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세잎클로버

장애아 엄마들이 만든 카페 한그루, 희망을 얘기하다!

지역내일 2015-07-09

10년 전 상영되었던 ‘말아톤’은 오랫동안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해 화제가 되었던 영화다. 발달장애를 가진 초원이가 엄마 없는 세상에서 스스로 살아갈 것을 걱정한 엄마는 “내 소원은 초원이가 저보다 하루 먼저 죽는겁니다” 라고 말했다. 이처럼 아직 우리사회에서 초원엄마로 산다는 것은 참으로 힘겨운 일이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희망을 부여잡기 위해 애쓰는 엄마들이 있다. 바로 협동조합 세잎클로버 회원들이다. 

한그루


아이들 자립 위해 카페 문열어
호계시장 인근에 위치한 카페 한그루. 시장을 지나면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도로 한 쪽에 소박하고 자그마한 카페가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환한 얼굴로 앞치마를 두른 엄마들이 반겨준다.
“어세 오세요. 여기 오시는 손님들은 저희에게 모두 소중한 분들이랍니다. 여기는 주인이 12명인 카페이구요. 모두 장애인 아이를 둔 엄마들이죠.”
살갑게 맞아주는 엄마들의 나긋한 목소리와 향긋한 커피 냄새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오후시간, 주부들이라면 저녁식사 준비를 위해 분주할 시간인데 몸이 열 개라도 부족 할 만큼 바쁜 엄마들이 카페를 차린 이유가 뭔지 사뭇 궁금했다.
“조합을 만들게 된 목적은 장애인식 개선과 아이들이 졸업한 이후 일 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어요.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 일할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어요. 취직이 되어도 대다수 비정규직이라 고용 보장이 어려워 불안한 것이 현실이고요.”
 박현숙 씨는 “학교를 졸업한 이후 아이들이 실질적으로 취업에 성공한 케이스는 10%도 채 되지 않는다”며 “일반인과 다름없이 육체적으로는 왕성한 활동이 가능한데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취업이 되지 않아 사회로부터 단절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초중고까지 제도권 안에서 교육을 받고도 취업이 되지 않아 결국 집에서만 지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워 뜻을 같이 한 엄마들이 절박한 심정으로 아이들이 자립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것. 결국 아이들의 장래가 걱정되어 전전긍긍하던 엄마들이 힘을 합쳤고 어떤 사업을 할까 고민하다 전문 바리스타로부터 교육을 받고 카페 운영을 시작했다.


장애는 다름이라는 관점으로 봐주길
협동조합의 이름 세잎클로버의 꽃말은‘행복’이다. 한그루의 엄마들은 남들이 평범하게 생각하는 일상생활 속에서 아주 작은 부분도 행복하다는 걸 깨닫는다. 일반인들은 행운을 바라지만 아주 소소한 것에도 행복을 느끼는 엄마들은 카페 한그루로 인해 새로운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카페 사업이 번창해 아이들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일할 수 있는 일터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고, 더 나아가 안양권의 모든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취업을 위한 교육장소로도 활용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카페 한그루는 단순히 카페라는 역할이외에도 자연스럽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소통하고 장애인식 개선에도 일조 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는 것이 엄마들의 생각이다. 장애아를 가진 엄마들은 일반인들이 쉽게 하는 말에도 상처받기 쉽고 또 그로 인해 사회로부터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것. 카페 한그루 같은 공간이 활성화되어 장애아들의 자립기반은 물론 일반인과 스스럼없이 벽을 허물고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외국과 우리나라는 장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전혀 다릅니다. 외국은 장애인들의 취업률이 높지만 우리나라는 장애에 대한 거부 반응이나 편견 또한 심한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장애는 몸이 불편하다는 것 뿐 얼굴생김새가 제각각 인 것처럼 조금 다름이라는 관점으로 보아주시면 좋겠어요.”
카페 한그루 031-427-2997
배경미 리포터 bae@naeil.com



인터뷰-김윤희 이사장
“12명의 조합원이 뜻을 모아 협동조합을 만들었고, 1호 사업으로 카페 한그루의 문을 열었어요. 이곳은 우리 아이들의 자활을 돕는 장소입니다. 집안 일하랴, 장애를 가진 아이 돌보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저희들이 이렇게까지 두 팔을 걷어 부친 것은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고 해도 아직 장애인 복지에 대한 정책은 갈 길이 먼 것 같네요. 아이들이 성장할수록 불안해지는 마음이 컸기 때문에 엄마들이 나섰어요. 아마도 협동조합 세잎클로버는 발달장애아 엄마들이 만든 전국 최초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앞으로 카페 한그루는 엄마들이 열심히 가꾸고 성장시켜 아이들이 졸업을 해 일자리를 갖고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벌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고, 이와 더불어 직업 교육 장소로 활용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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