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파충류 소년 조정우

못 말리는 도마뱀 사랑, 파충류 전문가 될래요~

지역내일 2015-05-21
요즘엔 주변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집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어린 아이들은 예쁘게 단장한 강아지라도 보게 되면 부모를 졸라 사달라고 하기 일쑤다. 하지만 강아지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양이도 아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뱀을 사달라고 조르는 소년이 있다. 그것도 집에는 이미 도마뱀이 4마리가 있는데도 말이다. 못 말리는 파충류 사랑으로 소문난 조정우(13·안양남초등학교)군의 집을 찾았다.

파충류
 
도마뱀 만지는 느낌이 정말 좋아요
정우네 집, 거실 한쪽에 1m는 족히 넘어 보이는 도마뱀이 살고 있는 사육장 2개가 자리 잡고 있고 또 한쪽에는 거북이 두 마리가 살고 있는 어항이 보인다. 여느 집처럼 TV는 볼 수 없다. 은은한 조명 빛을 받으며 웅크리고 주시하고 있는 도마뱀, 눈이라도 마주치면 어쩐지 눈길을 피하게 된다. 하지만 정우는 서슴없이 도마뱀이 살고 있는 사육장의 유리문을 열고 손으로 도마뱀을 꺼내 머리를 쓰다듬고 만진다. 보통의 아이들이라면 기겁을 하고 도망가기 일쑤일 텐데, 무섭지 않은 걸까? 정우는 “도마뱀의 피부를 만지는 느낌이 정말 좋아요. 무섭고 징그럽다는 느낌보다는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정우가 파충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거북이를 키우게 되면서다. 친척에게 얻어 온 거북이를 키우며 파충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정우. 어렸을 때 놀러간 동물원에서 뱀을 목에 걸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후부터 뱀 사랑에 빠졌다. 부모님을 조르고 졸라 도마뱀을 분양받은 이후 지금은 도마뱀만 4마리로 늘었다. 모두 종류가 다른 도마뱀들은 한 마리씩 자기 집을 가지고 있다. 거실에 두 마리, 방에도 작은 도마뱀 두 마리가 살고 있다고.
각각의 도마뱀들에게 이름도 직접 지어주었다. 26일 입양되어 왔다고 ‘이육이’, 움직임이 활발한 육식 도마뱀은 축구선수 이름을 따서 ‘베컴’, 그리고 암수 한 쌍 도마뱀 ‘서동’과 ‘남동’이 있다. 파충류 사랑에 푹 빠진 정우, 집에 아무도 없이 혼자 있을 땐 도마뱀들과 이야기도 나눈다고 귀띔했다.
 
교내 희귀동물 동아리도 만들어 활동
호기심에 관심을 갖는다 해도 꾸준히 키우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터. 정우는 도마뱀을 키우고 관심을 갖게 되면서 파충류에 대한 책을 읽고 자료를 찾아보며 상당한 지식을 갖게 되었다. 파충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인터넷 카페에서 비슷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정보도 얻고 도움을 얻기도 한다.
정우 엄마는 “파충류 등 희귀동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더라”며 “처음엔 그저 호기심이니 금방 수그러들 줄 여겼는데, 스스로 찾아서 공부도 하고 갈수록 더 파충류에 애정을 쏟고 있어 말리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대신 관련 공부는 스스로 하고, 도움 없이 먹이도 주고 잘 키우고 학교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달았다고. 실제 정우는 학교에서 성적도 우수한 편이고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아 학급 회장을 맡고 있다.
정우는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다. 블로그 운영을 통해 알게 된 블로그 이웃들과 친해져 가끔씩 만나 애완 파충류를 판매하는 가게에 같이 놀러가기도 한다. 교내에서 ‘희귀 애완동물 동아리’를 만들기도 했다. 동아리 회원들에게 정우는 부러움의 대상이라고.
하지만 사실 도마뱀 때문에 겪는 고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도마뱀은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지만 육식을 하는 도마뱀도 있어 쥐를 주식으로 삼기 때문에 정우네 냉장고 냉동실 한 칸은 냉동 쥐로 가득 채워져 있다. 처음 냉동 쥐를 사왔을 때에는 비위가 상해 밥을 먹지 못할 정도였다고. 정우는 이제 도마뱀 한 쌍을 키워 알을 낳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벌써부터 알 낳을 준비를 하기 위해 매일 도마뱀 몸무게를 재고, 인큐베이터도 마련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파충류 전문가가 되는 것이 꿈
처음엔 호기심으로 시작됐지만 이제 정우의 꿈은 파충류 전문가가 되어 파충류 사업가가 되는 것이다. 정우가 파충류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데에는 애완 희귀동물 관련 교육과 사업을 하는 주식회사 쥬라기의 신범 대표를 알게 되면서다. 정우는 틈이 날 때마다 물어보고 얘기하며 파충류에 대한 자신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정우는 “남들과는 다른 색다른 취미를 가졌다는 것에 자부심도 생기고, 파충류를 알게 되면서 파충류 사업가가 되겠다는 구체적인 진로가 생겨서 좋다”고 말했다. 정우 엄마도 정우가 단순한 호기심에서 끝나지 않고 진지하게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하는 모습에 한 시름 놨다며 웃음을 짓는다.
 
신현주 리포터 nashur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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