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부모가 자식의 이름으로 은행예금계좌를 개설하거나 나이든 부모 대신 자식들이 노부모 이름으로 예금을 거래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에는 통장 개설 당시 은행에 본인 신분증과 가족관계증명서, 대리인으로 출석한 자식 등이 인감도장과 신분증을 제시하면 은행에서는 실명확인을 한 것으로 ‘실명확인필’이라는 도장을 찍어주고 거래를 하게 된다.
정기예금을 할 때 부모를 모시고 가는 경우도 있지만 거래를 계속하다보면 자식이 부모 대신 거래인감 및 비밀번호, 망인의 가족관계증명서, 신분증을 제시하고 거래를 할 수도 있다.
이렇게 개설된 예금계좌를 관리하던 자식이 예금을 해지하고 돈을 인출한 경우에 적법한 예금주가 누구인지, 자식이 예금을 해약하고 인출한 것이 법적으로 효력이 있는지 문제된다.
판례는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을 체결하고 그 실명확인 사실이 예금계약서 등에 명확히 기재되어 있는 경우에는 예금명의자를 예금주로 본다. 예금명의자 본인이 금융기관에 출석하여 예금계약을 체결한 경우나 자금을 댄 제3자가 있고, 그 사람이 대리인으로서 예금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러한 예금을 인출한 경우에 적법한 대리인으로서의 자격이 인정되지 않는다. 비록 예금주의 인장과 신분증을 가지고 갔고, 수차례 예금주를 위하여 예금계좌를 개설하고 해지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계약을 해제하고 인출한 권리는 위임장이 없는 한 인정되기 어렵다. 문제는 민법 제470조에 의한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의 효력이 인정될 수 있느냐에 있다.
변제하는 은행은 채권을 행사할 정당한 권한을 가진 것으로 믿을 만한 외관을 가지는 사람에게 예금을 인출해 주었고 변제자가 선의이며 과실이 없는 때에는 채권을 소멸시키는 효력이 있다.
예금을 인출할 때 예금주 본인이 직접 창구에 출석하거나 본인확인 등의 절차가 요구되지 않기 때문에 통장과 신고한 인감을 제출하고 보안이 요구되는 비밀번호까지 일치하여 제시하면서 예금주 본인의 신분증,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제출한 경우에는 예금인출권한이 있는 예금채권의 준점유자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이다. 예금의 명의를 빌려줄 경우에는 통장이나 인감도장, 신분증 등에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이재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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