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종합전형의 이해

지역내일 2015-08-13

이제 본격적으로 수시와의 전쟁이 시작되는 시기이다. 학생, 학부모, 3학년 담임선생님들은 최적의 지원 전형과 대학, 학과를 찾기 위해 필요한 모든 정보와 자료를 수집하고 그 자료를 분석·연구한다. 정말 이런 3학년 담임선생님들의 열정과 노력을 옆에서 지켜보면 교사란 하늘이 내린 천직이 아니면 하기 힘들겠다는 말이 공감이 된다.
 
특히 학생부(학교생활기록부의 약어) 종합전형에 적합한 학생을 찾기 위한 노력은 그중에서도 백미이다. 학생의 학생부를 철저히 분석하여 그 학생의 개성과 특징을 찾아 가장 적합한 학과와 대학을 찾는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3학년 담임선생님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대부분 학생부에 기록된 내용을 분석하여 가장 적합한 학과와 대학을 찾는 정도이다. 2학년 때까지의 기록이 그 학생의 지원학과와 대학을 이미 70~80% 정도 결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의 준비는 1학년 입학과 동시에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수시전형에서 가장 핫한 전형이다. 서울대 수시전형은 100% 학생부종합전형으로만 선발한다. 올해도 작년(2015학년도 수시전형)보다 약 8,300여명 정도가 증가된 68000명(정시 포함한 2016학년도 모집 전형에서도 세 번째로 선발 인원이 많은 전형) 정도를 선발하는 전형이다. 특히 소위 상위권 대학이라는 주요 대학의 대표적인 수시 선발 전형이라 할 수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부교과전형과 달리 학생부 교과 성적과 비교과(교과 성적을 제외한 학교에서의 모든 활동) 활동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선발하는 전형이다. 따라서 학생부종합전형에서도 학생부 교과 성적은 평가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다만 학생부교과전형과 달리 정량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정성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간혹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비교과(흔히 스펙이라고도 함)만 뛰어나도 합격할 수 있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학생부교과전형에 비해서는 교과 성적의 중요성이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임엔 틀림이 없다. 다만 학생부교과전형보다는 비교과의 중요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을 뿐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비교과 활동이 중요한 평가요소가 된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과 성적이 아무리 뛰어나도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비교과 활동이 미미하면 합격할 수 없다. 각 학교에서 비교과 활동의 기록을 위해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학생의 비교과 활동은 가능하면 자신이 진학하고자 하는 학과와 관련 있는 활동이 당연히 유리하다. 
 
그런데 이 점 때문에 새로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의 본래 취지는 학업 성적뿐만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잠재적 능력이나 끼 등을 계발하여 자신이 관심이 있고 좋아하는 활동을 자발적으로 하게 해 그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오히려 학생들을 새로운 틀에 다시 가두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미리 계획된 프로그램에 학생의 적성과 관심 또는 끼 등과는 무관하게 활동하게 하고 자신의 필요성 여부와는 상관없이 ‘남이 장에 간다고 하니 거름 지고 나선다’는 속담처럼 무분별한 스펙 쌓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2년 전 자사고 1기 학생 중 학업성적이 가장 우수한 학생이 하루는 어두운 얼굴을 하고 나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는 자신이 가고자 하는 전형은 입학사정관제 전형(지금은 학생부종합전형에 해당함)이라면서 교과 성적 외에는 준비한 것이 없다고 큰 걱정을 하였다. 그가 진학하려고 하는 학과는 기계항공공학부인데 특별히 그 학과와 관련된 활동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봉사활동은 하고 있느냐 물었더니 하고는 있지만 자신이 진학하고자 하는 학과와는 관련이 없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요양병원에서 노인들을 도와주고 허드렛일로 봉사를 하고 있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무엇을 느꼈는지 물었더니 이 일을 하기 전에는 자신이 봉사활동을 한다고 하더라도 학생이기 때문에 그렇게 큰 도움은 안 될 것이라 생각했으며 단지 대학에서 요구하기 때문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막상 참여해 보니 자신의 작은 활동도 어떤 사람에게는 소중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가능한 이제부터라도 시간을 내서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으며 또한 우리에게 가장 소중하고 귀한 것은 우리의 생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학생은 그 해 자기소개서에 이 봉사활동을 통해 느낀 점을 토대로 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비행기를 만들고 싶다는 구체적 목표를 가지고 대학에 진학했다
 
이것이면 봉사활동을 한 의미는 충분하지 않은가? 굳이 전공과 관련된 봉사활동을 찾아 할 필요가 있겠는가? 우리의 모든 활동은 직접적이냐, 간접적이냐의 차이이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받는다. 타인이 보기에 매우 우수한 활동을 했다 하더라도 당사자가 그 활동의 의미를 깨닫지 못한다면 그 사람에게는 그 활동이 그렇게 의미 있는 활동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반대로 사소한 활동에서도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활동들도 많다. 어떤 활동을 하느냐 이전에 오히려 사소한 활동이라도 그 활동 속에서 가치를 찾아 자신의 삶과 연결시키는 작업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물론 자신의 진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활동 속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 쉽기는 하겠지만 우리 학생들은 완전히 진로가 결정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대학에서도, 사회에 나가서도 자신의 진로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선생님들의 진로진학지도는 ‘무엇을 하는 것이 좋다’ 보다는 ‘아무리 사소한 활동이라도 그 활동이 자신의 삶에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를 지도하는 것이 진정한 스펙을 만들어주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선덕
선덕고등학교 진로진학부장 신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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