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재판과 진실발견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의 배심재판 제도를 일부 도입하였지만 미국과 달리 배심원들은 어디까지나 판사에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을 뿐이고 판결을 할 권리는 없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제1심에서 배심원이 만장일치의 의견으로 평결을 하였는데 법원이 이를 수용하지 않고 유죄를 선고한 사건을 파기하였다.
이런 대법원의 판결취지에 의하면 배심원들의 의견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법원에서는 그 의견은 존중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과연 배심원들의 만장일치 의견은 진실을 밝히는 보루일까?
미국에서는 배심원들이 변론에 집중하도록 메모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O. J. 심슨 사건의 경우 거의 1년 동안 배심재판을 하면서 배심원들에게 메모를 하지 못하게 했다. 유명 미식추구 스타였던 심슨이 재혼한 처와 남자친구를 살인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었는데 배심원들이 어떻게 메모도 하지 않은 채 수많은 시간 동안 듣고 보았던 모든 증거에 대하여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위 사건에서 심슨은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하였고 변호사 비용으로 엄청난 돈을 썼다고 한다. 결국 심슨은 배심원들의 무죄 평결을 받고 석방되었다.
미국의 경우 형사재판에서 배심원 중 1명이라도 유, 무죄에 대한 의견이 다른 경우 “Hung Jury”라고 하여 배심재판이 무효화되고 만다. 검사는 배심원들의 만장일치 유죄판결이 날 때까지 다시 기소할 수 있지만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유죄 또는 무죄 모두 만장일치로 결론이 나야만 끝이 나는 형사 배심재판은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결국 엄청난 세금을 축내게 된다.
미국의 일리노이 주에서는 사형수에 대한 사형집행을 일시 정지하였는데, 그 이유는 과거 배심원 만장일치로 살인죄가 인정되어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이 수십 년이 지난 후 유전자 검사에 의하여 진범이 아닌 것이 밝혀지는 사례가 속출하였기 때문이다. 배심원이 만장일치로 유죄로 평결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100% 진실이라는 근거는 없다.
존 그리샴의 소설 “사라진 배심원(The Runaway Jury)”에서 미국 배심제도의 문제점이 잘 나타나 있다. 30년간 담배를 피고 폐암으로 죽은 사람의 처가 회사를 상대로 엄청난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담배회사는 배심원을 자기 편으로 만들기 위하여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배심원인 주인공은 담배회사의 이러한 의도를 최대한 이용하여 엄청난 돈을 챙긴다. 이 소설에는 배심원 제도의 허점과 문제점이 잘 나타나있다. 판사시설 미국으로 해외연수를 간 적이 있는 데 그 때 만났던 연방지방법원의 법원장은 배심재판을 한 마디로 말한다면 “stupid”라고 했다. 지금도 그 때 그 표정이 가끔 떠오른다.
이재구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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