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룩새연구소’ 임봉희·정다미씨 모녀

“자연을 품고 있는 꾸룩새연구소로 오세요”

지역내일 2015-06-27

오도1리 마을을 푸근하게 감싸고 있는 장명산 바위 절벽에는 수리부엉이가 살고 있다. 60년째 마을에 살고 있는 수리부엉이처럼 정다미 소장의 가족도 오랫동안 이 마을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왔다. 그들이 살고 있는 집이 바로 꾸룩새연구소다.


일곱 살 아이 바늘꼬리도요새에 끌리다





꾸룩새연구소이자 이들 가족이 살아가는 집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임봉희(앞)씨와 정다미씨 모녀.  





정다미 소장은 어릴 때부터 새를 좋아했다. 일곱 살 무렵 마당에 쓰러져 죽어 있는 바늘꼬리도요를 보았을 때도 무서움보다는 강한 호기심을 느꼈다.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는 곤충학자를, 4학년 때부터는 조류학자를 꿈꿨다. 농약을 먹고 죽은 독수리를 보고 ‘사람 때문에 죽어가는 새를 보호해야겠다’는 마음을 품은 뒤로는 새에 관한 이야기만 들어도 가슴이 콩닥거렸다. 어린 나이였지만 새와 사랑에 빠진 셈이다.
초등학교 때는 늘 작은 수첩을 들고 다니며 새를 관찰했다. 덕분에 꼬마 새 박사로 불렸고 중학교 때는 전문 장비를 갖춰 전국을 돌아다니며 새를 보러 다녔다.
고등학교 때는 전국과학전람회에 2년 연속 출전했는데 제비의 귀소율에 관한 실험으로 교과부장관상을, 수리부엉이의 펠릿(먹이를 소화시키고 뱉어 낸 덩어리)을 통한 먹이분석과 소화 특성 연구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어릴 때부터 키워 온 새 사랑과 독창적이고 꾸준한 연구를 인정받아 2010년 3월 이화여자대학교 분자생명과학부에 특수재능우수자 전형으로 합격해 생물학을 공부했다. 졸업을 앞둔 2013년에는 대한민국 인재상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지금은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에 입학해 제비와 수리부엉이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꾸룩새 연구소 소장 정다미씨








마을이 키운 딸
이만하면 엄친딸(‘엄마 친구의 딸’이라는 뜻으로 늘 비교 대상이 되는 모범생을 부르는 은어다)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하지만 정다미 소장의 어머니 임봉희씨는 “다미는 마을이 키운 아이”라고 말했다. 그저 어릴 때부터 곤충과 새를 좋아했던 아이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늘 성실하며 열정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라고.
산으로 둘러싸인 집, 대대로 살아온 마을과 친근한 마을 사람들, 자상하고 교육에 관심 많은 조부모와 공부보다 밝은 사람이 될 것을 강조하는 아버지. 이 모두가 남다른 정 소장을 길러낸 흔치 않은 환경이다.
“제비를 연구하는 다미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남의 집 처마 밑에 사는 제비를 연구하다보면 사생활도 드러나야 하고 속설 때문에 제비를 건드리는 걸 싫어하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다미는 그 분들을 계속 설득하고 협상하는 거예요. 혼자 사시는 노인들 심부름도 해드리고 오디 따고 싶다는 어른들은 그곳까지 모셔다 드리고.” (임봉희 부소장)
사라져가는 제비를 연구하겠다는 뜻을 알게 된 마을 어른들은 이제 정 소장에게 마음을 모두 열었다. 집에 없을 때 언제라도 들어와 제비를 연구하라고 비밀번호도 알려주는 사이가 됐으니 말이다.





꾸룩새 연구소 부소장 임봉희씨








꿈을 강요하지 않고 꿈꿀 수 있게 도와준 어머니
그러나 가장 남다른 환경은 바로 어머니 임봉희씨가 아닐까. 임씨는 두 딸에게 공부 잘할 것을 강요하지 않았다. 아이들의 뒤에서 관심사를 지켜주고 좋은 환경을 조성해 주려고만 했다.
임씨 역시 교육부 평생교육사로 학교나 도서관 등에서 학부모와 학생을 대상으로 한 생태 교육 및 진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얼마 전 남이섬에서 열린 버듀페스티벌에는 딸 정다미 소장과 함께 발제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엄마지만 대화 코드가 잘 맞아요. 배울 점도 많고 소울 메이트처럼 통하는 것도 많아요. 저는 참 복이 많은 사람 같아요. 이런 엄마를 못 만났으면 저 같은 사람이 안 나올 수 있는 거잖아요. 여러 가지로 행운아구나 생각해요.” (정다미 소장)
임씨는 “내면에 충실한 삶을 살면 뭘 하든 재미있어 질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해법이다. 그러나 듣기에 따라서 가장 어려운 주문일 수도 있다. 어느 대학을 갈까 점수는 몇 점을 맞을까 남들의 눈치 보느라 바쁜 한국의 엄마들에게는 말이다.





꾸룩새연구소를 찾아 온 어린이들과 함께








진정한 생태교육의 요람 되고파
새들이 제 집처럼 와서 노는 꾸룩새연구소는 언제나 문이 열려 있다. 뒤꼍에는 70여 종의 새가 찾아오는 작은 웅덩이가 있다. 살구나무 옆에는 새들이 알을 낳고 키우는 둥지가 있으며 집 앞에는 새들이 좋아하는 고욤나무와 앵두나무가 있다.
아담한 꾸룩새연구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초등학교 때부터 정다미 소장이 기록한 수첩부터 수리부엉이의 펠릿에서 나온 흔적들, 제비의 뼈 등 생생한 자료들을 볼 수 있다.
자연을 사랑하는 두 모녀는 “꾸룩새 연구소를 통해 겉핥기 식 교육보다 근본에 충실할 수 있는 생태교육을 열어 가겠다”며 관심 있는 이들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교육 문의 임봉희 010-8812-5940 블로그 http://owl.or.kr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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