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중학교 동아리 _ 텃밭 가꾸기
“햇볕 보는 즐거움에 PC방 가는 횟수가 줄었어요”
금옥중학교(교장 배인식)에서는 학생들의 정서발달과 다양한 체험활동에 도움이 되는 동아리로 ''텃밭 가꾸기''가 조직됐다. 학교 울타리 안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학생들과 선생님이 함께 밭고랑도 만들고 거름도 주고 모종도 심었다. 오이, 상추, 토마토 등 다양한 채소를 정성껏 심고 뿌듯해 하는 학생들, 금옥중학교 ‘텃밭 가꾸기’ 회원들을 만났다.
내가 심은 채소가 자라는 재미에 빠져
“내가 심은 채소들이 하루하루 자라는 것을 보는 ‘꿀잼’에 학교 오는 것이 즐거워요!”
솜털이 보송보송한 중학생들이 텃밭 가꾸기에 푹 빠졌다. 채소를 심고 가꾸는 재미가 꿀처럼 달콤해 시쳇말로 ‘꿀잼’이란다. 금옥중학교 동아리 ‘텃밭 가꾸기’ 회원들의 고백이다.
금옥중학교 동아리 ‘텃밭 가꾸기’는 학교생활을 좀 더 재미있게 만들기 위한 백상규 학생생활지원부 부장의 기획으로 만들어졌다. 백 교사는 경북 안동에서 농사를 지었던 경험을 살려 도심의 아이들에게 흙을 만지는 즐거움을 만들어주고자 텃밭 가꾸기에 나섰다.
도심에서 농사지을 텃밭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더구나 학교라는 공간에 여유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워 보였다. 여기 저기 학교 구석구석을 살피던 백 교사의 눈에 들어온 곳이 있었으니 급식실로 가는 길목이 있는 자투리땅이었다.
“아무리 봐도 텃밭을 가꿀만한 땅이 보이지가 않았어요. 그러다 학생들이 다니는 길에 방해가 되지 않고 누구나 볼 수 있는 자투리땅을 발견하게 된 거죠. 어느 누구도 여기다 농사를 지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을 거예요.”
잡초가 무성하게 있는 땅을 개간하고 흙으로 덮고 거름을 주니 훌륭한 텃밭으로 변신했다. 텃밭을 가꿀 회원들은 각 반에서 추천을 받아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특이하게도 2학년 학생 1명을 빼고 모두 3학년으로 편성됐다.
직접 가꾼 채소로 삼겹살 파티 열어
4월이 돼 날씨가 따뜻해지자 텃밭에 거름을 넣고 채소 씨앗을 심었다. 이후 아이들은 오가는 길에 물을 주고 날 마나 채소가 크는 걸 관찰했다. 때로 거름냄새가 싫을 때도 있지만 채소 크는 재미에 푹 빠진 아이들. 2주일이 지나자 자투리 공간에 마련된 텃밭에서 채소를 수확할 수 있었다.
백 교사와 아이들은 직접 수확한 상추, 오이, 토마토, 고추 등으로 삼겹살 파티를 열었다. 토요일 오후, 아이들은 자신이 기른 채소를 거둬 직접 씻고 고기도 구웠다. 담임선생님을 초청해 상추에 한가득 싼 고기를 선생님 입속으로 쏙 넣어주기도 했다. 이곳에서 소통이 힘든 중학생의 모습을 보기 힘든 이유이다.
텃밭 가꾸는 재미로 더욱 친밀해진 아이들은 학생회 임원과 함께 오는 7월 4일 충경산 캠프를 계획했다. 올 가을에는 텃밭에 배추를 심어 김장을 담가 주변의 홀몸 어르신들에게 ‘사랑의 김장나눔 행사’를 진행할 따뜻한 마음도 갖게 됐다.
땡볕에 잡초 뽑기, 결코 쉽지 않아
텃밭을 가꾸며 마냥 즐거운 일만 있는 건 아니다. 날씨가 더운 땡볕에 얌전히 앉아 풀을 뽑아야 하는 일도 있다. 한창 혈기 왕성한 중학교 아이들에게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힘을 합쳐 후다닥 잡초를 뽑아 버리기로 했다. 강철웅 회원은 “가만히 앉아서 잡초를 뽑는 일이 쉽지만은 않지만 친구들과 같이 하니 금방 끝났다”고 전한다.
벌레가 나오는 게 싫어 흙 만지는 것조차 싫어했지만 수확을 하고 함께 나누어먹는 재미를 느낀 후 학교 오는 것이 즐거워졌다. 최혁중 학생은 “작년에 가입한 영화부 동아리 활동과 완전 반대인 ‘텃밭 가꾸기’는 처음엔 별루였어요. 흙 만지는 것도 싫고 적응이 안됐는데 채소를 심고 나면 어떻게 자랄까 궁금해서 관심을 갖게 되니 지금은 키우는 재미에 학교 오는 것도 즐겁다”고 밝힌다. 황인우 학생은 “땀 흘리며 일하는 기쁨이 있다”며 “처음엔 땡볕이 싫었는데 햇빛에서 일을 하고 나면 어두컴컴한 PC방이 싫어져요. 하루 2~3시간씩 게임하던 게 확 줄었다”고 고백한다.
‘텃밭 가꾸기’를 한 이후부터 학교는 공부만 하는 곳 인줄 알았던 아이들이 학교에 오는 또 다른 이유가 생겼다. 농사에 대한 즐거움이 학교 사랑으로 바뀌게 해준 ‘텃밭 가꾸기’가 꾸준하게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미니 인터뷰
백상규 부장
“아이들에게 학교 오는 즐거움을 주고 싶었어요. 수확하는 재미도 느끼고 함께 농사를 짓는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채소를 심으면서 이야기도 나누면 소통이 절로 됩니다.”
남승현 학생
“저는 꿈이 농부예요. 시골에서 농사를 따라 지어봤는데 밭을 가꾸고 모종을 심고 수확하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채소를 키우면서 성품도 차분하게 좋아지는 거 같아요.”
박민서 학생
“수확해서 같이 나누어 먹으니 더 맛있는 거 같아요. 평소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인데 잡초를 뽑고 수확할 때 얌전히 앉아서 일을 하다 보니 참을성이 많이 길러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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