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부동산을 매수할 때 돈만 부담하고 등기를 자신의 명의로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경매에 입찰할 때 직접 갈 여유가 없는 경우에는 인감증명서를 첨부한 위임장을 제출하면 자신의 이름으로 등기를 할 수 있지만 다른 사정이 있어 굳이 자신의 이름을 내세우지 않으려는 경우도 있다.
돈을 전부 부담했지만 자신의 이름으로 낙찰을 받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입찰에 참가하여 낙찰 받은 경우의 법률관계는 어떻게 될까?
위와 같은 경우를 명의신탁이라고 한다.
이러한 명의신탁의 경우 나중에 이름을 빌려준 사람이 자신의 소유를 주장하는 경우가 생긴다. 경매로 낙찰 받을 때에는 1억 원 정도였는데 몇 년이 지나 2억원으로 올랐다면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욕심이 생기게 된다.
“땅을 돌려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저는 법이 그렇게 되어 있거든요.”
너무 괘씸하고 비양심적인 사람이 되겠지만 부동산의 가격이 수억원, 수십억원 오르게 되면 명의를 빌려준 사람은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명의신탁약정은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에 의하여 무효이고 그로 인한 등기가 무효가 된다. 그러나 매도인이 명의신탁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매수인과 명의신탁자 사이의 명의신탁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이전등기는 유효하다. 이를 계약명의신탁이라고 부른다(부동산실명법 제4조 2항 단서).
경매의 경우에는 비록 소유자(매도인)가 명의신탁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법원이 소유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부동산을 처분하는 공법상 처분으로서의 성질을 아울러 가지고 있고, 소유자는 경매절차에서 매수인의 결정 과정에 아무런 관여를 할 수 없으며 경매 절차의 안정성 등을 고려할 때 경매부동산의 소유자를 위 제4조 제2항 단서의 ‘상대방 당사자(매도인)’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입찰에 참가한 매수인의 등기는 무조건 유효하다.
이러한 경우 무조건 무효인 명의신탁을 주장하면서 부동산을 돌려달라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 될 수 있다. 명의수탁자 측에서 형사고발 등을 할 경우에는 부동산실명제법에 위반한 명의신탁으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고, 과징금을 부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울며 겨자먹기로 소유권을 반환해 달라는 청구를 하는 대신 매매대금을 납부한 사실과 재산세 등의 공과금을 직접 납부한 사실을 입증해서 들어간 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 달라는 청구만 할 수 있다.
이재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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