된다. 책을 읽어주는 이는 서울등서초등학교의 송준헌 교장. 전교생이 볼 수 있도록 책에 나온 그림을 일일이 사진으로 찍어 슬라이드 자료로 만들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다양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다 보니 아이들이 점점 책 읽기의 재미에 빠져든다.
어느덧 이야기가 절정에 다다랄 즈음, 송 교장은 이야기를 멈춘다. 나머지 궁금한 내용은 도서관에서 찾아서 읽으라는 당부와 함께. 이후 도서관은 뒷내용이 궁금한 학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송 교장의 계획이 성공한 셈이다.
이처럼 송 교장이 책 읽기를 강조하는 이유는 본인이 독서로 자녀를 잘 키워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뱃속에 있을 때부터 책을 읽어줬어요. 책 읽는 소리를 듣고 자란 아이가 학업성취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듯이 책 읽기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합니다.”
독서 관련 활동으로 교직 2년 차 모범교사상 받아
송 교장이 책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초등학교 2학년 담임선생님의 영향이 컸다. 매일 하교 시간마다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던 선생님의 영향으로 학교 가는 것이 즐거웠다. 책이 귀한 시절, 선물로 받은 동화책 읽는 재미에 친구들과 돌려가며 책을 읽었다. 5학년 때는 사비를 들여 교실에 세계명작동화전집을 비치해둔 선생님 덕분에 밤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었다.
이런 선생님의 영향으로 교사가 되기로 작정했고 아이들이 책을 좋아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고 싶었다. 처음으로 부임한 학교에서 아이들이 방학 동안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서가에서 책을 교실로 옮겨와 도서관을 열어주는 캠프를 맡았다. 처음 계획은 2개 교실만 오픈할 예정이었으나 끊임없이 밀려오는 아이들을 위해 10개 교실 모두를 도서관처럼 만들었다. 이런 일을 계기로 교직 2년 차 모범교사상을 수상했다.
직접 스토리텔러 자격증 따고 학부모도 가세시켜
등서초가 독서교육에 힘쓰는 데는 송 교장의 노력이 한몫했다. 지난해 3월 공모 교장으로 등서초에 부임한 이후 다양한 독서프로그램을 계획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도서관에서 이벤트가 열린다. 책을 대출하면 막대사탕을 주는가 하면 책 대출이 적은 아이를 찾아내 책을 대출할 수 있게 만드는 행사도 열었다. 방학마다 열리는 독서캠프에는 책과 놀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가득해 등서초 아이들은 책과 떨어질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여기에 학부모도 가세시켰다. 아이들에게 책 읽는 습관을 만들어 주고 싶었던 송 교장은 본인 스스로 스토리텔러 2급 자격증을 취득하고 더 많은 아이에게 다양한 책을 읽어주고 싶어 책놀이 지도사, 스토리텔러 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학교에 도입했다.
학부모 대상 독서동아리도 개설했다. 동아리 회원들은 매 학기마다 손수 인형을 만들어 아이들 앞에서 동극으로 보여줬다. 입학식 첫날에 인형극으로 아이들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겨나도록 만들었다.
이런 노력은 도서관 대출권수가 늘어나는 것과 창의력 향상으로 나타났다. 송 교장은 “외부 강사들이 수업하러 오면 우리 학교 아이들이 다른 학교에서는 나오지 않는 아이디어를 마구 쏟아낸다고 칭찬을 해요. 창의력이 높다는 건 그만큼 등서초 학생들이 책을 많이 읽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 생각합니다.”
기회를 많이 주는 교장 되고 싶어
송 교장은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것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운동 ▲예술 활동 ▲독서 등 3가지 습관이 몸에 배도록 해주고 싶다. 또한 아이들이 가진 끼와 잠재력도 발굴해주고 싶다.
“교육의 기회를 많이 제공해줄 수 있는 교장이 되고 싶어요. 아이들의 꿈과 끼, 열정도 기회가 없으면 발휘를 못 하잖아요.”
송 교장은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찾고 끼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아침등교음악회, 1인 1악기, 과학탐구활동, 활발한 체육활동, 오페라, 합창 등 다양한 기회를 만들었다. 교육청을 비롯해 교외에서 열리는 다양한 행사에 등서초 아이들을 참여시켜 자신의 관심사와 잠재력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또, 교육청이나 구청에서 학교대상 공모전이 열릴 때마다 참가해 받은 지원금으로 실력 있는 외부강사들을 초청해 아이들이 꿈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줬다.
“모든 학생이 꿈을 갖고, 그 꿈을 향해서 도전할 수 있는 교육을 하고 싶어요. 그 기회를 초등학교 시절에 가질 수 있다면 더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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