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농업기술센터 전통주연구회

“쌀과 누룩과 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정성을”

지역내일 2014-12-11

가양주(家釀酒)란 집에서 빚은 술이다. 예전에 우리의 어머니들은 집안의 행사를 앞두고, 우선 큰 항아리에 술을 담그셨다. 술밥을 찌고 미리 만들어 놓은 누룩에 물을 넣어 정성을 들여 빚는다. 시대가 달라져 이젠 옛날이야기가 되었지만, 용수에 고인 맑은 동동주의 맛과 동동주를 모두 뜨고 난 다음 체에 걸러 만든 막걸리의 맛은 아직도 사람들입에서 종종 회자되곤 한다.
이 전통의 맛을 현재로 옮겨와 보존하고 나누는 사람들 소식을 듣고 상록구 사동에 있는 작은 사무실을 찾았다. 전통주연구회 회원들이 모여 전통주 빚는 것을 배우고 공부하는 곳이다.
전통주연구회 회원들은 지난 11월 전주에서 열린 제6회 국선생선발대회와 2014 경기도 전국 가양주주인(酒人)선발대회에 1위와 2위는 물론 특별상까지 휩쓸었다. 마음으로 빚는 전통주, 우리정서에 맞는 이야기에 잠시 취해보자.

전통주


정성어린 효심으로 빚어낸 술이기에
안산시 농업기술센터에는 ‘전통주 만들기’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전통주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이 수업은 4월에 시작되어 11월까지 진행되는데 신청하는 시민들이 늘어나 올해에는 추첨까지 해야 했던 인기프로그램이다. 전통주 과정을 수료한 교육생들 20여명이 지난해 만든 동아리가 바로 전통주연구회이다.
국선생선발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한미경(본오동·47) 회원이 전통주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제사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했죠. 전통주를 담아보니 할아버지나 시아버님제사에 직접 만든 술을 올리고 싶어 더 열심히 배우게 되었어요.”
술을 담을 때마다 맛이 달라 늘 새로운 맛의 술을 기대한다는 한 씨. 그는 친척들과 가족들이 전통주를 좋아해 명절 때 선물하기도 한다.
한 씨는 “쌀과 누룩과 물, 세 가지 재료는 같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담아야 하는 것이 바로 정성”이라고 말했다. 국선생선발대회에서 “맛이 특별히 좋다”는 심사위원들의 평을 들었다고 한다. 아마도 정성어린 효심이 빚어낸 술이기에 그 특별함이 인정받았으리라.

전통주2


순수한 마음을 지닌 술 ‘감골백주’
2014 전국 가양주주인선발대회에서 ‘감골백주’라는 작품으로 3위를 차지한 김영일(사동·60) 씨는 “이 술은 ‘감골 마을의 탁주’라는 의미이다. ‘막걸리’라는 이름보다는 ‘흰 백(白)’자를 따서 ‘백주’라고 했다. 순수한 맛과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40여 년 전 군대에 있을 때, 그 지역에 사는 할머니께 얻어먹은 막걸리 한 사발을 잊지 못해 전통주를 시작했다고 한다. “아직도 그 맛을 못 찾았다. 예전에 농사짓는 사람들은 막걸 리가 음식이었다. 요즘 판매되는 막걸리는 인공감미료가 들어가 아쉬움이 많지만 소주보다 백배는 낫다.”
김 씨는 ‘주인(酒人)’이라는 술잔에 작은 촛불을 밝혀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직접 농사지어 가지고 온 조롱박은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아 백색이었다. 순수한 마음을 지닌 술 ‘감골백주’는 주인장의 마음을 닮아 내로라하는 전국대회에서도 그 맛을 뽐낸 것이 아닐까?


향과 단맛의 조화 ‘향미가득’
심우태(사동·50) 회원이 선보인 찹쌀로 빚은 맑은 청주를 보여주었다. 항아리 안에는 맑게 술과 쌀알이 동동 떠 있었다. 아주 조금 맛보았다. 순하면서 개운한데 맛은 진했다. 찹쌀만을 이용하여 만든 달콤한 술도 한 모금 맛을 보았다. 심 씨는 “찹쌀만으로도 이렇게 단맛이 나온다. 싱거운듯하지만 16~18도 정도이고 건강에도 좋은 술이다. 전통주는 그 가치 때문에 폭음을 하는 술과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예전에는 경험이나 감으로 술을 빚었지만 지금은 이론공부를 하고 과학적으로 접근해 실력이 단기간에도 좋아 질수 있다고 한다. 심 씨의 ‘향미가득’이라는 술도 향과 단맛이 조화를 찾으려 노력한 작품이다. 고문헌에 나오는 석탄주의 기법을 응용했다고 한다.


화목하게 하는 마음으로 빚은 술
전통주연구회의 살림꾼인 김계숙 총무는 마음을 활짝 열고 인정을 나누는 회원들을 자랑했다. “회원들은 인정 많고 나누기 좋아해 가족처럼 서로 챙겨주며 지낸다. 우리 회원들이 빚은 술은 모두 누군가에게 나누어 주려고 만든 것이다. 우리 집안 어른들이도 전통주를 만난 후 판매되는 술을 줄였다. 이제는 모두 전통주 홍보대사가 되어 더 화목해졌고, 전통주가 건강에 유익함을 알리기도 한다.”
김 씨는 내년 5월 청주에서 열리는 대회에 나가 실력을 발휘할 에정이다. 가족 그리고 회원들까지 모두 화목하게 하는 마음으로 빚은 술이라면 그 맛도 기대된다.
소설가 유주현의 <대한제국>에는 이런 글이 있다. ‘떡과 술을 빚어 벗을 맞이하기 좋아하는 이 나라 백성들처럼 순후(淳厚)한 인심을 어느 고장에서 찾아보겠는가.’


박향신 리포터 hyang30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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