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큰 축복입니다. 때론 사교육이라는 거센 파도에 휩쓸려 쓴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여전히 사랑과 애정을 듬뿍 주시는 선생님들이 있습니다. <우리 선생님>에서는 아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고민하며 노력하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담으려 합니다. 평생 잊지 못할 참된 가르침을 주시는 선생님을 소개합니다.
신일중학교(교장 오경석)의 오케스트라는 학교 밖에서도 알아주는 실력파다. ‘대한민국 관악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 금상, 은상, 동상을 두루 수상하고, 세계 관악 페스티벌에도 초대됐다. 그 중심엔 신일중학교의 마상학 교사가 있다. 1:1 개인 레슨부터 웅장한 합주까지 모든 게 그의 손끝에서 이뤄진다. ‘아이들과 연주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마상학 교사를 신일중학교에서 만났다.
연주가 꿈꾸던 개구쟁이
마상학 교사는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 어린 시절에는 그냥 뛰어 놀기 좋아하는 개구쟁이였다. 그런 그가 악기를 마주한 건 중학교 1학년 때다.
“70년대 중반이었어요. 그 당시 제주엔 제일교포가 많았는데 그들이 학교로 와서 악기를 가르쳤어요. 그때 밴드부에서 금관악기인 트롬본(trombone)을 처음 배웠어요.”
그에게 트롬본 소리는 꽤 a특별했다. 웅장한 저음의 마력은 그에게 연주가의 꿈을 꾸게 했다. 현실적인 이유로 음악교육과에 진학했지만 연주가의 꿈은 놓지 않았다. 그는 음악교사가 된 후에도 악기 연주와 편곡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늘 오케스트라에 대한 꿈을 품고 있었기에 누구보다 곡에 대한 이해와 깊이가 있었다.
“2002년에 우연히 고양교육청에 갔다가 오케스트라에 대한 계획을 들었어요. 학교의 동의를 얻어서 지원을 받게 됐어요. 그때부터 신일중학교 윈드 오케스트라 시대가 열렸어요.”
처음엔 플루트와 클라리넷 두 악기로 시작했다. 색소폰과 튜바, 오보에 등 여러 악기를 들여오면서 점차 오케스트라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관악기는 사람이 부는 날숨으로 연주 됩니다. 이 날숨(바람)의 ‘wind’를 따서 ‘윈드 오케스트라’라고 합니다.”
꿈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그가 이끄는 오케스트라의 실력은 출중했다. 첫 대회로 나간 ‘대한민국 관악경연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했고 이후로도 줄곧 수상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엔 금상을 수상했다.
“첫 대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뭉클해요. 무대에 올라 합주를 하는 자체도 기뻤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은상을 타서 너무 기뻤어요. 대회를 앞두고 합숙훈련을 했는데 밤새 아이들 지키느라(?) 며칠 동안 한숨도 못 잔 기억이 나네요.”
그의 오케스트라는 특기 적성을 넘어 입시로도 이어졌다. 졸업생 중에는 서울예고와 선화예고를 거쳐 서울대 음대에 들어간 학생도 여럿이다. 그 학생들 뒤에는 13년 동안 묵묵히 재능기부를 해 온 그가 있었다. 클라리넷, 오보에, 베이스 기타, 트럼펫 등 12종의 악기를 두루 다룰 정도로 실력이 탄탄해서 한해에 18명의 전공자를 배출한 적도 있다.
“아침 7시에 출근해서 편곡을 해요. 8시부터 83명의 오케스트라와 합주를 하고, 정규수업을 해요. 방과 후에는 전공자 개인 레슨이 있어요. 수업 전에 전공자들과 함께 백마역까지 6km정도 달리는데 체력훈련으로 아주 좋아요. 개인 레슨은 6시부터 8시 40분까지 해요.”
아이들과 함께 ‘꿈을 연주한다’는 그는 매년 정기 연주회를 연다. 또 동네 주민들과 함께 작은 음악회를 열기도 하고, 여름 합숙 캠프를 하기도 한다.
졸업생들과 함께 하는 큰 연주회 하고파
그는 2001년 신일중학교에 부임했다. 오케스트라를 창단하고 9년 동안 신일중에 있다가 잠시 행신중에서 2년을 보냈다. 다시 신일중으로 돌아온 그는 남은 교직임기(6년)도 신일중에서 마무리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신일중에서만 19년을 일하는 셈이다. 신일중이 공립학교임에도 교육청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건 그의 놀라운 업적과 열정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함께 연주하는 게 좋아요. 좋아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어요. 요즘은 방방 뜨는 아이들이 많은데 오케스트라를 하면서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고 진로와 연결해서 꿈으로 키워가는 학생들이 있어요. 그런 학생들을 보면 정말 보람돼요.”
올해는 8월의 전국대회와 10월의 정기연주회, 그리고 학교사랑 가을 힐링 음악회가 남아있다. 임기를 다하는 날까지 그렇게 아이들과 부대끼면서 즐겁게 지내고 싶다고 말하는 그. 퇴직 후에는 신일 오케스트라를 거쳐 간 학생들과 큰 연주회를 열 계획이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어요. 이 말을 참 좋아하는데요. 우리 아이들도 인생을 즐기면서 살길 바라요.”
이남숙 리포터 nabisu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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