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다니는 수영장 맞은편, 동네 상가 뒤로 작은 빵가게가 생겼다. 수영이 끝나면 뭐라도 삼켜버릴 듯 허기진 아이에게 줄 빵을 사러 처음 발을 들여놓은 뒤 빵 나오는 시간 맞춰 들리게 되는 곳이 바로 정자동 ‘소소한 식빵’이다. 고소한 빵 냄새를 솔솔 풍기며 갓 나온 식빵들이 식힘 망 위에서 고운 때깔 뽐내며 가지런한 것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굽자마자 팔려 버려 꼭 시간 맞춰 가야 살 수 있는 치즈 식빵과 우유 식빵, 달콤한 초코 식빵, 밤이 송송 박힌 밤 식빵, 계피향이 달큰한 시나몬 식빵, 먹어본 사람은 계속 찾는다는 팥 식빵, 호두가 콕콕 씹히는 잡곡 식빵까지 총 7가지의 식빵이 오전 11시 30분경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순차적으로 소량씩 구워져 나온다. 치즈 식빵과 우유 식빵은 고객들의 요청으로 오후 6시 이후 한 번 더 구워낸다. 식빵 외에 크랜베리와 호두가 듬뿍 든 스콘과 쿠키 두세 가지가 판매하는 빵의 전부이다.
별도의 판매대도 장식장도 없다. 입구에는 유기농 밀가루 포대가 쌓여 있고, 밀가루를 반죽하고 발효시키고 성형하여 틀에 넣어 굽는 것까지 빵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볼 수 있다. 가게가 작고 협소한 탓도 있겠지만, 그만큼 감출게 없다는 뜻도 된다.
가르치는 일보다는 빵 만드는 일 자체가 더 매력적이어서 7년간 하던 베이킹 수업을 접고 지난 5월 ‘소소한 식빵’을 열었다는 박현정 대표는 이곳이 번창하기보다 본인이 하루에 구울 수 있는 빵 개수만큼의 소소한 기쁨을 손님들이 누리면 좋겠단다. 담백하고 솔직한 이야기들이 오가는 가운데 탐스럽게 봉긋 부푼 식빵이 자태를 드러냈다. 종이봉투에 담아 와 따뜻한 식빵의 결을 따라 쭉쭉 찢어 먹는데 씹는 맛이 일품인 롤치즈가 여기저기 덩어리째 박혀 고소한 풍미를 더하고 체다치즈가 빵 결을 따라 두어 바바퀴 돌아 흘러 내렸다. 이것이 그녀가 말한 소소한 기쁨인가 싶었다.
소소하다의 사전적 의미가 ‘작고 대수롭지 아니하다’라는데, 그녀는 틀렸다.
문하영 리포터 asrai21@hanmail.net
위 치 정자동 121 상록마을 우성종합상가 1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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