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고등학교 미술부의 신화 양승만 교사

“집보다 가까운 중산고 미술부, 이젠 제 삶이에요”

지역내일 2015-07-26

학창시절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큰 축복입니다. 때론 사교육이라는 거센 파도에 휩쓸려 쓴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여전히 사랑과 애정을 듬뿍 주시는 선생님들이 있습니다. <우리 선생님>에서는 아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고민하며 노력하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담으려 합니다. 평생 잊지 못할 참된 가르침을 주시는 선생님을 소개합니다.



중산고등학교 미술부는 학교 안의 작은 예고로 통한다. 지난 16년 동안 서울대, 홍익대, 이화여대 등 내로라하는 명문대에 두루 합격시키며 입시 명문으로 우뚝 섰다. 전체 합격률은 137%로 공교육 내에서는 성공 모델로 통한다. 중산고 미술부가 입시 명문으로 성장한 건 양승만 미술교사의 힘이 컸다. 중산고 미술부를 만들고 성장시킨 양승만 교사. 잠시 경기예고에 부임해 4년 만에 미술부장이 됐지만 돌연 예고 미술부장 자리를 내놓고 중산고로 다시 돌아왔다. 중산고등학교(교장 김명식) 미술실에서 양승만 교사를 만나보았다.  







교실 한 칸에서 시작된 신화
양승만 교사는 한적한 시골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손재주가 좋아 늘 주목을 받았다.  미술을 시작한 건 고등학교 때다. 번듯한 학원 하나 없는 깡촌이었지만 마음으로 끌어주는 미술 선생님이 있어서 행복하게 그림을 그렸다.
“당시 미술 선생님이 인생의 멘토예요.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늘 아이들과 함께 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주셨거든요. 선생님처럼 되고 싶었어요.”
바람대로 미술교사가 된 그는 1999년 중산고에 부임했다. 실기 테크닉만 강조하던 입시미술에 안타까움을 느꼈던 그는 그만의 색으로 미술부를 만들었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어린 시절 그림을 그리던 때처럼 뭔가 아이들의 삶을 풍성하게 해주고 싶었거든요.”
처음에는 2명의 학생과 한 칸의 교실에서 시작했다. 석고상 3개에 변변한 이젤도 없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해체 위기도 몇 번이나 있었다. 그래도 꿈이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5번의 이사를 하면서 현재는 미술부 전용 실기실(5칸 규모)과 갤러리, 도서실, 진학상담실까지 갖추게 됐다. 한국화, 서양화, 디자인 분야 110명의 학생과 12명의 강사가 함께 하고 있다.  




꼼꼼한 관리, 입시 명문으로 우뚝
중산고 미술부는 지난 16년 동안 쑥쑥 성장했다. 미술 명문으로 통하는 서울대, 홍익대, 이화여대, 국민대를 줄줄이 합격시키며 137%라는 놀라운 합격률(복수합격 포함)을 보였다. 특히 홍익대의 학생 선발 방법이 바뀐 이후로도 해마다 평균 6명에서 8명 정도 꾸준하게 진학시키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렇게 중산고 미술부가 입시 명문이 된 건 양승만 교사의 ‘관리의 힘’이 컸다. 뭐든 메모하고 기록하는 그는 꼼꼼한 행정력을 바탕으로 맞춤형 입시자료를 만들었다. 1기부터 지금까지 모든 학생들의 내신 성적과 실기실력, 수상실적, 입시전형, 지원대학 등 모든 자료를 문서화해서 진학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그는 미술부가 원만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강사, 학생, 학부모의 중간에서 조율하는 역할과 미술활동 보고서, 추천서 작성, 계원조형예술대학교 실기지도를 맡고 있다. 또한 연계성이 있는 12개 강좌를 1,2학년 교육과정으로 완성했고, 110명의 진학 프로그램 개발을 앞두고 있다. 최근엔 학생들 컨디션을 챙기는 일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 성적이나 실기를 챙기느라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에 늘 아쉬움이 있었어요. 체계가 조금 잡힌 만큼 이제는 학생들의 컨디션 체크하는 일에도 소홀하지 않으려고요. 학생들의 성장과정이 어떤지, 현재 힘든 점을 알아가다 보면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거든요.”




흔들림 없는 탄탄한 시스템 구축이 목표
그의 목표는 지금보다 탄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누가 미술부를 맡더라도 큰 부침 없이 미술부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그의 바람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2009년 경기예고로 부임하면서다. 그곳에서도 4년 만에 미술부장이 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그는 잘나가던 예고 미술부장 자리를 내놓고 다시 중산고로 돌아왔다.
“중산고 미술부가 예전만 못하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다시 돌아오겠다며 경기예고로 갔었는데 돌아올 때가 됐다고 생각했죠. 그때(2012년) 예고의 좋은 시스템을 많이 들여왔어요. 막연했던 예고의 실력도 눈으로 확인한 터라 자신이 있었죠.” 
중산고로 다시 돌아온 4년 동안 미술부 실력을 끌어올리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정착시키는 데 집중했다. 그동안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의 노력은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에 충분했다. 현재 1학년은 그 이상을 바라볼 정도로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중산고에서 5년 정도 시간이 남았는데요. 이제는 내 삶이 된 중산고 미술부가 오래도록 미술 명문학교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에요. 한두 명에게 의존하지 않고, 어떤 제약에도 흔들림 없는 그런 시스템을 갖춰 놓고 떠나고 싶어요.”
먼 훗날, 학교를 떠난다면 오로지 그만을 위한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하며 그동안 못다 그린 그림을 실컷 그리면서 말이다.


이남숙 리포터 nabisu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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