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웨이’ 하면 쭉쭉 뻗은 팔등신 젊은 모델들의 무대가 떠오르시나요? 하지만 이제 그런 고정관념은 버려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목요일 오후 서울 서초구 심산문화센터에서는 이색적인 패션쇼가 열렸는데요. 런웨이는 여느 패션쇼와 다름없었지만 무대 위의 주인공들은 젊은 모델이 아닌 나이 지긋한 시니어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사회적기업 뉴시니어라이프에서 진행하고 있는 시니어모델교실 수강생들로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선보여 참석한 이들의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이들 중에서 리포터가 만나기로 한 두 사람은 행신동과 장항동에서 서울 강남까지 진출한(?) 시니어모델, 김귀선 씨(70세)와 유원경 씨(54세). 이날 유원경 씨는 출중한 진행과 노래솜씨로, 김귀선씨는 유독 강렬한 모델포스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패션쇼를 끝내고 모델포즈를 취해보는 유원경, 김귀선 씨
런웨이는 젊은 모델들의 전유물? 이젠 시니어모델도 대세~
패션쇼가 끝나고 무대 뒤에서도 예사롭지 않은 패션센스가 돋보이는 두 사람, 모태 몸매와 센스를 타고 난 것이 아닐까라는 질문에 두 사람은 똑같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도 처음부터 무대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도 못했답니다. 모델교실에서 워킹을 배우고 연습하다보니 몸이 바로 잡히고 라인도 변했죠. 젊은 모델들처럼 마르고 예쁜 몸매에 어울리는 옷이 아니라 우리 시니어모델은 시니어다운 멋과 아름다움을 무대 위에서 선보이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체형, 나이 상관없이 50세 이상이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은 시니어모델이 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체형이 아니라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겁내지 않는 열정, 또 자신을 빛내기 위한 평상시 관리와 노력이라고 말한다.
일흔의 나이가 믿기지 않는 김귀선 씨는 “젊은 시절 미인대회에서 고향인 경상도 대표로 뽑힌 적이 있어요. 그렇긴 해도 제가 뭐 출중해서는 아니고 식구들은 네가 어떻게 미인대회에서 뽑혔냐고 지금도 말을 한다니까요.(웃음). 다른 것보다 평소에도 운동을 좋아해서 꾸준히 몸 관리는 해왔어요. 그러다 우연히 시니어모델 교육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 배우게 됐지요”라고 한다. 시니어모델도 작정하고 된 것은 아니고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기쁨에 꾸준히 하다 보니 하루하루 변화하는 모습이 즐거워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단다.
그날 패션쇼에서 런웨이를 걷는 대신 진행과 노래솜씨를 선보인 유원경 씨 역시 평소 옷에 관심이 많았다고. 20대 중반의 딸을 가진 엄마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고 아름다운 그가 시니어모델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딸의 적극적인 추천 때문이었다고 웃는다. “제가 보기에도 평소 옷 입기 좋아하는 엄마에게 딱 어울리는 일이라 생각했나 봐요. 저도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즐기고요. 예전과는 다르게 요즘 시니어들은 생각이 많이 트였잖아요. 나이 드는 것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고요. 나이 들어서도 열정을 잃지 않고 무엇이든 열심히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젊은 세대에게 정신적인 본보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유원경 씨는 시니어모델 외에도 5년 전 실용음악과에 도전, 졸업 후 지금까지 팝송개인지도를 하고 있는 열혈 줌마렐라다.
시니어모델 패션 쇼에서 사회를 맡은 유원경 씨
시니어모델, 건강과 아름다움을 되찾아주는 삶의 활력소
최근 시니어모델을 요구하는 시장이 넓어져 교육을 마스터하고 경험을 쌓은 후 홈쇼핑이나 CF, 드라마에 진출해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시니어들이 많아졌다.
김귀선, 유원경 씨는 더 배우고 경험을 쌓다보면 우연히 프로 모델이 될 기회가 올지 모르지만 그것이 목표는 아니라고 한다. 아직은 두 사람 모두 런웨이에 섰을 때의 말로 할 수 없는 희열과 보람, 그것이 너무 행복하고 즐겁다고.
“워킹연습을 통한 근육운동이 되고 음악을 타는 리듬과 율동감각이 길러지죠. 또 패션쇼라는 것이 혼자 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협동심도 생기고요. 런웨이에서의 워킹 룰을 익히다보면 나이 들어가면서 가장 염려되는 치매걱정도 사라집니다. 무엇보다 무대 위에서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려는 나 자신, 무대 위에 자신이 자랑스럽고 사랑스럽다는 느낌. 새롭게 태어나는 느낌이죠.” 이들은 보통 한 달에 2번 정도 패션쇼 무대에 오르는데 그동안 코엑스 광장, 일산 킨텍스, 청계천 수상무대 등 국내 무대 뿐 아니라 독일 네덜란드 중국 등 해오무대에서 우리나라 시니어모델의 아름다움을 뽐내기도 했다.
“50세 이상이면 누구나 지원 가능합니다. 말랐건 뚱뚱하건 키가 크든 작든 상관없고요. 나이? 전혀 상관없습니다. 이번 무대에서 여든이 훌쩍 넘은 남자 어르신도 멋지게 워킹 하는 것 보셨죠? 이전에는 아흔 넘은 분도 당당하게 런웨이를 걸었답니다.” 당당한 아름다움이 몸에 배인 두 사람, 질투가 날 정도로 멋지다.
시니어 패션쇼 에서 김귀선 씨
이곳에서 시니어모델에 도전해 보새요~
뉴시니어라이프(대표 구하주)는 50세 이상의 시니어를 대상으로 패션과 이벤트를 결합한 사업을 하는 사회적기업이다. 2007년 시작된 이 사업은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려운 형태의 시니어 사업으로 시니어모델교실, 시니어패션쇼 등의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뉴시니어라이프에서 패션모델 활동을 하려면 일주일에 1번 이상 연습이나 교육을 받게 된다. 패션모델 교실은 기본과정(16주), 심화과정, 전문과정으로 나뉜다. 뉴시니어라이프에서는 지난 10년 간 1천300여명의 시니어가 교육을 받았고, 현재 150여명의 회원이 활발히 활동 중이다. 서울 성북캠프와 강남캠프 두 곳에서 모델교육을 진행해 왔으며, 2015년 1월부터 서울 서초구 심산문화센터 2층 아트홀에서 매주 목요일 오후 2시 시니어모델교실이 열린다. 또 지난 해 9월 일산캠프를 새롭게 오픈해 자세, 워킹, 댄스, 메이크업, 연기, 코디, 음악, 패션쇼 등 교육커리큘럼을 진행 중이다. www.newseniorlife.co.kr
뉴시니어라이프 일산캠프 위치는 일산동구 장항동 863-2 일호골든타워 7층 한국수레평생교육원, 문의 031-926-3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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