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법원에서는 서울대 등 국공립대 학생들이 부당 징수한 기성회비를 돌려달라는 소송의 상고심에서 1심, 2심의 판결을 뒤집고 기성회비를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하였다. 전국적으로 수만 명의 학생들이 기성회비 반환 청구 소송을 진행했다.
기성회비란 무엇일까? 기성회비란 제도는 1950년대 중반 전쟁의 피해가 컸던 당시 ‘국가의 부담으로 미치지 못하는 긴급한 교육시설 확충과 학교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학부모로부터 지원받기 위하여’ 생겨난 것으로서 원래는 자발성 기부금의 형식이었는데 그 이후 계속 ‘강제성 기부금’이 되었다.
대학은 학생이 기성회비를 납부하지 않은 때에는 학생의 등록을 거부했고, 학생 입장에서는 기성회비를 납부하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원고들의 기성회비 납부를 자발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수업료와 입학금은 교육부장관과 경제기획원이 협의하여 일률적으로 결정하고 대학은 결정권이 거의 없지만, 이와는 달리 기성회비는 1989년 대학등록금(국립대는 기성회비) 자율화 조치 이후 각 대학의 기성회에서 결정하도록 되어 있어 각 대학이 등록금을 편법으로 인상하는 것을 정부가 사실상 방치 혹은 묵인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위 소송에서 1심과 2심은 “만일 기성회비가 기성회 소속 회원의 자율적 회비라는 당초의 성격에서 오랫동안의 관행을 거쳐 실질적으로는 재학생이 각 국립대의 수업을 받는 대가로 변질한 것이라면, 재학생은 이미 각 학기 수업의 대가로서 매학기 수업료를 내고 있는데 이와는 별도로 기성회비라는 명목으로 다시 이중으로 납부하고 더욱이 수업의 대가를 각 국립대나 설립자인 대한민국에게 납부하지 않고 제3의 사적 임의단체인 기성회에 납부하는 것을 국가가 법률로써 강제해야 할 특별하고 합리적인 근거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고, 기성회들이 법적 구속력 없는 교육과학기술부 훈령이나 자치규범인 각 규약에 근거해 기성회비를 부과, 징수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원칙에 위배돼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 판결을 파기하고 기성회비를 돌려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기성회나 국가에 대해 납부한 기성회비의 반환을 명한다면, 학생들이 영조물인 국립대학을 상응하는 대가 없이 이용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결과가 돼 부당한 재산적 가치의 이동을 조절하려는 부당이득제도의 본질인 공평과 정의의 이념에 반한다는 것도 이유였다.
이재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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