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생활에 익숙한 사람들 중에는 간혹 시골에 가서 사는 것을 ‘감옥살이’라 표현한다. 현대판 고려장이 될 수 있다고도 한다.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맞는 말이지만 그 반대도 될 수 있다.
대기업 계열사 CEO로 퇴직한 사람이 있다. 서울서 살 때 고향에 어머님 혼자 계시는 것이 항상 마음에 걸렸다. 고향사람들은 출세했으면 어머님을 모셔가야지 시골에 혼자 둔다며 쑥덕거렸다. 어머니께 도시에 나가 함께 살 것을 권해 보지만 항상 “이곳이 더 편하니 걱정하지 말라”며 손을 저었다.
서울에 다니러 오시면 단 며칠도 못 견디고 갑갑해 하시는 어머님의 성정을 알지만 그래도 혼자 시골에 사시게 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동네사람들 눈도 있어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서울 아파트로 모시고 왔다. 이후 공원에도 가시고 아파트 단지의 경로당 출입도 하길래 잘 적응하시는가 보다 안심을 했다. 하지만 어느 날 퇴근해 보니 어머님은 자신의 방문을 굳게 닫고 불도 끈 채 벽을 보고 앉아만 있었다. 식사도 하지 않은 채였다. 그는 어머님의 등 뒤에서 “왜 그러시냐?”며 “무슨 섭섭한 일이라도 있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머니는 돌아앉으며 “왜 날 이런 감옥살이를 시키느냐”며 역정을 내는 것이었다. 도시생활이 적응 안 되는 시골 노인네에게 서울 아파트는 감옥이었다.
그 날 밤 그는 한잠도 못 자고 뒤척이다 다음날 시골집으로 어머님을 다시 모시기로 결정했다. 고향집으로 다시 내려간 어머님은 채마밭도 가꾸고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단풍놀이도 다니며 즐거워했다. 그 일을 겪은 후 그는 자신도 퇴직 후 고향에 내려가 살 준비를 했고 퇴직 후 곧바로 시골에 내려가 살고 있다.
그는 어렸을 때 시골서 농사를 짓고 사시는 부모님들이 힘들게 노동일을 하시는 것을 볼 때마다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나중에 돈 많이 벌어 도시에 편히 모시고 살아야겠다는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렇게 모셔오는 것도 쉽지 않았고 또 나이가 들면서는 그렇게 사시는 어머님이 더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서울서 공원을 가보면 멍하니 도시의 하늘만 쳐다보는 노인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에 비하면 시골서 사시는 부모님들은 무엇인가 하실 수 있는 농토가 있고, 동네에는 친구도 있고 또 마을 젊은이들로부터 어른 대접도 받으며 사시니 얼마나 행복한 사람들인가?
시골에 사는 것이 꼭 고려장이 아니다. 시골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는 사람에게는 고려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전원생활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도시 아파트가 감옥이다. 어디서 살든 적응하지 못하고 재미없게 살면 그곳이 바로 감옥이다.
김경래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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