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리 ‘오래된 미래’ 주인장 요리연구가 이향숙씨

자연을 닮은 음식, 이웃을 돕는 삶이 그곳에

지역내일 2015-02-09

인도 북부의 작은 마을 라다크, 그곳에서 천년이 넘도록 유지되는 평화로운 공동체에 대한 기록이 책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우다)’에 담겨있습니다. 저자인 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가족과 이웃끼리 사랑을 나누고, 자연에 감사하며,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말합니다. 빠르고 바쁘고, 치열하게만 내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우리의 현재와 미래가 가야할 길로 이 진리를 제시합니다. 헤이리에 있는 ‘오래된 미래’는 요리연구가 이향숙씨가 운영하는 작은 공방입니다. 배우고 나누며 감사하는 삶을 실천하기 위해 공방을 운영하는 이향숙씨를 보며 우리들의 ‘오래된 미래’를 생각해 봅니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음식의 가치와 삶의 지혜를 나누는 공간
작은 매장은 오로지 음식을 만들기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져 있다. 수업을 시연하는 커다란 조리대와 식자재를 씻고 다듬을 수 있는 싱크대, 음식을 조리하는 레인지 등을 설치해 놓았다. 수업은 이향숙씨의 시연으로 진행되며, 수강생들은 가까이서 이 과정을 지켜보고 또 간단한 실습도 한다. 한상차림이 가능한 네다섯 가지의 음식을 배우는데, 탕이나 국, 반찬, 떡과 후식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시연과 간단한 실습 후 수강생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것으로 수업은 마무리 된다.
이향숙씨는 요리수업이 단순히 레시피를 주고받고 요리 과정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음식에 담긴 가치나 삶의 지혜를 나누는 현장이라고 생각한다. 세 아이의 엄마로 가족을 위한 요리만으로도 늘 분주했던 그가 오래된 미래를 오픈하게 된 것은 그런 연유다.
“요리에 관심이 많아 꾸준히 배워오면서 배운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눠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음식은 먹는 것 이상의 가치를 담고 있는데, 이 가치를 이웃들과 나누다보면 제 삶이나 이웃들의 삶이 지금보다 조금은 행복해지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자연에 가까운 요리
오래된 미래에서는 궁중요리와 마크로비오틱요리 강좌를 진행한다. 이향숙씨가 꾸준히 공부해 온 분야다. 한식의 진미를 선보이는 궁중요리는 배울수록 조상들의 지혜를 느낄 수 있었고, 마크로비오틱 요리를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더 깊이 깨닫게 됐단다.
“궁중요리나 마크로비오틱요리를 어렵거나 거창한 요리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냥 ‘건강한 집 밥’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듯해요. 사실 궁중요리와 마크로비오틱요리는 자연을 생각하며 요리를 한다는 점에서 닮아 있어요. 제철에 나는 로컬 식재료를 이용해 최대한 자연에 가까운 맛을 낸다는 것이죠. 그렇게 만든 음식이 우리 몸에 제일 이로운 음식이구요. 노르웨이 연어가 영양이 풍부하다고 해도, 우리나라 인근 해산물이 우리 몸에 더 유익하다는 것이 마크로비오틱요리의 가치입니다.”
마크로비오틱요리는 제철음식을 뿌리부터 껍질까지 통째로 먹는 것을 말하는데, 식재료의 손질 과정에서부터 이 부분을 유념해야 한다. 그동안 먹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며 버려왔던 껍질이나 뿌리에 담긴 생명력을 음식에 담아내 자연 그대로 섭취할 것을 권한다. 이향숙씨는 가정에서 이를 실천하는 손쉬운 방법으로 현미식을 권한다. 날마다 밥상에 올라오는 쌀을 현미로만 바꿔도 이미 마크로비오틱의 가치를 절반은 실천하는 셈이란다. 


지속되는 나눔의 끈
오래된 미래는 처음부터 주인장이 가진 지식을 나누고, 이윤이 남으면 이를 나눔으로 순환시킬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수강생들이 내는 수업료 중 일부는 나눔 도시락을 만드는 비용에 사용된다. 한 달에 한두 번 30~40개씩 도시락을 만들어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하는데 쓰인다. 수업 재료비와 나눔 도시락에 드는 비용을 제외하고 나면 수익이 거의 없다. 하지만 오래된 미래는 또 누군가의 도움으로 여전히 건재하다.
“농사지은 쌀을 기부해주시는 분이나 빵을 가져다주시는 분, 이곳저곳 저희들의 활동을 홍보해주시는 분 등 알음알음 도와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너무 감사한 일이지요. 신기하게도 나눔의 끈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배우고 있어요.”       
음식을 해본 이들은 알 것이다. 준비하는 분주함과 정리하는 고단함을. 이향숙씨는 고단함 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누군가를 도울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그는 리포터에게 따뜻한 밥상을 선뜻 내주었다. 돌아오는 길, 나는 무엇을 이웃과 나눌 것인가 생각하게 만드는 밥상이었다.  


■ 헤이리 오래된 미래에서는 궁중요리와 마크로비오틱요리, 떡만들기 등의 수업을 진행한다. 수업료는 회당 5만원이며 6회 기준 30만원이다. 또한 주인장이 직접 만든 레몬생강차나 자몽차 등의 수제차와 수제잼 등을 판매한다.
문의 010-2073-1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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