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은 서로 잘 알고 있는 사람 사이에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어떤 사람이 재혼을 했는데 처와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아 자주 다투었다. 어느 날 심하게 부부싸움을 하던 중 처가 남편이 휘두른 둔기에 맞아 사망하고 말았다.
그런데 남편은 자신 소유의 땅과 토지보상금을 모아서 모텔을 신축하였는데 명의를 처 앞으로 해 놓고 있었다. 부동산실명법에 의하면 명의신탁약정과 약정에 근거한 등기를 무효로 규정하고 있지만 예외적인 경우에는 효력이 인정되고 있다. 배우자 명의로 등기하는 경우가 그 중 하나이다. 다만 이 경우에는 조세포탈, 강제집행면탈 등의 목적이 없어야 한다.
일단 처 이름으로 등기된 재산은 처를 살해한 남편에게는 상속될 수 없다. 남편은 피상속인을 살해한 사람이기 때문에 상속결격자로서 상속을 받지 못한다. 결국 재산은 재혼 전에 낳은 자식들에게 모두 상속되었다.
남편은 위 재산을 찾기 위하여 죽은 처의 재혼 전 자식들을 상대로 모텔에 관해 명의신탁 약정을 해지한다는 통보를 하였다. 남편은 처의 죽음에 대하여는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재산은 엄연히 자신의 것이고 처에게 명의신탁을 했기 때문에 사망 이후에도 이를 상속받은 사람들도 이런 관계를 그대로 승계하여 명의신탁 재산을 돌려줄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부동산실명법 제8조 제2호의 문언 상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의 성립시점에 부부관계가 존재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그 이후 부부관계의 존속되지 않고 배우자 일방이 사망하거나 이혼한 경우에 일단 성립된 명의신탁 관계가 효력을 잃게 되는지 문제가 된다.
서울고등법원은 부부간 명의신탁은 유효하지만 사망한 후 상속인이 된 아들에게는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고등법원과 달리 판단하였다. 즉, 부부사이의 명의신탁 관계가 성립된 후 부부관계가 소멸한 경우 다시 무효로 된다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한 이상 일단 부부간 명의신탁이 유효한 것으로 인정됐다면 그 후 배우자 일방의 사망으로 부부관계가 해소됐다고 하더라도 그 명의신탁 약정은 상속인들이 그대로 승계하여 유효하게 존속한다고 판단하였다.
위 사건은 실제 있었던 사건인데, 결국 남편이 승소하였고 전처가 재혼 전에 낳았던 자식은 어부지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생각지 못한 재산을 공짜로 얻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이재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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