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꼭꼭 집어낸 분노의 상황들. 영화 속 배경은 아르헨티나이지만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 봐도 격하게 공감할 욱하는 상황들 6가지를 모아 영화로 만들었다. 코미디로 분류된 영화를 내용으로 다시 나누자면 잔혹 복수극이다. 그런데 분노를 폭발시키는 방법에는 기막힌 상상력이 동원됐다. 답답한 현실 속 이 영화 한편이면 유쾌한 웃음과 함께 가슴 뻥 뚫리는 시원함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강렬하고 통쾌한 대리만족
영화 속 주인공들은 욱하고 치밀어 오르는 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잔인하고 강렬하게 복수를 행한다. 그런데 보는 관객들은 시종일관 낄낄거리게 된다. 왜? 일상 속에서 우리가 익숙하게 경험하는 짜증과 불합리함이 스크린 안에 다 모여 있기 때문이다. 앞뒤 꽉 막혀 융통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공무원, 비 매너에 짜증과 분노 유발자인 도로 위 운전자, 부모나 가족에게 상처를 준 지인, 속물적인 상류층, 외도를 일삼는 이성친구나 배우자. 현실 속 나는 복수를 하지 못하지만 영화 속 주인공들은 통렬한 복수의 끝을 향해 달린다. 분노를 유발하게 만드는 요인은 나라와 문화의 차이가 없음이 분명하다.
가려진 진실
많은 찌라시와 가십기사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뉴스는 더욱더 자극적 타이틀을 찾는다. 하지만 그 중에 몇 건이나 진실일까? 영화 속 세 번째 에피소드를 보면 이런 생각이 더욱 강해진다. 한적한 도로에서 아우디를 몰던 마리오(레오나르도 스바라글리아 분). 깔끔한 흰색 셔츠에 단정한 머리, 반짝거리는 그의 차는 강렬한 태양마저도 눈부신 조명처럼 보이게 한다. 멋진 그의 드라이브를 방해하는 것은 도로 위 고물차. 교묘하게 추월을 방해하는 고물차 덕에 점차 분노에 사로잡히는 마리오는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을 펼치며 복수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끝낸 목숨을 건 난투극을 벌이게 되는 마리오와 고물차 운전자. 하지만 그들을 발견한 경찰과 언론의 시선은 좀 다르다. 동성애자들의 치정극으로 얼버무려지는 그들의 난투극. 세상에는 확인되지 않은 채 진실처럼 알려진 오해와 허구가 난무한다.
치밀한 공감과 창의적 반전
영화는 작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노미네이트 될 정도의 내공을 지닌 작품이다. 그 외에도 세계 영화제 및 시상식 23개 부문에서 수상, 3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공감능력이다. 내 일상에도 있을 법한 에피소드들은 어떤 상업영화보다 더 친밀하고 가깝게 느껴진다. 또한 창의적이고 기발한 반전과 통쾌한 복수는 엄청난 물량 공세가 이루어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보다 유쾌하고 즐겁다. 또한 청소년관람불가라는 사실이 좀 안타깝지만 욱하는 순간을 참지 못하면 감당할 수 없는 결과와 마주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교훈적인 영화이기도 하다.
이지혜 리포터 angus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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