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교육시대, 엄마들도 문화센터나 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취미생활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문화센터가 아닌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면 어떨까. 거리도 가깝고 학교 소식도 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흔치 않은 프로그램까지 배울 수 있다. 화곡중학교(교장 조만환)에서 마련한 평생교육학습 프로그램인 ‘도자기 핸드페인팅’ 과정은 학교의 아낌없는 지원과 회원들의 열정이 어우러져 평생교육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화곡중 도자기 핸드페인팅교실, 평생학습프로그램이 되다
목요일 오후 4시, 화곡중학교 미술실에 엄마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도자기를 꺼내고 물감을 준비한 다음 자리에 앉아 붓을 든 엄마들의 모습에 진지함과 열정이 묻어난다.
붓과 물감으로 엄마들이 색을 칠하는 곳은 화선지나 스케치북이 아닌 도자기다.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도자기 핸드페인팅’ 수업으로 세상에서 오롯이 하나밖에 없는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고 있다.
화곡중학교의 도자기 핸드페인팅은 지난 2008년 개설됐다. 이 학교의 미술교사를 맡고 있는 김해경 선생님이 2학년 담임을 맡으면서 반 학부모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만들고자 마련하게 됐다. “취미로 도자기 페인팅을 배우게 됐는데 혼자 알고 있기에는 아까운거예요. 그래서 우리 반 엄마들을 초청해 차 마시면서 그릇도 만들고 아이들 이야기하려고 개설했죠.”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옆 반 엄마들도 도자기를 만들고 싶다고 학교에 건의를 한 것. 일이 커지자 교장 선생님은 공식적으로 엄마들을 위해 도자기 핸드페인팅교실을 오픈했고 화곡중 도자기 핸드페인팅 교실은 모든 학부모와 이웃 주민들에게까지 개방하는 평생학습 프로그램이 됐다. 현재 도자기핸드페인팅교실은 목요일 4시부터 7시까지 3시간 동안 진행되며 24명의 회원이 참석하고 있다.
회원들이 만든 작품은 학교와 서울시교육청, 동부교육청 축제 때 전시되기도 한다. 게다가 강서교육지원청에서 의뢰를 받아 선물용으로 납품을 하기도 한다.
쓱~ 쓱 물감 칠하면 그릇이 완성돼
직접 만든 도자기의 매력은 빚는 이의 개성에 따라 저마다의 멋이 드러나는 것이다. 때문에 자신만의 독특한 그릇을 만들고 싶거나 선물하고 싶은 이들이 화곡중학교 평생학습프로그램인 ‘도자기 핸드페인팅’에 주로 참여하고 있다.
허영자 회원은 도자기를 만들어 아들 딸 며느리에게 선물 주는 재미에 푹 빠졌다. 박승선 회원(42)은 “물과 물감의 농도조절, 유약의 농도조절에 따라 작품이 달라집니다. 도자기는 많은 경험과 정성을 통해 얻어지는 작품이기 때문에 직접 만든 접시나 컵이 더 의미 있는 선물이 됩니다.”
화곡중 도자기교실의 또 다른 매력은 수업 진도가 빠르다는 점. 외부에서 진행하는 도자기페인팅 수업은 천천히 진행하기 때문에 배우는데 1년이 넘게 걸린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손재주가 없어도 쉽게 할 수 있도록 선생님이 도와주고 도안은 회원들끼리 공유하고 부족한 점은 서로 가르쳐주기에 금방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
작업 과정도 간단하다. 초벌구이 그릇에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고 전용 물감으로 색칠한다. 여기에 유약을 발라 1250℃의 고온 가마에서 이틀간 구우면 된다. 연필 자국은 구우면서 사라지기 때문에 식기로도 사용가능하다. ‘그림을 어찌 그릴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정해진 기법을 따라 밑그림을 보고 따라 그리기만 하면 되기 때문. 쓱~ 쓱~ 붓질 몇 번에 금세 꽃송이를 그려 넣은 작품 하나가 완성되기도 한다.
알록달록 도자기에 담은 나의 이야기
밥그릇, 국그릇, 접시 세트, 컵뿐만 아니라 밥주걱, 숟가락, 주전자 등 도자기로 만들 수 있는 작품들은 다양하다. 회원들은 자신이 만든 도자기를 주방에 전시해두기도 하고 음식을 담아 손님상에 내 놓기도 한다. 처음엔 손님상에 내놓기 쑥스럽지만 칭찬 한번 듣고 나면 자신감이 생긴다.
작년부터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한 이윤정 회원(41)은 “유약을 바르고 그릇이 완성되기까지 기다릴 때 제일 설레요. 내가 만든 도자기에 음식을 담아 가족끼리 나누어 먹으며 칭찬을 들을 때는 더 기쁘네요.”
그림은 예쁜데 색이 안 나올 때도 있고 생각한 것보다 색이 진하게 나올 때도 있지만 작품 하나 완성되면 그 뿌듯함에 모든 고생도 잡념도 잊어버리고 도자기 만드는 시간이 행복하기만한 회원들. ‘도자기핸드페인팅’은 단순한 취미생활을 넘어 가족들 뒷바라지하느라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가 적은 엄마들에게 꿈을 찾고 어렵기만 했던 학교 문턱을 넘어 선생님과 더 가까워지는 시간이 되고 있다.
미니 인터뷰
김해경 지도교사
“도안을 구상하고 색칠을 하고 유약을 발라 굽고 완성되기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기쁨과 성취감을 느끼는 어머님들을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낍니다. 이웃 주민들에게 개방되어 있으니 누구나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정진선 회원
“평소 그림을 즐겨 그리는데 도자기에 그리는 건 좀 더 색다른 감이 있습니다. 첫 작품을 손님 앞에 내놓기까지 쑥스러웠지만 ‘잘 만들었다’는 칭찬을 듣고 보니 이제는 선물을 할 만큼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허영자 회원
“이웃집에 차 마시러 갔는데 직접 만든 도자기에 커피를 담아왔어요. 눈도 즐겁고 나도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다양한 문양을 응용해 나만의 특별한 도자기가 완성되는 기쁨에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
임종예 회원
“6년 동안 도자기를 만들고 있는데 도자기를 만들면서 기다림에 대해서도 배우게 됩니다. 도자기는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는 게 아니죠. 색칠하고 말리고 굽고 그릇이 완성되기 까지 과정에서 기다림도 같이 배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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